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무덤



   마당가에서 말라죽은
   나무 한 그루

   뿌리가 너무 깊어 뽑지는 못하고
   땅 높이만큼 벤 뒤
   아빠가 흙을 덮은 자리에

   봉긋,
   나무 무덤이 생겼습니다.

   거기 우뚝 서 있던 나무를
   나는 날마다 그리워하는데

   나무는 무덤 위로
   풀꽃 피우고
   어디선가 새도 데려오고

   나를 위로하느라 바쁩니다.





   소아과 할아버지



   “너는 할아버지를 자주 보냐?”
   “멀리 살아서 자주 못 보는데요?”
   “그럼 자주 얼굴 보는
   내가 진짜 할아버지 하자.”
   의사 선생님 말을 나는 거절했다.

   사거리에 있는
   소아과 할아버지의 문제는
   아파야만 볼 수 있고
   내가 그렇게 반대해도
   주사를 놓는다는 거다.

   진짜 우리 할아버지는
   절대 주사를 놓지 않는다.

   그것만 아니면 한번 생각해보겠다.

임복순

2011년 <창비어린이> 제3회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하였다. 동시집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창비. 2016)을 냈다. 하루하루 작고 소박한 일상들을 시로 쓰고 싶다. 내 시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솔직한 순간들이 많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르고 빠르게 세상이 변해 가도 사람들에게 여전히 소중한 마음들을 쓰려 한다.

2018/08/28
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