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고등어 가시 / 떫은 감
고등어 가시
고등어구이를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렸어
밥 몇 숟가락 꿀꺽 삼켜도
꿈쩍도 않는 고등어 가시
고등어 푸른 등처럼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가는 엄마
꼭꼭 씹어 먹으라고
도대체 몇 번을 말했어!
목에 걸린 가시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했지만 난
고등어를 타고 바닷속을
헤엄치는 꿈처럼 몽롱하게
엄마 등에 딱 달라붙어 있었어
꿈쩍도 않는 가시처럼 그렇게
떫은 감
할머니가 보내주신
떫은 감
단감처럼 보이는
떫은 감
말랑한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떫은 감
그런데
어쩌지?
뭐든지 제멋대로
심부름만 시키는 오빠가
단감인 줄 알고
덥석 한 입 베어 문다.
뭐 어쩌겠어!
얄미우니까 모른 척
오만상 찡그리며 투덜거려도
끝까지 모른 척
너 알면서 모른 척했지!
왜, 떫어?
강지인
머리를 쥐어짜다가 전업 작가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무색하게 텅 빈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잦은 출장과 더불어 지난여름 너무 많은 땀을 흘린 탓이리라. 그럼에도 사파에서의 다음 여름은 텅 빈 머리를 채워 줄 실낱같은 희망이길!
2018/11/27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