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양파 속의 동심원

   호수에 돌을 던지듯
   양파의 마음속에
   누가 설렘을 던졌을까?

   작은 양파가
   여덟 겹의 동심원을 그리는 동안
   양파의 심장은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그걸 안으로, 안으로만 감추느라
   양파는 저 홀로 점점 매워졌고

   그래서 또 누군가는
   꽁꽁 싸맨
   양파의 마음을 쪼갤 때
   눈물도 대신 흘려주는 게지





   직선 긋기



   직선을 그린다는 게
   손이 흔들려 물결이 되었어

   물결은 물결을 낳아
   곧 바다가 되었지

   바다가 생겨나자
   작은 섬 같은 지느러미가
   수욱 솟아오르는 거야

   상어?
   깜짝 놀라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무언가 밑에서 슬며시 받쳐주었어

   나도 모르게 섬을 그렸구나
   했는데, 아! 친절한 고래 등이지 뭐야

   고래는 빠르게 헤엄쳐
   뭍으로 데려다주었어

   덕분에 수영도 못하는 난
   무사히 도화지 밖으로 빠져나왔지

   직선을 그을 땐 조심해야 해

강기원

가끔, 아주 가끔 시를 쓰다 울어요. 매운 양파를 자를 때처럼 참으려 해도 저절로 흐르는 시의 눈물. 수줍은 양파처럼 안으로, 안으로만 뱅뱅 돌다 공황장애라는 무서운 병에도 걸렸어요. 하지만 우연히 틀리게(틀렸다 여긴) 그린 물결 속 고래가 있어 든든하지요. 곧 죽을 것 같을 때 스윽 등을 내어주는 동시의 고래 말이에요.

2022/09/27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