내 책상은 늘 무언가 가득 놓여 있어요
  바싹 마른 책들과
  책상을 가로지르며 헤엄치는 여러 모양의 기억들
  어제보다 좀더 부풀어오른 생각도 보이네요
  내 책상에 쏟아지는 엄마 잔소리에
  싹 다 정리하고 싶은데
  물로 만들어진 내 책상 위엔
  무언가 항상 가득해요

  책상 좀 치우자
  책상 구경 좀 하자
  참 많은 것들이 있구나

  둥둥 떠 있는 책 한 권을 집어 뒤적이다가
  모서리가 없어 굴러다니던 작은
  고민을 떨어뜨렸어요
  휘적휘적 아래를 더듬는 내 손길에
  울렁일렁 물결치는 책상이 부드러운 몸을 휘어요
  빛이 울렁거리며
  내 것들이 함께 반짝여요

물건이 쌓여 있는 책상이 그려져 있다.


김물

예전엔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글자로 그림을 그린다. 《어린이와 문학》과 《창비어린이》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오늘 수집가』를 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몇 개의 책상을 지나왔는지 생각해본다. 책을 펼치고 공상하고 때로 짧지만 달큰한 잠도 자던 네모 공간. 자신만의 책상을 늘 갖고 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어른이 돼서 알았다. 운좋은 나는 그 세계 속에 잠겨 글을 쓴다.

2024/01/03
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