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생강 껍질을 벗기려는데
   올통볼통하다.

   올통볼통해서
   매끈하게 안 벗겨진다.

   생강과 생각은
   닮았다.

   껍질을 마저 벗겨야 하나
   그만두나,

   생각이
   올통볼통하다.





   마스크



   버스 타러 가는 길에
   큰 마스크 둘,
   작은 마스크 하나와
   마주쳤다.

   버스가 와서 닿자
   마스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버스에 올라탔다.

   검정 마스크가
   천천히 운전대를 잡더니
   부르릉 부룽 - 시동을 건다.

   마스크 하나는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상교

동시와 동화, 그림책 글을 쓰고 있어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소박하고 간결한 여러 가지를 사랑하며 소소하게 살아갑니다. ‘사람이 걸어간다’ 대신 ‘마스크가 걸어간다’ 시대를 맞이한 것 같아 서글픕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찰방찰방 밤을 건너』가 있습니다.

2020/12/29
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