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선생님의 답장 / 꿈 안 꾼 날
선생님의 답장
―일기장 낸 다음 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남으라신다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하나?
무슨 일을 시키시려나?
남은 사람은
나랑 너
둘 뿐이다
선생님이
우리 둘이 옆에 앉으라신다
어쩔 수 없이 앉았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꾹 참았다
둘이 앉아
아무렇지 않게
가정통신문을 세었다
발이 둥둥 떠
집으로 가는 길
일기장에 또 무슨 말을 적을까
꿈 안 꾼 날
눈을 감고 잠이 오길 기다린다
챡챡챡챡
시계 소리 시작하고
냉장고도 한숨 쉰다
등 뒤에서 바삭
벽보고 눕지 말걸
누구지?
벌레가 걸어오시는 소린가
과자 봉지 소리일 거야
눈을 뜨려다가
아침이 됐다
이보연
내가 쓴 시들이 언제부터 어린이 시가 아니라 동시가 된 것일까. 나는 계속 자라는 중인데…… 오래도록, 모든 친구랑, 시를 읽으며, 입 벌려 웃는 일을 하기. 꼭 그러기.
2019/07/30
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