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난주에 처음 만났잖아
  오늘 두번째 보는 거잖아
  그러니까
  건널목 너비만큼 친해지는 게 좋겠어
  나중에 초록불 켜질 때만 갈 수 있게
  서로 마주보며 건널 수 있게

  우리 오늘 당장
  비밀 이야기할 순 없는 거잖아
  누구 좋아하는지 말할 수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참치캔 뚜껑만큼 친해지는 게 좋겠어
  짜르르 열릴 때 깜짝 놀라 다치지 않게
  손잡이를 달아서 힘껏 같이 열 수 있게

  우리 다음에 만나면
  신호등을 세울 수 있을 거야
  손잡이를 달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친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김기은

2020년부터 동시를 발표했어요. 발표한 동시들이 저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동시를 만난 누군가의 마음도 한번쯤 짜르르 열리는 순간이 있어서 그에게 힘이 될 수 있길 희망하며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엔 그림도 다시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동시 쓰고 그림 그리는 김기은입니다. 반가워요. 오래 봐요. 우리.

2024/04/03
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