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돌멩이를 쥐고
  문지르다가
  문지르다가

  손은 돌을 닮아
  까슬까슬해가 되었고

  돌멩이는 손보다 더 따뜻한
  따뜻해가 되었어

  까슬하고 따뜻한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까슬까슬해는
  따뜻해를 남겨놓고
  떠나갔어

  따뜻해는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썼지

  안녕
  잘 가.

  그리고 다시,
  돌멩이가 될 준비를 했어

김기은

2020년부터 동시를 발표했어요. 발표한 동시들이 저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동시를 만난 누군가의 마음도 한번쯤 짜르르 열리는 순간이 있어서 그에게 힘이 될 수 있길 희망하며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엔 그림도 다시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동시 쓰고 그림 그리는 김기은입니다. 반가워요. 오래 봐요. 우리.

2024/04/03
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