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아이



   한겨울에 찾아오는 아이가 있어

   얼음처럼 찬 공기를 꽁꽁 싸매고
   베란다 유리창으로 동그랗게 오지
   희뿌옇게 오지

   나는 얼른 문을 열어
   아이에게 동그란 눈 두 개와
   웃음을 달아줘
   우리는 소리 없이 웃어

   아침 햇살이 반짝이면 아이는 떠나

   우리집 추운 자리에 오는
   동그란 겨울 아이, 조금 전에 만났어





   저녁놀



   온종일 심심했어
   그럼 어때
   저녁놀이 왔는걸

   분홍파랑빨강 보랏빛 하늘이
   나를 물들이고 있어
   같이 놀자고 저녁이 오잖아

   마스크 가방 연필
   다 밀어내고
   저녁엔 놀기

   자꾸만 좋아지는 저녁
   놀

신재섭

오리와 한 마리 새가 궁금해서 성사천으로 산책을 나간다. 오리는 오리대로 동그란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게 겨울을 나고 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날마다 찾으러 길을 나선다. 그래서 마음이 분주하다. 서로들 그러는 중에 자기 자신과 잘 놀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

2023/01/31
6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