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태양을 향해 자라는 나무
중학교 1학년 때 우리 반에 ‘쿤타’라는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기억도 안 나지만, 아무튼 별명이 그랬다. 그 무렵 미국 흑인 노예들의 가족사를 다룬 티브이 드라마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그 주인공 이름이 ‘쿤타 킨테’였다.
까무잡잡한 얼굴, 두툼한 입술, 눈언저리에 불룩 튀어나온 광대뼈, 촘촘한 곱슬머리…… 그 아이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쿤타 킨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왜 그리 별명 짓기를 좋아하는지, 한 학기만 지나도 별명 없는 아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얼굴이 검으면 검다고, 희면 희다고, 키가 작으면 작다고, 크면 크다고 별명이 생겼고, 딱히 외모를 흠잡기 힘들면 이름을 비틀어 별명을 짓곤 했다. 오준호를 오징어라고 부르는 식으로.
이런 별명은 대개 친구를 조롱하려고 만들기 마련이지만, 쿤타는 제 별명에 그리 개의치 않았고 도리어 자부심마저 가진 듯했다. 아이들이 자기를 쿤타라고 부르면, 그 아이는 정색을 하며 차분한 말투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미안하지만 내 이름은 쿤타가 아니야. 하지만 검은 대륙의 자손인 것만은 분명하지.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와우키치 족의 전사였거든. 너희들이 내 와우키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말해주지. 내 이름은 옹과니 나우딩구쿠야. 우리 와우키치 부족에 쿤타라는 이름은 없어.”
쿤타는 얼굴 근육 하나 씰룩거리지 않고 아주 태연하게 이런 말을 늘어놓았는데, 진지한 말투보다도 눈앞에 있는 생김새가 영락없는 ‘검은 대륙의 자손’인지라 아이들은 쿤타의 말이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녀석을 쿤타라고 불렀다. 옹과니 어쩌고저쩌고하기가 너무 성가셨기 때문이었다. 이름 부르기 귀찮아 별명을 부르는 건데, 하물며 발음도 어려운 아프리카 이름을 부르랴.
그러나 내가 일 년 내내 쿤타한테 흥미를 느낀 까닭은 그 아이의 증조할아버지 때문이 아니었다. 쿤타네 증조할아버지가 와우 어쩌고저쩌고 족의 전사이건 말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쿤타한테는 정말 놀라운 점이 하나 있어서 그 아이는 나뿐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 모두의 관찰 대상이었다. 아니, 전교생들의 관찰 대상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선생님들도 교실에 들어오면 쿤타부터 유심히 살펴보곤 했으며, 심지어 다른 반 아이들조차 쿤타를 보려고 우리 반을 기웃거리기 일쑤였으니까. 쿤타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빛은 아마 한결같았을 것이다. 식물 관찰 일기를 쓸 때와 같은 그런 눈빛.
쿤타는 그해 1년 동안 무려 30센티미터나 자랐는데,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하면 키가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왜, 가끔 티브이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꼭 그런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수학적으로 따져도 거의 하루에 1밀리미터씩 꼬박꼬박 자란 셈이니 그런 느낌이 들만도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학기 초에는 내가 그 아이를 내려다보고 말을 했는데, 여름방학 때쯤 되자 똑바로 마주 쳐다보고 얘기를 하게 되었고, 학기 말이 되자 도리어 내가 그 아이를 올려다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너 혹시 인간의 탈을 쓴 대나무 아니냐?”
아이들은 질투심을 섞어 그렇게 묻곤 했다. 그러면 쿤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대나무는 아니야. 하지만 대나무와 비슷하기는 해. 우리 와우키치 부족은 움투와칼루 나무를 신성하게 여기거든.”
“움투…… 뭐?”
쿤타는 아프리카 지명이나 동식물 이름을 곧잘 꺼냈는데, 우리는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을 어찌나 자연스럽게 읊조리는지 와우 동네 움투 나무 얘기가 아니라 도봉산 뽕나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아이는 아프리카 홍보 대사라도 되는 것처럼 틈만 나면 주절주절 자기 혈족 자랑을 늘어놓곤 했다.
“그 나무는 한 해에 거의 10m씩 자라. 그렇게 5년쯤 자란 나무는 아예 끝이 안 보일 정도가 돼. 우리 부족 전설에 따르면, 옛날 태양신의 노여움을 산 와우키치 족 전사가 죽어서 나무가 되었다고 해. 태양신에게 용서를 빌려고 죽어서도 태양을 향해 자라게 된 셈이지. 그 나무 이름이 움투와칼루인데, 그건 ‘태양을 향해 자라는 나무’라는 뜻이야. 그 나무는 잎도 가지도 거의 없어. 그저 쭉쭉 위로만 자라지. 줄기도 대나무처럼 매끄러워서 아무리 나무 타기를 잘하는 사람도 끝까지 올라가지는 못해. 백 년 된 움투와칼루 나무라면 높이가 거의 1킬로미터쯤 되는데, 어떻게 올라가겠어. 안 그래?”
녀석은 마치 아프리카에서 방금 돌아온 사람처럼 말했지만,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검은 대륙의 자손’이 직접 하는 말인데 누가 뭐라 토를 달겠는가. 게다가 1년에 30센티미터씩 자라는 미스터리의 주인공께서 하는 말씀이어서 왠지 더 실감 났고, 심지어 권위까지 느껴졌다. 아마 녀석이 키 크는 부적을 팔았어도 우리는 기꺼이 샀을지도 모른다.
한번은 쿤타와 함께 교실 당번을 할 기회가 있었다. 나도 아주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나무처럼 늘씬하게 자라는 녀석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 사실 남자아이들 세계에서 키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기도 하니까.
둘만 있는 참에 나는 키 크는 비결이 따로 있는지 농담처럼 슬쩍 물어보았는데, 녀석은 자세를 고쳐 잡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고 되물었다.
“꼭 알고 싶니?”
녀석의 말투가 어찌나 은밀하고 진지하던지, 나는 마치 부자 된 비결을 염탐하러 흥부네 집에 간 놀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제기랄! 알고 싶으니까 묻지!
이렇게 대꾸해줬어야 마땅했겠지만, 녀석의 진지함에 너무 압도된 나머지 먹이 주는 주인한테 살랑살랑 꼬리 치는 강아지처럼 “응. 말해 줘!” 하고 내뱉고 말았다. 그것도 눈빛을 반짝이며.
“이건 와우키치 부족들만 알고 있는 주술이야. 먼저 다른 사람한테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응. 약속해.”
나는 행여 쿤타의 마음이 바뀔세라 목이 꺾일 만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넌 우리 부족의 저주를 받을 수도 있어. 그래도 좋다고 맹세해.”
“맹세할게.”
그러자 쿤타는 비장한 표정으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태양을 우러러보듯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나, 옹과니 나우딩구쿠는 가장 신뢰하는 벗 한 사람에게 부족의 비밀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전통에 따라 여기 이 자를 벗으로 지목하나니, 벗이 신의를 어기면 저와 함께 처벌하소서.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일종의 서약식을 한 모양이었다. 쿤타는 나를 돌아보며 아주 다정하게 웃었다.
“새벽 3시에 물을 한 그릇 떠 놓고, 먼저 그 둘레를 시계 방향으로 열여섯 바퀴 돌아. 16은 와우키치 족에게 아주 신성한 숫자야. 우리 부족은 태양의 햇살이 열여섯 갈래로 뻗어 나간다고 믿고 있거든. 한 바퀴 돌 때마다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하고 외치는 거야. 그건 칼라파하 신의 뜻에 맡기겠다는 말이야. 이 의식이 끝난 뒤, 떠놓은 물을 네 머리 위에 조금씩 부어. 만일 칼라파하 신의 응답이 있으면, 그 물은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만일 응답이 없다면……”
쿤타가 말을 잠시 끊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꼬올깍! 쿤타가 픽 웃었다.
“뭐, 그냥 보통 물처럼 차갑게 느껴질 테지.”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그야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응답이 올 때까지 다시 하는 수밖에.”
“응답이 오면?”
“그걸로 끝이야. 칼라파하 신이 다 알아서 해줘.”
“너처럼 키가 쑥쑥 큰다는 말이지?”
“그렇지. 나는 운이 좋아서 두 번째에 응답을 받았어. 그건 아마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녀석이 또 증조할아버지 자랑을 늘어놓을 기세여서 나는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만일 끝없이 자라면 어떻게 되는 거냐? 그 움푸…… 뭐라는 나무처럼 말이야.”
쿤타는 빙긋 웃었다.
“움투와칼루 말이구나? 설마 그럴 리야 있겠니? 알맞게 자라고 말겠지. 하지만 키가 너무 커졌다 싶으면 그만 자라게 하는 주술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래, 고맙다. 쿤타. 아니, 옹과……”
“옹과니 나우딩구쿠.”
나는 쿤타의 손을 꽉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제 우리는 신의 뜻으로 맺어진 벗이 아닌가. 고맙다, 옹과니 나우딩구쿠! 진실한 나의 벗이여!
그날 밤,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갔다. 키 크는 비밀 주문을 겨우 알아냈는데 의식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물그릇을 마당 한복판에 놓고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동굴 앞에 선 알리바바처럼 주문을 외웠다. 열려라, 참깨!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열여섯 바퀴를 다 돈 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물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머리 위에 물을 부었다.
과연 칼라파하 신이 내게 응답할 것인가. 검은 대륙의 자손도 아니며, 그저 와우키치 족 전사인 증조할아버지를 둔 아이의 친구일 뿐인 내게.
으, 차가워!
물은 내 머리를 지나 등줄기로 흘러들었고, 가뜩이나 쌀쌀한 늦가을 추위에 갓 잠에서 깨어난 따끈따끈한 피부에 물이 닿으니 오싹 소름이 돋았다. 실패임을 깨달았으나, 나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따지고 보면 칼라파하 신의 은총을 단번에 기대하기엔 나는 너무 먼 족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내 정성을 나타내기 위해 나는 한 사발이나 되는 물을 남김없이 머리에 쏟아부었다.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신의 뜻대로 하소서.
다음 날 점심시간에 나는 쿤타를 학교 건물 뒤쪽으로 데려가 간밤에 치른 의식에 대해 보고했다. 쿤타는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는 의식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해주었다.
“네가 끝까지 참은 건 정말 잘한 일이야. 하지만 땅바닥에 엎드려 네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어. 물론 그건 안 해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내일 밤엔 꼭 그렇게 할게.”
“그리고 그 물 말인데, 되도록 수돗물을 바로 받지 않는 것이 좋겠어. 수돗물에서 약 냄새가 날지도 모르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그래도 혹시 칼라파하 신이 약 냄새를 싫어할지도 모르잖아?”
“그럼 어떻게 하지?”
“글쎄, 약수를 받아 오던가, 정 어려우면 하루 정도 받아놨다가 쓰면 어떨까?”
“아냐,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수돗물은 나라도 달갑지 않을 거야. 저녁때 약수터에 들려 물을 좀 길어 오지, 뭐.”
“그래, 이런 의식에는 무엇보다 정성이 중요한 거니까, 그게 좋겠어.”
우리는 비밀 제의를 준비하는 사제들처럼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두런두런, 수군수군, 속닥속닥……
나는 이 의식을 대여섯 번 치렀는데, 불행하게 단 한 번도 칼라파하 신의 응답을 받지 못했다. 그 가운데 한번은 늦게 귀가한 아버지 때문에 망치고 말았다. 물그릇을 머리 위에 들이붓고 났을 때 아버지가 불쑥 말을 건넸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나는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물그릇을 떨어뜨려 깨뜨릴 뻔했다.
“그냥…… 아니, 언제부터 거기 서 계셨어요?”
“그게 언제부터냐면…… 딸꾹!”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말하다가 갑작스러운 딸꾹질에 말을 멈췄다. 술에 얼큰히 취해 있었던 모양이었다.
“네가 그릇 둘레를 강아지처럼 뱅글뱅글 돌 때부터. 딸꾹!”
누구 때문에 의식을 망쳤는지 곧바로 깨달았지만, 그나마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있어 다행이었다.
“내 정신이 뱅글뱅글 도는 건지, 네가 뱅글뱅글 도는 건지 몰라서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었어. 딸꾹!”
“아유! 취해서 그렇게 보이신 거예요. 제가 왜 할 일 없이 그릇 둘레를 돌겠어요?”
“그렇지? 맞아. 네 말이 맞을 거야. 딸꾹!”
“웬 술을 그렇게 많이 드셨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아버지는 마루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다 말고 다시 물었다.
“근데 물은 왜 머리에 들이붓니? 딸꾹!”
“그건……”
멀쩡한 아들이 왜 한밤중에 머리에 물을 그릇째 들이붓는지, 딱히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건 칼라파하 신께서 순진하고 멍청한 꼬맹이들을 갖고 놀기 좋아하기 때문일 테죠, 뭐. 잇달아 대여섯 번쯤 실패하자 슬금슬금 칼라파하인지 콜라팔이인지 하는 신도 의심스러웠고, 왠지 쿤타 녀석한테 낚인 기분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도 취해서 그렇게 보이신 거예요.”
“그래? 정말 그런가 보다. 딸꾹!”
아버지는 비틀비틀 안방 쪽으로 걸어가다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그릇은 숭배하지 마라! 그릇 따위를 왜 숭배해? 딸꾹!”
그때까지도 내 손에 물그릇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
쿤타가 진짜 ‘검은 대륙의 자손’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녀석의 생김새를 본다면 아마 여러분도 나처럼 언뜻 판단을 못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이 새빨간 거짓말쟁이인 것만은 확실하다.
‘칭기즈칸’이라는 노래가 한참 유행할 무렵, 나는 쿤타가 다른 아이에게 하는 말을 엿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녀석은 아주 진지하고 은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증조할머니는 몽골 타우무르칸 부족의 후예야. 칭기즈칸이 아프리카를 정복했을 때 그곳에 남게 된 부족이지.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와우키치 부족과 타우무르칸 부족은 큰 전쟁을 치렀는데, 그때 증조할머니가 와우키치 족에게 포로로 붙잡혔던 거야. 와우키치 족은 가장 용맹한 전사에게 전리품을 먼저 선택할 기회를 주는데, 그때 증조할아버지는 다른 전리품을 다 젖혀두고 증조할머니를 택했대. 아마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증조할머니는 불타는 매의 눈, 와우키치 부족 말로 우타키바라의 눈을 가지고 있었거든.”
원 세상에! 아프리카에 몽골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칭기즈칸이 아프리카를 정복했다는 얘기 또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짜식, 거짓말을 하려면 세계사 공부나 좀 하고 하지…… 하지만 녀석이 어찌나 실감 나게 묘사를 하던지, 그 말이 또 사실처럼 들려지니 묘한 일이다. 어이구, 내가 차라리 귀를 막고 듣지를 말아야지.
하지만 나는 대엿새 동안 새벽에 일어나 물을 뒤집어쓴 끝에 아버지로부터 소중한 가르침을 하나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그릇을 숭배하지 말라!
까무잡잡한 얼굴, 두툼한 입술, 눈언저리에 불룩 튀어나온 광대뼈, 촘촘한 곱슬머리…… 그 아이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쿤타 킨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왜 그리 별명 짓기를 좋아하는지, 한 학기만 지나도 별명 없는 아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얼굴이 검으면 검다고, 희면 희다고, 키가 작으면 작다고, 크면 크다고 별명이 생겼고, 딱히 외모를 흠잡기 힘들면 이름을 비틀어 별명을 짓곤 했다. 오준호를 오징어라고 부르는 식으로.
이런 별명은 대개 친구를 조롱하려고 만들기 마련이지만, 쿤타는 제 별명에 그리 개의치 않았고 도리어 자부심마저 가진 듯했다. 아이들이 자기를 쿤타라고 부르면, 그 아이는 정색을 하며 차분한 말투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미안하지만 내 이름은 쿤타가 아니야. 하지만 검은 대륙의 자손인 것만은 분명하지.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와우키치 족의 전사였거든. 너희들이 내 와우키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말해주지. 내 이름은 옹과니 나우딩구쿠야. 우리 와우키치 부족에 쿤타라는 이름은 없어.”
쿤타는 얼굴 근육 하나 씰룩거리지 않고 아주 태연하게 이런 말을 늘어놓았는데, 진지한 말투보다도 눈앞에 있는 생김새가 영락없는 ‘검은 대륙의 자손’인지라 아이들은 쿤타의 말이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녀석을 쿤타라고 불렀다. 옹과니 어쩌고저쩌고하기가 너무 성가셨기 때문이었다. 이름 부르기 귀찮아 별명을 부르는 건데, 하물며 발음도 어려운 아프리카 이름을 부르랴.
그러나 내가 일 년 내내 쿤타한테 흥미를 느낀 까닭은 그 아이의 증조할아버지 때문이 아니었다. 쿤타네 증조할아버지가 와우 어쩌고저쩌고 족의 전사이건 말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쿤타한테는 정말 놀라운 점이 하나 있어서 그 아이는 나뿐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 모두의 관찰 대상이었다. 아니, 전교생들의 관찰 대상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선생님들도 교실에 들어오면 쿤타부터 유심히 살펴보곤 했으며, 심지어 다른 반 아이들조차 쿤타를 보려고 우리 반을 기웃거리기 일쑤였으니까. 쿤타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빛은 아마 한결같았을 것이다. 식물 관찰 일기를 쓸 때와 같은 그런 눈빛.
쿤타는 그해 1년 동안 무려 30센티미터나 자랐는데,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하면 키가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왜, 가끔 티브이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꼭 그런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수학적으로 따져도 거의 하루에 1밀리미터씩 꼬박꼬박 자란 셈이니 그런 느낌이 들만도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학기 초에는 내가 그 아이를 내려다보고 말을 했는데, 여름방학 때쯤 되자 똑바로 마주 쳐다보고 얘기를 하게 되었고, 학기 말이 되자 도리어 내가 그 아이를 올려다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너 혹시 인간의 탈을 쓴 대나무 아니냐?”
아이들은 질투심을 섞어 그렇게 묻곤 했다. 그러면 쿤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대나무는 아니야. 하지만 대나무와 비슷하기는 해. 우리 와우키치 부족은 움투와칼루 나무를 신성하게 여기거든.”
“움투…… 뭐?”
쿤타는 아프리카 지명이나 동식물 이름을 곧잘 꺼냈는데, 우리는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을 어찌나 자연스럽게 읊조리는지 와우 동네 움투 나무 얘기가 아니라 도봉산 뽕나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아이는 아프리카 홍보 대사라도 되는 것처럼 틈만 나면 주절주절 자기 혈족 자랑을 늘어놓곤 했다.
“그 나무는 한 해에 거의 10m씩 자라. 그렇게 5년쯤 자란 나무는 아예 끝이 안 보일 정도가 돼. 우리 부족 전설에 따르면, 옛날 태양신의 노여움을 산 와우키치 족 전사가 죽어서 나무가 되었다고 해. 태양신에게 용서를 빌려고 죽어서도 태양을 향해 자라게 된 셈이지. 그 나무 이름이 움투와칼루인데, 그건 ‘태양을 향해 자라는 나무’라는 뜻이야. 그 나무는 잎도 가지도 거의 없어. 그저 쭉쭉 위로만 자라지. 줄기도 대나무처럼 매끄러워서 아무리 나무 타기를 잘하는 사람도 끝까지 올라가지는 못해. 백 년 된 움투와칼루 나무라면 높이가 거의 1킬로미터쯤 되는데, 어떻게 올라가겠어. 안 그래?”
녀석은 마치 아프리카에서 방금 돌아온 사람처럼 말했지만,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검은 대륙의 자손’이 직접 하는 말인데 누가 뭐라 토를 달겠는가. 게다가 1년에 30센티미터씩 자라는 미스터리의 주인공께서 하는 말씀이어서 왠지 더 실감 났고, 심지어 권위까지 느껴졌다. 아마 녀석이 키 크는 부적을 팔았어도 우리는 기꺼이 샀을지도 모른다.
한번은 쿤타와 함께 교실 당번을 할 기회가 있었다. 나도 아주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나무처럼 늘씬하게 자라는 녀석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 사실 남자아이들 세계에서 키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기도 하니까.
둘만 있는 참에 나는 키 크는 비결이 따로 있는지 농담처럼 슬쩍 물어보았는데, 녀석은 자세를 고쳐 잡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고 되물었다.
“꼭 알고 싶니?”
녀석의 말투가 어찌나 은밀하고 진지하던지, 나는 마치 부자 된 비결을 염탐하러 흥부네 집에 간 놀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제기랄! 알고 싶으니까 묻지!
이렇게 대꾸해줬어야 마땅했겠지만, 녀석의 진지함에 너무 압도된 나머지 먹이 주는 주인한테 살랑살랑 꼬리 치는 강아지처럼 “응. 말해 줘!” 하고 내뱉고 말았다. 그것도 눈빛을 반짝이며.
“이건 와우키치 부족들만 알고 있는 주술이야. 먼저 다른 사람한테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응. 약속해.”
나는 행여 쿤타의 마음이 바뀔세라 목이 꺾일 만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넌 우리 부족의 저주를 받을 수도 있어. 그래도 좋다고 맹세해.”
“맹세할게.”
그러자 쿤타는 비장한 표정으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태양을 우러러보듯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나, 옹과니 나우딩구쿠는 가장 신뢰하는 벗 한 사람에게 부족의 비밀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전통에 따라 여기 이 자를 벗으로 지목하나니, 벗이 신의를 어기면 저와 함께 처벌하소서.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일종의 서약식을 한 모양이었다. 쿤타는 나를 돌아보며 아주 다정하게 웃었다.
“새벽 3시에 물을 한 그릇 떠 놓고, 먼저 그 둘레를 시계 방향으로 열여섯 바퀴 돌아. 16은 와우키치 족에게 아주 신성한 숫자야. 우리 부족은 태양의 햇살이 열여섯 갈래로 뻗어 나간다고 믿고 있거든. 한 바퀴 돌 때마다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하고 외치는 거야. 그건 칼라파하 신의 뜻에 맡기겠다는 말이야. 이 의식이 끝난 뒤, 떠놓은 물을 네 머리 위에 조금씩 부어. 만일 칼라파하 신의 응답이 있으면, 그 물은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만일 응답이 없다면……”
쿤타가 말을 잠시 끊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꼬올깍! 쿤타가 픽 웃었다.
“뭐, 그냥 보통 물처럼 차갑게 느껴질 테지.”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그야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응답이 올 때까지 다시 하는 수밖에.”
“응답이 오면?”
“그걸로 끝이야. 칼라파하 신이 다 알아서 해줘.”
“너처럼 키가 쑥쑥 큰다는 말이지?”
“그렇지. 나는 운이 좋아서 두 번째에 응답을 받았어. 그건 아마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녀석이 또 증조할아버지 자랑을 늘어놓을 기세여서 나는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만일 끝없이 자라면 어떻게 되는 거냐? 그 움푸…… 뭐라는 나무처럼 말이야.”
쿤타는 빙긋 웃었다.
“움투와칼루 말이구나? 설마 그럴 리야 있겠니? 알맞게 자라고 말겠지. 하지만 키가 너무 커졌다 싶으면 그만 자라게 하는 주술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래, 고맙다. 쿤타. 아니, 옹과……”
“옹과니 나우딩구쿠.”
나는 쿤타의 손을 꽉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제 우리는 신의 뜻으로 맺어진 벗이 아닌가. 고맙다, 옹과니 나우딩구쿠! 진실한 나의 벗이여!
그날 밤,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갔다. 키 크는 비밀 주문을 겨우 알아냈는데 의식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물그릇을 마당 한복판에 놓고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동굴 앞에 선 알리바바처럼 주문을 외웠다. 열려라, 참깨!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열여섯 바퀴를 다 돈 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물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머리 위에 물을 부었다.
과연 칼라파하 신이 내게 응답할 것인가. 검은 대륙의 자손도 아니며, 그저 와우키치 족 전사인 증조할아버지를 둔 아이의 친구일 뿐인 내게.
으, 차가워!
물은 내 머리를 지나 등줄기로 흘러들었고, 가뜩이나 쌀쌀한 늦가을 추위에 갓 잠에서 깨어난 따끈따끈한 피부에 물이 닿으니 오싹 소름이 돋았다. 실패임을 깨달았으나, 나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따지고 보면 칼라파하 신의 은총을 단번에 기대하기엔 나는 너무 먼 족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내 정성을 나타내기 위해 나는 한 사발이나 되는 물을 남김없이 머리에 쏟아부었다.
움카니 칼라파하 나움치…… 신의 뜻대로 하소서.
다음 날 점심시간에 나는 쿤타를 학교 건물 뒤쪽으로 데려가 간밤에 치른 의식에 대해 보고했다. 쿤타는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는 의식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해주었다.
“네가 끝까지 참은 건 정말 잘한 일이야. 하지만 땅바닥에 엎드려 네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어. 물론 그건 안 해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내일 밤엔 꼭 그렇게 할게.”
“그리고 그 물 말인데, 되도록 수돗물을 바로 받지 않는 것이 좋겠어. 수돗물에서 약 냄새가 날지도 모르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그래도 혹시 칼라파하 신이 약 냄새를 싫어할지도 모르잖아?”
“그럼 어떻게 하지?”
“글쎄, 약수를 받아 오던가, 정 어려우면 하루 정도 받아놨다가 쓰면 어떨까?”
“아냐,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수돗물은 나라도 달갑지 않을 거야. 저녁때 약수터에 들려 물을 좀 길어 오지, 뭐.”
“그래, 이런 의식에는 무엇보다 정성이 중요한 거니까, 그게 좋겠어.”
우리는 비밀 제의를 준비하는 사제들처럼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두런두런, 수군수군, 속닥속닥……
나는 이 의식을 대여섯 번 치렀는데, 불행하게 단 한 번도 칼라파하 신의 응답을 받지 못했다. 그 가운데 한번은 늦게 귀가한 아버지 때문에 망치고 말았다. 물그릇을 머리 위에 들이붓고 났을 때 아버지가 불쑥 말을 건넸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나는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물그릇을 떨어뜨려 깨뜨릴 뻔했다.
“그냥…… 아니, 언제부터 거기 서 계셨어요?”
“그게 언제부터냐면…… 딸꾹!”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말하다가 갑작스러운 딸꾹질에 말을 멈췄다. 술에 얼큰히 취해 있었던 모양이었다.
“네가 그릇 둘레를 강아지처럼 뱅글뱅글 돌 때부터. 딸꾹!”
누구 때문에 의식을 망쳤는지 곧바로 깨달았지만, 그나마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있어 다행이었다.
“내 정신이 뱅글뱅글 도는 건지, 네가 뱅글뱅글 도는 건지 몰라서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었어. 딸꾹!”
“아유! 취해서 그렇게 보이신 거예요. 제가 왜 할 일 없이 그릇 둘레를 돌겠어요?”
“그렇지? 맞아. 네 말이 맞을 거야. 딸꾹!”
“웬 술을 그렇게 많이 드셨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아버지는 마루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다 말고 다시 물었다.
“근데 물은 왜 머리에 들이붓니? 딸꾹!”
“그건……”
멀쩡한 아들이 왜 한밤중에 머리에 물을 그릇째 들이붓는지, 딱히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건 칼라파하 신께서 순진하고 멍청한 꼬맹이들을 갖고 놀기 좋아하기 때문일 테죠, 뭐. 잇달아 대여섯 번쯤 실패하자 슬금슬금 칼라파하인지 콜라팔이인지 하는 신도 의심스러웠고, 왠지 쿤타 녀석한테 낚인 기분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도 취해서 그렇게 보이신 거예요.”
“그래? 정말 그런가 보다. 딸꾹!”
아버지는 비틀비틀 안방 쪽으로 걸어가다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그릇은 숭배하지 마라! 그릇 따위를 왜 숭배해? 딸꾹!”
그때까지도 내 손에 물그릇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
쿤타가 진짜 ‘검은 대륙의 자손’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녀석의 생김새를 본다면 아마 여러분도 나처럼 언뜻 판단을 못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이 새빨간 거짓말쟁이인 것만은 확실하다.
‘칭기즈칸’이라는 노래가 한참 유행할 무렵, 나는 쿤타가 다른 아이에게 하는 말을 엿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녀석은 아주 진지하고 은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증조할머니는 몽골 타우무르칸 부족의 후예야. 칭기즈칸이 아프리카를 정복했을 때 그곳에 남게 된 부족이지.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와우키치 부족과 타우무르칸 부족은 큰 전쟁을 치렀는데, 그때 증조할머니가 와우키치 족에게 포로로 붙잡혔던 거야. 와우키치 족은 가장 용맹한 전사에게 전리품을 먼저 선택할 기회를 주는데, 그때 증조할아버지는 다른 전리품을 다 젖혀두고 증조할머니를 택했대. 아마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증조할머니는 불타는 매의 눈, 와우키치 부족 말로 우타키바라의 눈을 가지고 있었거든.”
원 세상에! 아프리카에 몽골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칭기즈칸이 아프리카를 정복했다는 얘기 또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짜식, 거짓말을 하려면 세계사 공부나 좀 하고 하지…… 하지만 녀석이 어찌나 실감 나게 묘사를 하던지, 그 말이 또 사실처럼 들려지니 묘한 일이다. 어이구, 내가 차라리 귀를 막고 듣지를 말아야지.
하지만 나는 대엿새 동안 새벽에 일어나 물을 뒤집어쓴 끝에 아버지로부터 소중한 가르침을 하나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그릇을 숭배하지 말라!
위기철
지난겨울을 연희에서 따뜻하게 보내고 뭔가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 초라한 원고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발행일 분위기에 맞춰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녹슨 머리와 삭은 몸이 협조를 안 해주더군요. 쓰세 쓰세 젊어서 쓰세 늙어지면 못 쓰나니 화무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세월한테 마구 팩폭을 당했습니다.
2018/12/25
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