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영 시인이 오은 시인과 신종은 건축가에게 보낸 화분에 적힌 문구에서 착안했다.


  나오는 사람들

  시인 A
  건축가 A
  시인 B
  건축가 B
  화원 주인(주인)
  손님

  장소

  화원
  건축가 혹은 시인의 거실

  1. 화원에서
  2. 건축가의 거실에서: 교화
  3. 다시 화원에서
  4. 시인의 거실에서: 면역
  5. 이제와는 다른 화원에서: 파종
  6. 여느 때와 같은 화원에서


   1. 화원에서


     따뜻한 화원.
     수많은 화분이 놓여있다.
     시인 A는 화원을 둘러본다.
     여러 식물을 살펴본다.

시인 A

이게 해마리아였던가? 붉은 잎맥을 만지면 따뜻할 것 같아.

     시인 A 해마리아를 슬쩍 손으로 건드려 본다.
     그는 내내 식물을 가만 바라보며 오래 생각한다.

시인 A

요동치는 햇빛. 이걸 좋아할까? 아니야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아. (사이) 그게 아니라면…… 꽃! 카라가 아름답게 폈네. 카라는 일본어로 비어있다는 뜻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스페인어로는 얼굴! 비어있는 얼굴. 아니 언젠가 지워질 얼굴…… 슬프네.

     시인 A 잠시 감상에 젖는다.

시인 A

아냐. 이걸 주면 내가 슬퍼지고 말 거야. 몬스테라도 있네. 뿌리가 물을 쥐고 있다니 연약한 것 같지만 강한 것 같아. 수경 재배가 다른 단어로 뭐였더라. 나중에 그 단어 써야지 했었는데. (고민) 그게 뭐였지…… 그게!

     시인 A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괴롭다.
     테이블야자 화분을 안고 있는 화원 주인과 손님이 이야기를 나누며 나온다.

주인

거실에서 키우면 금세 웃자라잖아요. 분갈이할 때 마사토만 써보세요. 더 튼튼하게 자랄 거예요. 거의 매주 화분을 사 가셨던 것 같은데 이제 분갈이할 화분이 꽤 되겠네요.

손님

거실이 밝아 보일 정도로 화분이 늘었는데 아직 많이 서툴죠.

주인

지금도 충분해요. 이렇게 정성 들여 키우는 분도 많지 않은데요.

손님

……사랑하니까요. (횡설수설) 그러니까…… 여기 화원 주인께서 열심히 키웠던 것들이고 또 이렇게 도움도 주시고…… 아무튼요.

주인

매번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얘는 테이블야자인데요. 꽃이 잘 안 자라는 녀석인데 얼마 전에 폈어요. 감사 선물로 드리려고요.

손님

제가 좋아서 찾아오는 건데요.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쩌죠? 지금처럼 잘 키울게요.

주인

그래 주실 거라 믿어요. 모르시는 거 있으면 또 오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손님 퇴장한다.
     화원 주인에게 달려가는 시인 A.

시인 A

(애원하듯) 그게 뭐였죠? 수경 재배를 다른 말로도 ‘그렇게’ 부른다고 했어요! 기억해내야 해요.

주인

수경 재배는 그냥 수경 재배라고 하는데요.

시인 A

아뇨! 분명히 있어요. 이걸 기억해내지 않으면 저는 시 한 편을 잃고 마는 거예요.

     두 사람 발을 동동 구른다.

주인

수경은……

시인 A

물!

주인

재배는……

시인 A

가꾸기

같이

물 가꾸기!

     화원 주인과 시인 A 즐거워한다.
     시인 A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메모한다.
     화원 주인은 시인 A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시인 A

(문득) 아! 또 까먹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재료를 모으지 않으면 나중에 쓸 게 없거든요. 아픔을 팔아 쓰는 건 모두 다 해서……

주인

작가님이세요?

시인 A

작가님은 아니고…… 그냥 시를 써요.

주인

시인님!

시인 A

그냥 시인이요.

주인

어쩐지 아는 게 많으신 것 같았어요.

시인 A

시인이라서 많이 아는 건 아니고요…… 아는 게 많은 것도 아니고요……

주인

시인분들은 모든 걸 아름답게 보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 않나요?

시인 A

사랑하는 것보다 대체로 미워하는 것을 쓰죠……

     잠시 침묵이 흐른다.
     화원 주인 민망한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한다.

주인

제가 아는 분도 시인이세요!

시인 A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주인

문주영이라고…… 시집도 내셨어요! 충무로 지하철역에 그분 시도 적혀있다던데.

시인 A

(고뇌) 아……

주인

모르시는 걸 보니 안 유명하신가 봐요.

시인 A

우리나라 시인이 오만 명이 넘어서요…… 그만큼 문예지도 쏟아져 나오고…… (사이) 제가 모른다고 안 유명하신 분은 아닐 거예요.

     다시 침묵.
     이번에는 시인 A 민망한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한다.

시인 A

저는 화원을 자주 가는 편인데요 이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네요. 건강한 식물들을 보니 돌봐주시는 분이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아요. 분명 사려 깊고 마음이 따뜻하신 분일 거예요.

주인

(마음이 좀 풀어진다) 물과 햇빛은 당연하고 좋은 말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사랑으로 돌보면 알아서 잘 커요.

시인 A

무엇이든 사랑을 받으면 건강해지거든요. 하나 같이 귀해서 무얼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요.

주인

애인께 선물하시려고 하는 거죠?

시인 A

(부끄) 애, 애인이죠. 그렇다고 해도 되겠죠? 차차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로 주려고요.

주인

아까 보신 몬스테라도 요즘 잘 나가요. SNS에서 자주 보셨죠?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물만 갈아주면 키우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어요.

시인 A

몬스테라는 잎이 시원시원하니 보기 좋죠. 물에 키워서 그런지 청량감이 느껴지네요.

     그러나 시인 A 별다른 말이 없다.

주인

(고민) 아니면…… 조앤 다니엘이나 애프터글로우 같은 다육이는 어떠세요? 취향을 잘 모르시면 가장 무난하고 좋죠. 일단 작고 귀엽잖아요.

시인 A

다육이 중에서도 이 둘은 잎이 몽글몽글한 느낌이라 부드러워 보여요. 좋은 것 같아요.

     또다시 시인 A 별다른 말이 없다.

주인

그러면…… 장미 허브는 어떠세요? 허브는 취향도 안 타고 식재료로도 써서 유용하죠. 잘 자라기도 하고요. 이건 제가 외목대로 키우려고 정성 들인 거예요. 나무 느낌이 나서 집이 풍성해 보일 거예요.

시인 A

어…… 좋은데요! 정말 잘 가꿔 키우셨네요. 어린나무처럼 보여요. 그렇지만 아주 건강한 느낌도 있고요.

주인

(기쁨) 이걸로 드릴까요?

     여전히 시인 A 별다른 말이 없다.

주인

마음에 안 드세요?

시인 A

아뇨. 장미 허브 좋은데요. 조금 더 특별한…… (고민) 혹시 자라지 않은 건 없나요?

주인

자라지 않은 장미 허브요? 이 장미 허브도 충분히 작은 편인데.

시인 A

아…… 그게 아니라, 씨앗으로요.

주인

씨앗이요? (실망) 아까 제가 돌 본 식물들이 아름답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시인 A

그 마음은 변치 않았어요! 정말로 멋진 데요…… 화원 주인의 마음을 선물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결심) 그래요! 씨앗을 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흙 담을 화분이랑 씨앗 좀 주세요.

     화원 주인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화분을 가지러 간다.
     흙이 지저분하게 묻어있는 검은색 고무 화분과 씨앗을 가지고 온다.
     시인 A는 화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은 채 신났다.

시인 A

이 작은 씨앗이 자란다는 건 정말 신기해요. 허브는 잘 자라니까 새로운 싹을 다른 화분에 옮겨주고, 또 자란 걸 다른 화분에 옮겨주고. 생각만 해도 기쁘네요. 이러다가 장미 허브 농장 차리면 어쩌죠?

주인

식물을 잘 키워보시지 않은 분들은 발아조차 어려울 수 있는데……

시인 A

저랑 같이 키우면 돼요. (혼잣말) 같이 키우려면 같이 살자고 해야 하나. 나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시인 A 화분에 씨앗을 심기 위해 손으로 흙을 조금 판다.
     그러다가 생각이 바뀌었는지 다시 흙을 덮는다.

시인 A

생각해보니까…… 같이 심는 편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저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주인

저…… 저기.

     시인 A 화분을 안고서 밖으로 급히 뛰어나간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서 화원 주인에게 돈을 주고 떠난다.



   2. 건축가 A의 거실에서 : 교화


     건축가 A는 거실 한 가운데 놓여있는 검은색 고무 화분을 본다.

건축가 A

     화분이…… 외할머니댁 고추 화분이랑 똑같네.

     흙이 묻어 있는 지저분한 화분을 손끝으로 겨우 잡아끌어 거실 여기저기 둬 본다.

건축가 A

     이걸 어쩌지. 어디에 둬도 이질적으로 보이는데.

     건축가 A는 포기하고 다시 거실 한 가운데 둔다.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온 시인 A가 거실로 나온다.

시인 A

급하게 오느라고 손에 흙이 묻을 줄도 몰랐네요.

건축가 A

      천천히 오셨어도 됐는데…… 화장실에서 수건 못 찾았어요?

시인 A

수건 봤어요. (손을 본다) 그런데 물기를 닦지도 않고 나왔네요.

건축가 A

     수건 갖다 드릴게요.

시인 A

아뇨, 아뇨. 그냥 바지에 닦으면 돼요. 괜찮아요.

     건축가 A 시인 A의 옷에 흙이 묻어있는 걸 본다.

건축가 A

     옷에 흙이 묻으신 것도 당연히 모르셨겠죠?

시인 A

(웃음)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봐요.

건축가 A

     찾아오시는 데는 안 힘드셨어요?

시인 A

(집을 둘러보며) 소형 이층집. 석재 외벽. 직사각형의 빨간 대문. 설명만 듣고는 못 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쉽게 찾았어요. 이 동네에서는 유일한 집이던데요.

건축가 A

     짓고 나니까 특이한 집이 되었더라고요. 지나가던 사람들도 자주 대문 사이로 들여다보고요. 건축은 집만 잘 짓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로워야 하는데……

시인 A

특이하다기보다 특별한 집이라는 단어가 더 좋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집들은 대체로 비슷하잖아요. 이 집을 기점으로 옆집도 새로운 느낌의 집을 지을 수 있죠. 오십 년 후에는 조화로운 집이 되어있을 거예요.

건축가 A

     집 짓고 사실 후회를 많이 했어요. 여기저기 실수한 흔적도 너무 많고. 그렇게 많은 집을 지었는데 아직도 건축가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건 아닐까 하고요.

시인 A

자질 갖추지 못한 건축가가 지은 집이라기엔 너무 근사해요. 무엇보다 계단이 멋져요.

건축가 A

     제가 계단을 좋아해서요. 사람의 척추 같잖아요. 계단에 앉아 있으면 안정감이 드는 것 같아요. 난관이나, 층의 높낮이, 계단의 뒷면,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구조 같은 것들에 신경 좀 썼어요.

시인 A

마치 시어 같네요. 그것들이 모여서 한 편의 시를 만드는 거죠. 제가 이웃이라도 이 집이 궁금할 것 같아요.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누굴까. 어떤 생활을 할까. 가끔 그런 게 궁금하잖아요. 생활을 관찰하고, 물든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저 이웃의 마음으로서 궁금한 게 있어요. 이 집에는 마당이 있을까, 없을까.

건축가 A

     들켰네요. 제가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서…… 마당을 일부러 만들지 않았어요. 손이 많이 가잖아요. 부지도 좁아서 주차장을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저한테는 베란다 정도가 딱 맞는 것 같아요.

시인 A

저희 집 베란다는 버려야 하는 책이 쌓여 있어서 지저분하거든요. 여기서 시 쓰면 좋겠네요. 오래된 음악 틀고 오래된 책 읽어도 좋고. 사람들 불러서 커피 한 잔 마시면 더, 더 좋을 것 같고요.

건축가 A

     모두 제가 안 하는 일이라서……

시인 A

그러게요. 모두 제가 하는 일이네요.

건축가 A

(고민)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는 일은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제대로 장소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주…… 놀러 오세요.

시인 A

생각보다 더 자주…… 놀러 올게요.


     두 사람은 부끄러워진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건축가 A

     제가 손님을 세워두고 너무 떠들었네요. 거실에 아직 소파가 안 들어와서요. 주방으로 가서 식탁 의자에라도 앉으실래요?

시인 A

괜찮아요. 카펫에 앉으면 될 것 같아요.

     시인 A 편하게 카펫 위에 앉는다.
     건축가 A 엉거주춤, 시인을 따라 앉는다.
     조금 떨어져서 앉았지만 부끄러워진다.
     두 사람은 덩그러니 놓인 화분을 본다.

시인 A

아까 화원에 갔다 왔어요. 화원 주인이 얼마나 식물을 정성 들여 가꿨는지 하나 같이 싱그럽고 반질반질하더라고요.

건축가 A

     화원에 가셨구나…… 그런데요. 반질반질한 식물들 대신 왜 흙만 가져오셨어요? 이…… 런 고무 화분이랑.

시인 A

그 많은 식물 중에서 어떤 걸 선물로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요. 식물을 함께 돌보는 과정이 가장 뜻깊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건축가 A

     (이해가 안 가지만) 와…… 그렇구나. 감사해요. 정말 색다르고…… 뜻깊네요. 저는 그런 선물은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시인 A

그쵸! 기뻐해 주셔서 다행이네요.

건축가 A

     (화제 전환) 제가 깜박하고 마실 것도 안 내왔네요. 금방 차 준비해 올게요.

시인 A

차는 나중에 마셔도 돼요. 제가 씨앗을 따로 챙겨 왔거든요. 같이 심으려고요. 먼저 이것부터 할까요?

건축가 A

씨앗이요? 제가 따로 심는 것…… 보다 아무래도 같이 심는 게 더 의미가 있겠죠? (망설이다가) 잠, 잠시만요.


     건축가 A 신문지를 가져와서 바닥에 깐다.
     시인 A 잠시 생각에 잠긴다.

시인 A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나 봐요. 흙 묻은 화분을 괜히 집안에 들고 와서……

건축가 A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나중에 바닥 치울 때 좋잖아요. 저도 즐거워요.

시인 A

그렇죠? 분명 뜻깊은 일이 될 거예요!

건축가 A

     (애써 기쁜 척) 와 신난다. 다 깔았으니까 우리 이제 해볼까요?

시인 A

제가 먼저 해볼게요. 흙을 깊지 않게 파내서…… 곳곳에 씨앗을 심으면 돼요. 다닥다닥 붙으면 자라는데 힘드니까 조금 떨어뜨려 두, 세 개정도 뿌려주면 돼요. 굉장히 좋은 흙인가 봐요. 여기 지렁이도 있고!

     사이.
     건축가 A는 지렁이를 보고 놀란다.

시인 A

징그럽죠? 해를 끼치는 애는 아닌데…… (시무룩) 그럼 제가 할 테니까 옆에서 지켜보실래요?

건축가 A

     (망설이다가) 같이 하기로 했던 거니까요. 해볼…… 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건축가 A 한참을 망설이다가 흙 속에 손가락 하나를 겨우 넣는다.

건축가 A

     (두려움)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시인 A

제가 지렁이 잡고 있을 테니까 심어보세요.

건축가 A

     조금 흙을 파서…… 씨앗을 조금 떨어진 곳에…… 두세 개씩 심는다…… 그런데 이건 어떤 씨앗이에요?

시인 A

장미 허브라고 하는 건데 크고 나서 잘 가꾸면 어린나무처럼 보여요. 작은 나무 말고요.

건축가 A

     작은 나무 말고 어린나무…… 차이가…… 있겠죠?

시인 A

작은 나무는 태초에 작은 거죠.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작은. 어린나무는 나이가 어린나무요. 어디까지 성장할지 나무 자신조차도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거죠.

건축가 A

     모양이 궁금하네요.

시인 A

지금 찾아보는 것보다 이 씨앗이 자란 후에 보는 건 어때요? 키우는 동안 즐거움이 커질 것 같은데.

건축가 A

     그럼 궁금증을 참아볼게요. 생각해보니까 이런 흙을 만져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아요.

시인 A

오랜만에 만지는 흙인데 좋은 흙이라 다행이네요.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말라서 부서지지도 않고. 저는 이런 흙을 만지면 적당한 차가움이 느껴져서 좋아요.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향도 좋고요.

건축가 A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그렇네요. 아마 혼자였다면 그냥 흙이구나 했을 거예요. 아니 흙을 만지지도 않았겠죠.

시인 A

감각을 세우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런가 봐요. 뭐라도 쓰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감각을 세워서 좋은 점은 기억들이 아주 자세히 떠올라요. 오늘을 추억하자면 가장 먼저 이 거실이 생각나겠네요. 흙냄새, 목소리, 조금 후에 차를 마신다면 그것조차도요. 촉각은…… 부드럽고 적당한 찬기를 지닌 흙이 생각나겠네요.

건축가 A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네요. 저는 그 방법을 이제 알았으니까 이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시인 A

저도 오늘이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사이.
     부끄러움에 서로의 눈을 보지 못한 채.

건축가 A

     이제 지렁이 놓아줘도 될 것 같아요. 저 때문에 지렁이가 고생이네요.

시인 A

이제 물을 줄까요? 입구가 좁은 걸로 물을 줘야 하는데……

건축가 A

     분무기가 없는데…… 입구가 좁은 거…… 잠시만요.

시인 A

제가 급하게 오느라 물받이도 안 가져왔네요. 쟁반 같은 것도 있으면 주세요.

건축가 A

     물받이 쟁반…… 뭐든 찾아볼게요.

     건축가 A가 와인 병에 물을 담아서 쟁반과 함께 가져온다.
     본인이 가져왔지만 이질적이라 당황스럽다.

건축가 A

     저희 집에 이런 쟁반밖에 없어서요. 화분이랑 너무 안 어울리는데 괜찮을까요?

시인 A

같은 모양이어야 짝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괜찮아요.

건축가 A

     그래도…… (쟁반을 손에 들고 망설인다.)

시인 A

오래 보고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건축가 A 화분 아래 쟁반을 물받이로 받친다.
     시인 A 화분에 물을 주려다가 건축가 A에게 건네준다.

시인 A

술을 부어주세요.

건축가 A

     우리에게 술 같은 물을 줄까요?

시인 A

그렇죠. 술 없이는 못 살죠. 씨앗을 심었을 때 입구가 큰 걸로 물을 부으면 씨앗이 떠오르거나 떠내려갈 수도 있어요. 입구가 작은 걸로 살살 부어줘야 해요. 그렇지만 흠뻑 적셔야 돼요.

건축가 A

     살살 부어주면서 흠뻑 적신다…… 이렇게 씨앗을 심어보는 거 처음이에요. 다 자란 화분을 키운 적은 있어도…… 물론 잘 죽지도 않는다는 선인장도 다 죽였지만요.

시인 A

키워보신 적 있어요? 저는 식물에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어요. 선물하겠다고 가져왔는데 저 좋다고 한 일이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건축가 A

     이건 같이 좋자고 하는 일이죠. 독립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화분을 사서 키웠어요. 햇빛도 주고, 이렇게 물도 줬는데 그거야말로 저 좋자고 하는 짓이 됐어요. 어떤 건 썩어서 죽고, 어떤 건 말라서 죽고…… 쉽게 내다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전부 제 잘못으로 죽은 것들이라서…… 사랑을 준다고 줬는데 부족했나 봐요. 사실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준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요.

시인 A

반대로 사랑이 너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아마 선인장은 두 달에 한 번 줬어도 무방한데 목이 마를까 봐 물을 자주 주는 바람에 죽었겠죠.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는데 조바심이 난 거죠. 설령 사랑이 부족해서 죽었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단지 서툴렀던 거죠.

건축가 A

     걱정이 돼요. 서투름을 벗어나 보겠다고 또 화분을 죽일 순 없잖아요.

시인 A

지금은 익숙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건축가 A

     할 수 있을까요? 이제껏 사랑이 과했는지, 부족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시인 A

사랑은 눈을 감고 주는 거라고 하잖아요. 모르는 게 맞아요. 그러니까 자신을 믿어도 돼요.

건축가 A

     (사이) 그럼 햇빛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인 A와 건축가 A 화분을 들고 베란다 근처로 간다.
     햇빛이 유난히 잘 들어오는 곳에 화분을 둔다.

건축가 A

     집을 다 짓고 나서 어디선가 한 줄기의 빛이 들어오는 거예요. 옆집 창문에 반사돼서 들어오는 빛이더라고요. 저 빛을 어쩌지 고민했는데 햇빛이 쓸모가 있네요.

시인 A

시를 쓸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의도는 쓸 때 생기는 게 아니라 다 쓰고 난 후에 제멋대로 생기거든요.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시어가 발화하는 거죠. 씨앗도 저 햇빛을 보고 발화하겠네요…… 우리는 과정이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건축가 A와 시인 A 아까보다 가깝게 붙어 앉는다.

건축가 A

     이제 또 뭘 해야 할까요?

시인 A

이제부터는 식물에게 노래도 들려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주고……

건축가 A

     사랑한다는 지금 말하기 부끄러우니까…… 음악을 틀어줄까요?

     건축가 A 음악을 튼다.

시인 A

좋아해요.

건축가 A

     네? 저요?

시인 A

네? 저도 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건축가 A

     아…… 음악을 좋아하신다고요.

시인 A

잘못 들으셨어도 돼요…… 그것도 맞는 이야기니까.

     부끄러워했다가
     시인 A와 건축가 A
     조금 더 가까이 앉는다.
     사이.

건축가 A

     이번에는 다를 거란 느낌이 들어요. 무럭무럭 잘 자랄 것 같아요.

시인 A

좀 자라면 분갈이를 해줄까요? 지금 보니까 이 집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건축가 A

     안 돼요. 이대로도 좋아요. 오래 보니까 괜찮아졌어요. 이 집에 화분이 있는 것도, 지렁이가 있는 흙도, 검은색 고무 화분도, 어울리지 않는 쟁반도 다 괜찮게 보여요.

     시인 A 건축가 A와 함께 마주 보며.

건축가 A

     생활에 물들었나 봐요.

     암전.



   3. 다시 화원에서


     여전히 따뜻한 화원.
     수많은 화분이 놓여있다.
     건축가 B는 화원을 둘러본다.
     여러 화분을 살펴본다.

건축가 B

     파랑…… 파랑…… 또 파랑일 텐데.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이내 다가가 화분을 보다가 다시 물러나며.

건축가 B

     빛…… 빛…… 빛. 빛도 없지 않을까. 분명 집이 남향인지 따지지도 않았을 거야. 그렇게 밤낮이 없이 시 쓰니까 빛이 중요한지 모르지. 왜 매번 그런 집을 구하는 거야? (사이) 그래 네가 좋아하는 도서관이랑 가까운 집.

     건축가 B는 어떤 화분을 골라야 하나 생각한다.
     이내 곧
     하나의 화분이 눈에 들어온다.
     성인의 종아리 길이쯤 되는 화분.
     건축가 B는 아가베 화분을 오래 본다.

     화원 주인이 나온다.

주인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건축가 B

      (침묵)

주인

(은근슬쩍) 개업 선물하실 거면 황금죽도 괜찮아요. 공기 정화에도 좋고요. 행운목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격이 좀 저렴해서 많이 하세요.

건축가 B

     (침묵)

주인

(눈치껏) 집에서 키우시는 거면 수염 틸란드시아 어떠세요? 이 아가는 아마 카페 같은 곳에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벽에 걸어두기만 해도 인테리어 효과가 있어요.

건축가 B

     (혼잣말) 색이……

     손님 화원에 들어온다.
     화원 주인을 아는 척하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화원 주인을 기다리기로 한다.

주인

(망설이다가) 공중 식물이 별로면…… 이 친구는 용신목이라고 선인장이에요. 이 친구는 가시가 많지 않아서 깜찍해 보이죠. 아시다시피 선인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고요.

건축가 B

     (혼잣말) 질감이……

주인

(당황해서) 그, 그럼 요즘 유행하는 아레카 야자나무는 어떠세요? 이 녀석은 키가 커서 시원시원해요. 거실에 두면 따뜻한 동남아 같은 분위기가 나죠. 작은 화분이 아니라 넘어질 위험도 없고요. 또……

건축가 B

     (혼잣말) 크기가……

주인

에이! 풍수지리 때문에 그러세요?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사람보다 키가 크면 안 좋다는 거 다 미신이에요.

건축가 B

     (둘러보며 한 걸음 물러난다.)

주인

(다급하게) 그럼 이거요! 이거! 아가베요.

건축가 B

     (혼잣말) 햇빛이 안 들어와서 전체적으로 집이 추워 보일 것 같은데…… 붉은 잎이 나으려나. 아냐 책 꺼낸다고 왔다 갔다 하면 화분을 쓰러뜨릴 거야. 진초록 잎이라도 차라리 잎이 단단한 게 낫지.

주인

(급하게) 마음에 드시죠? 얘는 공기 정화에도 좋고요. 잎이 매끄럽고 곡선이 있는 게 예쁘고요. 화분이 종아리 길이 정도 되니까 풍수지리적으로도 괜찮을 거예요. 아뇨. 완전 괜찮아요. 원하시는 조건에 아주 적합한, 이보다 좋을 순 없는 식물이죠.

건축가 B

     (잠시 고민하다가) 무엇보다 이 식물은……

주인

그쵸! 무엇보다 잎이!

건축가 B

     줄기가……

주인

줄기가 아름답!

건축가 B

     줄기부터 뿌리까지 담고 있는…… 화분이 아름답네요.

주인

(허망) 네? 화분이요?

건축가 B

     (조금 신나서) 네. 정말, 정말로요. 화분은 식물의 집인데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죠. 토분이라 질감이나 색감이 따뜻해 보여서 거실이 경직되어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집은 자고로 편안한 느낌을 줘야 하거든요. 그냥 이건 제 직업적 철학이에요.

주인

(실망) 오랫동안 화원을 했지만 화분을 보고 고르시는 분은 처음 봐요.

건축가 B

     (듣지도 않고) 아까 식물 이름이 아가베라고 했었나요? 아가베 시럽이 이건가.

주인

(기분이 상했으면서도) 네. 아가베 시럽이 얘 뿌리에서 나오는 거예요.

건축가 B

     먹으면서도 몰랐네요. 물이나 햇빛을 신경 써야 하나요?

주인

물은 잊을 때쯤 주시면 돼요. 한 달에 한 번씩 정도요. 햇볕도 적당히 쬐어주시면 돼요.

건축가 B

     다행이네요. 책임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라서요. (사이) 이걸로 가져갈게요. 감사합니다. (돈을 내고 나가려다가) 혹시 꽃말 같은 게 있나요?

주인

그럼요. 아가베는 섬세, 강한 의지가 꽃말이에요.

건축가 B

     공기 정화 식물도 그런 게 있다니 신기하네요. 안녕히 계세요.

주인

예쁘게 키워주세요.

     화원 주인은 앉아서 남겨진 화분들을 가만 본다.
     손님은 화원 주인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화원 주인은 뒤늦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손님을 발견한다.

주인

언제 오셨어요? 손님이랑 이야기하느라고 오신지도……

손님

(처음으로 눈을 바라보며) 저녁에 올게요. 꼭 올게요.

     손님이 급하게 자리를 떠나고
     화원 주인은 손님이 떠난 자리를 본다.
     암전.



   4. 시인 B의 거실에서: 면역


     시인의 거실에는 식탁 겸 책상과 의자가 있다.
     건축가 B가 사 온 아가베 화분이 바닥에 놓여있다.
     건축가 B는 집을 둘러보고 있다.
     시인 B는 차를 준비하느라고 목소리만 들린다.

건축가 B

     새로운 커튼을 샀으면 이왕이면 다른 색을 사보지 왜 또 파랑이야. 이제 날도 추워지는데.

시인 B

나한테는 따뜻한 색으로 보이는데?

건축가 B

     그런가? (혼잣말) 파랑이 어떻게 따뜻해 보여. 집이 전체적으로 차가워 보이는데. 벽지는 하얀색, 마룻바닥은 라이트 베이지, 몰딩은…… 유행 다 지난 체리. 북향집인데 창은 왜 이렇게 커? 조망도 별로고 빛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이 나라는 건축가 이름이 안 남는다고 하지만 자존심은 지켜야지. 하긴 사는 사람이 집에 대한 애정이 없는데 누가 애정을 가져. 온통 책, 책, 책. 이게 사람 사는 집이야? 책방이지.

시인 B

(차를 가지고 나온다) 뭐라고 했어? 미안. 잘 못 들었어.

건축가 B

     아니야. 혼잣말했어.

시인 B

또 집 욕했지.

건축가 B

     아니? 그냥…… 전문가 뒀다 뭐하나 싶어서. 나랑 같이 집 구했으면 이보다 나았을 거라 생각했지.

시인 B

뭐 하러? 같이 사는 집도 아닌데. 난 돈도 없어서 애초에 네가 원하는 집은 볼 수도 없어. 후진 집 돌아다니면서 보는 거 지치잖아.

건축가 B

     같이 살 생각은 있어?

시인 B

없지. 알잖아. 온전한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 거.

건축가 B

     도대체 어디가 온전하다는 거야.

시인 B

너는 잘 몰라. 이 커튼만 해도 다 내 의도가 있어. 이 마룻바닥은 모래사장 같고, 파란색 커튼은 바다 같고. 바람 불면 커튼이 넘실거리는 게 파도 같잖아. 그렇지?

건축가 B

     글쎄.

시인 B

우리 겨울에 안목해변 갔을 때 생각해 봐. 그때랑 비슷하지 않아? 사람도 없는 해변에서 종일 파도 치는 거 봤잖아.

건축가 B

     난 잘 모르겠는데. 그때 기억이 별로 좋지도 않고. 그날 나는 회 먹고 싶었는데 네가 분위기 망치지 말라고 해서 해변에 앉아있던 거잖아. 나는 집 가서 남은 반찬으로 밥 비벼 먹었어

시인 B

모르겠으면 말아. (사이) 화분까지 들고서 언덕 올라오는 데 힘들었지?

건축가 B

     응 엄청. 저번에는 도서관이 평지에 있었는데. 이 동네는 왜 산 중턱에 도서관을 만들어 놔서 사람을 산 중턱 살게 만들고.

시인 B

대신 도서관이 엄청 커. 책도 많고. 무슨 건축 상도 받았다는데.

건축가 B

     도서관이 건축상 받은 건 나한테나 의미 있지 너한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이동하는데 힘들기만 하고. 남들은 역세권에 살고 싶어 하는데 너는……

시인 B

나는 책 읽고 시 쓰느냐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데 역세권이 뭐가 중요해. 나는 매번 이사 가는 게 나쁘지 않았거든? 새로운 도서관에 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 이사는 좀 힘들더라. 이 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가려니까 책이 짐이 되고 있어. 일부러 사람들한테 선물도 하는데 그래도 자꾸만 늘어나.

건축가 B

     필요 없는 책들은 정리하지 그래.

시인 B

책을? 저거 내 유일한 재산이야.

건축가 B

     재산인데 쓸모가 없잖아. 매일 저 책들을 다 꺼내 보는 것도 아니고.

시인 B

그럼 그릇은? 매일 쓰는 그릇은 사실 몇 개 안 되는데 사람들은 많이 사잖아.

건축가 B

     그건 네가 밥을 잘 안 챙겨 먹으니까 그릇 몇 개로 돌려쓰는 거고.

시인 B

사람은? 우린 자주 안 보지만 이렇게 인연을 이어가잖아.

건축가 B

     그건 네가 매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런 거고.

     사이.
     할 말이 없어진 시인 B는 건축가 B가 사 온 화분을 살펴본다.

시인 B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고마워. 얘는 잎이 단단해 보이네. 잎을 꺾으면 오도독 뼈 소리가 날 것 같아.

건축가 B

     기껏 화원까지 가서 산 건데 왜 꺾으려고 해.

시인 B

그럴 것 같다고, 비유를 한 거지. 하겠다는 게 아니라. ……식물 이름은 뭐야?

건축가 B

     아가베.

시인 B

실제로 처음 봐.

건축가 B

     아가베 시럽이 얘 뿌리에서 나오는 거래.

시인 B

아가베. 이름은 매우 연약하게 느껴져. 아가라는 단어 때문에 그런가. 아가베. 힘을 주지 않고도 소리가 나오잖아. 발음이 아름답다. 그렇지?

건축가 B

     발음이 아름답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

시인 B

네가 처음 생각해봐서 이해가 잘 안 가는 거야. 봐봐, 건축. 발음해 봐. 건할 때 혀가 앞니에 닿잖아. 건. 축도 그래. 심지어 입술도 오므리게 되고. 발음이 투박해.

건축가 B

     왜 하필 건축야. 시는 어떻고? 이를 앙다물고 바람 소리만 나잖아. 시―.

시인 B

시―. 귀엽잖아. 도미레파솔라시―. 음계 같고 좋은데. 이거 꽃말도 있어?

건축가 B

     누가 시인 아니랄까 봐. 공기 정화 식물에 그런 걸 묻는 사람이 어디 있어.

시인 B

시인 아니랄까 봐? 그 말 진짜 편협해. 그럼 너는 건축가라서 남다른 거 있어?

건축가 B

     그게 아니라 보편적이지 못하다는 거지.

시인 B

이미 물어보고 왔으면서 왜 이렇게 투덜거려. 그냥 알려주면 되지.

건축가 B

     내가 원한 게 아니라 습관이 시킨 거야. (한숨) 꽃말은 섬세, 강한 의지…… 그런 거래.

시인 B

섬세와 강한 의지라…… 아가베의 어느 면에서 섬세와 강한 의지를 느꼈던 걸까? 단단한 줄기…… 잎의 부드러운 곡선. 처음 들었을 때는 단어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 같지도 않네.

건축가 B

     초밥 장인한테나 어울리는 꽃말 같지 않아? 백 년 전통의 초밥집에서 장인이 섬세하게, 따뜻한 하얀 쌀밥을 한데 적당한 크기로 둥글게 빚는 거지. 비유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어?

시인 B

완전 엉망인데. 아직도 비유를 잘 모르겠어?

건축가 B

     됐어 그만하자.

시인 B

그래. 백날 가르쳐줘도 모르는 학생, 이름 좀 지어줘.

건축가 B

     비유를 엉망으로 하는 학생한테 뭐 하러 이름을 부탁해.

시인 B

오히려 너의 엉망인 비유가 때로 매력적일 수도 있어. 초밥 장인 비유는 최악이지만. 얘를 보고 딱 느껴지는 걸로 지어 봐.

건축가 B

     (고민한다) 그냥 아가베 해.

시인 B

그게 어떻게 이름이야. 김춘수 시 몰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얘가 그렇다 하잖아.

건축가 B

     수능 볼 때 봐서 기억도 안 나.

시인 B

아가베한테 아가베라고 부르는 건 죄악이라고 봐.

건축가 B

     죄악씩이나 돼?

시인 B

응 완전. 내가 너한테 사람아, 사람아. 이렇게 부른다고 생각해봐. 슬프지? 너의 이름이 있는데. 이건 완전한 존재의 부정이야.

건축가 B

     그럼 ‘김춘수’라고 불러. 저기 허브는 ‘김수영’, 저기 넝쿨은 ‘실비아 플라스’하긴 식물만 이름을 붙이란 법은 없지. 파란색 커튼은 네가 그렇게 사랑하는 ‘김소연’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커튼을 커튼이라고 부를 수 없잖아. 존재의 완전한 부정이니까.

시인 B

됐어. 이건 네가 준 선물이고, 너처럼 생각하고 키울 생각이었어. 그런데 나는 이제부터 이걸 아가베라고 부를 거야. 너는 이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아야 해.

건축가 B

     왜 그렇게까지 말해. 생각하면 되잖아…… (고민) 오늘은 말고.

시인 B

생각나면 언제든지 말해. 그때부터 아가베는 몸짓에서 꽃이 되는 거야. 이름은…… 차차 정하고. 키우는 방법을 알면 되겠다. 얘는 어떻게 키우는 거야?

건축가 B

     잊을 때쯤 물 주면 된대. 햇빛도 이따금 받으면 되고.

시인 B

나는 요즘 물 자주 주는 게 좋아졌는데.

건축가 B

     왜?

시인 B

물 자주 안 주면 나도 모르게 무신경하게 되잖아. 나중에는 없어도 된다는 생각까지 들게 돼. 애초에 없던 것처럼.

건축가 B

     일부러 물도 가끔, 햇빛도 가끔인 걸로 사 왔는데. 너 책임지는 거 싫어하잖아. 남의 인생이라던가. 긴밀한 관계라던가. (눈치 보며) 여행이라도 길게 가면 물도 못 줄 텐데 차라리 이게 낫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물 주고 햇빛도 주는…… 말하다 보니까 나 같네.

시인 B

너한테는 그것보다 덜 관심 주는데 몰랐구나? 아가베는 나중에 얼마나 자라려나. 줄기가 허리만큼 자라는 거 아니야? 아니면 잎이 많이 자라거나?

건축가 B

     아가베는 이대로일 거야. 좁다고 투정도 안 하고.

시인 B

그러면 무슨 소용으로 키워.

건축가 B

     그대로인 채…… 변하지 그 자체로 키우는 거지.

시인 B

그럼 이 집에 아가베가 왜 필요해?

건축가 B

     너도 모르는 사이에 공기 정화를 해준다잖아.

시인 B

그래. 내가 너무 보이는 것만 봤다. 미안해. 아까 햇빛 은근히 받아도 된다고 했지? 얘를 어디다 둬야 할까.

건축가 B

     이 집은 소파도 없고, 티브이장도 없어서 딱히 어디 두기 그렇네. 너무 덩그러니야.

시인 B

그럼…… 여기에 둬야겠다.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건축가 B

     이걸? 작은 화분도 아닌데?

시인 B

너무 덩그러니라며. 외로워 보이잖아. 나는 책상에서 밥도 먹고, 시도 쓰고, 책도 읽는데 같이 생활하면 나도 아가베도 안 외로울 거 아냐.

건축가 B

     이 집은 천장이 낮아서 높게 쌓으면 안 돼. 가뜩이나 책장이 가득해서 좁은 집이 더 좁아 보여.

시인 B

그러니까 원래 좁은 집인데 좁아 보이는 걸 뭐 하러 걱정해.

건축가 B

     다른 건 다 참아도 이건 안 돼. 너무 혼자 우뚝 솟은 느낌이야. 조화롭지 못해. 제자리에 둬. (화분을 창문 앞에 갖다 놓는다.)

시인 B

이 세상에 제자리 같은 게 어디 있어. 다수가 정하는 허물 같은 거라고.

건축가 B

     아가베 자리는 여기야. 이 집은 북향집이라서 창문 앞이라도 햇빛이 겨우 들어온다고. 그냥 창문 앞에 둬.

시인 B

(다시 화분을 책상 위로 옮긴다.) 싫어. 제자리가 아닌 곳에 두면 추하다고 보는 거 정말 질색이야. 이 세상의 모든 차별은 기득권이 제자리라는 보이지도 않는 테두리에 가두면서 시작된 거라고.

건축가 B

     꼭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말해야 해? 이건 그냥 식물을 어디에 두는 게 좋을까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어차피 햇빛 봐야 하니까 제자리에 두라는 거야.

시인 B

아까 분명 ‘이따금’라고 했잖아. 이따금 뜻 몰라? 얼마쯤 있다가 가끔. 낮에 햇빛 비칠 때 갖다 두면 되잖아.

건축가 B

     토분 들었다 놨다 하면 금방 깨진다고. 그때 또 화분 바꿔 주려고? 지금 너 고집 때문에 두 번 고생하게 되는 거잖아.

시인 B

화분이야 깨지면 바꿔주면 되잖아. 외로워 보이는 게 문제지.

건축가 B

     화분을 바꿔주면 된다고? 그게 쉬운 일이야? 말하자면 얘 집인데 그렇게 쉽게 바꾼다고?

시인 B

지금 식물을 걱정하는 거야 화분을 걱정하는 거야? 너는 지금 네가 신경 써서 고른 화분이 망가질까 봐 그런 거잖아. 엉뚱한 화분 갖다 넣으면 인테리어가 망가질까 봐. 얘도 다 알아. 내가 신경 안 쓰고 구석에 처박아두면 외로워서 죽는다고.

건축가 B

     내가 지금 인테리어 망친다고 하는 말이야? 너는 네 손때 묻은 집을 그렇게 쉽게 갈아 치울 수 있어? 옹기종기 모여서 밥 차려 먹고 벽에 기대서 키 재고 한 이불 속에서 잠자는 집이 그렇게나 쉬워? 생활을 지키는 게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시인 B

나무가 먼저야. 화분은 그다음이야.

건축가 B

     화분이 있어야, 나무가 사는 거야.

     사이.

시인 B

이렇게라도 관심 두고 싶다는 건데 이해를 못 하겠어? 내가 머리가 나빠? 이 무거운 화분을 왜 두 번 들고 나르겠냐고. 물도 필요 없다 햇빛도 조금이면 된다. 심지어 잘 자라지도 않는다 하니까 관심 주고 굳이 두 번 일을 하고 싶다고.

건축가 B

     그래. 네가 의도 없이 하는 건 없지.

시인 B

말 잘했어. 너는 뭐든 생각해보지도 않고 모른다고 하지. 나는 매번 의도를 설명하는 게 너무 싫어. 내 의도는 매번 네 앞에서 실패한다고.

건축가 B

     네 말이 맞아. 네가 말하는 비유, 상징? 이해할 자신이 없어. 나는 정해진 대지 안에서 건물주가 원하는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시인 B

그렇게 비꼬지 마. 나 스스로 대단한 일 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 널 무시한 적도 없고. 이거 간단한 문제야.

건축가 B

     나는 매번 어쩔 수 없이 뻔한 집을 지으면서도 거기서 지지고 볶고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누군가의 생활에 침범하면서까지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은 그런 걸 생각해 본다고. 너는 누군가가 생활에 침범하는 게 죽도록 싫어서 모르겠지만.

시인 B

그래. 정말 죽도록 싫어. 알면서 그러는 거 더 싫고. 너는 너고 나는 나야.

건축가 B

     너는 말 한마디, 아니 단어로도 상처받는 사람이잖아. 알면서 일부러 그런 말을 골라 하는구나. (사이) 내가 심했어 미안해.

     시인 B 자리를 뜬다.
     건축가 B 웅크리고 앉아 화분을 오래 본다.



건축가 B

옆에 둘 자신 없어도 돼. 그대로일 테니까. 없다고 생각해도…… 결국 여기 있으니까.

     암전.



   5. 이제와는 다른 화원에서: 파종


     따뜻한 화원.
     수많은 화분이 놓여있다.
     이제와 다른 건
     늦은 저녁에도 불이 켜져 있는 화원.

     화원 주인은
     화분을 다른 곳에 옮겼다가
     화원을 왔다 갔다 돌아다닌다.

     잠시 후
     손님이 비에 젖은 채
     쇼핑백을 들고 화원에 들어온다.

주인

어서 오세……

손님

늦었죠? 죄송해요.

주인

밖에 비 오나 봐요. 그럴 줄 알았으면 우산 들고 나가 보는 거였는데.

손님

오는 길에 갑자기 쏟아져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고. 그냥 왔어요.

주인

어떡하죠? 다 젖어서. 닦을 거라도 갖다 드릴게요. 앉아 계세요.

     손님이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는다.
     화원 주인이 수건과 차를 내온다.

주인

이걸로 좀 닦으세요. 얼마 전에 로즈메리를 따서 말렸거든요. 차로 마시려고요. 마셔봤는데 맛이 괜찮더라고요. 감기 들기 전에 어서 드세요.

손님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두 사람은 서먹하게 차를 마신다.
     빗소리가 들린다.

손님

저 운간초 분갈이했어요. 알려주신 대로 마사토로 채워서요.

주인

새로운 흙에서 적응만 잘하면 이번에는 튼튼하게 자랄 거예요.

손님

알려주신 대로 안 했으면 또 금방 죽었을지 몰라요. 식물을 키운 지 얼마 안 됐지만 사람 다루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람이 식물을 닮은 건가.

주인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이 식물을 닮은 거네요. 사람보다 오래된 것들을 돌본다고 생각하니까 제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네요.

손님

괜찮은 분이에요. 전부터 그렇게 느끼고 있었어요.

     다시 두 사람은 서먹하게 차를 마신다.
     빗소리가 들린다.

주인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괜찮은 분이라고.

손님

전 그렇지 못해요. (사이) 제가 처음 키웠던 식물이 상추였어요. 초등학교 때 식물 키우기를 했거든요. 잘 씻은 우유갑에 씨앗을 심었어요. 며칠 지나서 보니까 싹이 자라있는 거예요. 그게 얼마나 기쁘고 신기하던지. 쉬는 시간마다 가서 화분을 들여다보던 취미가 생겼는데 어느 날부터 잘 자랐던 상추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어요.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시들해지더라고요. 이후의 기억은 없고요. 아마 마른 흙만 남은 우유갑을 갖다버렸겠죠. (사이) 요즘 화분을 돌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때 내가 지나간 사람들을 그렇게 대했던 건 아닐까. 방법을 진작 알았다면 많은 상추밭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요.

주인

저도 상추밭을 갖진 못했을 거예요. 식물 키우는 방법은 너무 잘 알지만 사람은 아직도 모르겠거든요.

손님

저보단 많이 아실 거예요. 제가 식물을 키우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과정을 이미 다 거치셨잖아요. 오늘은 분갈이를 하느라고 거실 바닥이 신문지, 삽, 흙, 화분들로 지저분해졌는데 이상하게 제가 여유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주인

저도 분갈이할 때 그런 기분을 느껴요. 마른 흙을 갈아주고 새로운 화분에 담아서 물을 흠뻑 주는 그 과정이 스스로를 돌보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오늘 싹 분갈이를 했죠.

손님

기분은 좀 나아지셨어요?

주인

덕분에요. 저 아까 너무 어린 애 같았죠? 손님이 화분만 가져가시는데 문득 제가 키운 식물들이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손님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무 말도 없는…… 조용한 것만 같은 식물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은 속상할 수 있어요.

     두 사람 다시 서먹해진다.
     빗소리가 들린다.

손님

그래서…… 다시 화원에 와야만 했어요. 늦은 저녁에는 화원이 닫는다는 걸 알면서도. 꼭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손님, 쇼핑백에서 작은 화분을 꺼낸다.

손님

제가 키운 화분이에요. 이걸 꼭 드리고 싶었어요.

     손님은 화원 주인에게 화분을 건네준다.

손님

어느 날에요. 만원 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길이었어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우연히 창문을 보게 됐어요. 분명 유리창 앞에 서 있는데 제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달렸어요. 저 멀리 불빛이 보였고 그때 들어온 곳이 이곳이었어요. 따뜻하고, 꽃냄새와 흙냄새가 가득한…… 목장갑을 끼고서 분갈이를 해주던 사람도요. 괜찮아, 괜찮아. 금방 옮겨줄게. 조용한 식물들을 달래면서요…… 그날 이후로 제게도 화원이 생겼어요. 자고 일어나면 성큼 커져 버리는 이 화분을 드리고 싶었어요.

     화원 주인 화분을 오래 바라본다.

주인

……이걸 받아도 될까요?

손님

그래 주시길 바라요.

     두 사람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빗소리가 들리고.
     암전.



   6. 여느 때와 같은 화원에서


     화원 주인과 손님이
     같이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건축가 B가 화원에 들어온다.

같이

어서 오세요!

건축가 B

화분을 좀 사려고요.

주인

분갈이 하시려고요?

건축가 B

     얼마 전에 선물로 장미 허브 씨앗을 받아서 키웠는데 정말 금세 자라더라고요. 어린 나무처럼 컸어요.

주인

예전에 어떤 손님 장미 허브 보고 어린나무 같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어린나무 같이 보이려면 가지도 쳐야 하고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해서 힘들었을 텐데.

손님

사랑으로 돌보셨나 봐요.

     화원 주인과 손님 미소를 지으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다.

건축가 B

     사실 제가 아니라 애인이 돌봐줬어요. 저는 옆에서 구경하고요.

손님

좋은 분이네요. 식물 잘 돌보는 사람은 대체로 따뜻한 사람들이에요.

주인

한 번 둘러보세요. 화분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요. 하얀색 자기 화분도 있고, 나무로 만든 화분도 있고요.

     건축가 B 화분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토분을 발견한다.

건축가B

     이거 토분 맞죠? 화분이 오렌지빛이라 예쁘네요.

손님

꼭 건축가 같으세요.

건축가 B

     어떻게 아셨어요?

주인

저번에 건축가 손님이 오셔서 토분을 사가셨거든요. 색이 따뜻해 보인다고. 식물은 안 보고, 화분만 잔뜩 보고요.

건축가 B

     아무래도 직업이 그렇다 보니까…… 집이 중요해서 그랬나 봐요.

손님

그럼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같이 모여 사는 곳인데요. 중요하죠.

     화원 주인과 손님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시선을 주고받는다.

주인

장미 허브는 과습하지 않은 게 좋아요. 토분은 물을 빨리 흡수해서 키울 때 도움이 될 거예요.

건축가 B

     그럼 이걸로 주세요.

주인

깨지지 않게 신문지로 싸드릴게요.

건축가 B

     고맙습니다.

     손님 신문지로 토분을 싼다.
     화원 주인 토분을 건축가 B에게 건넨다.

주인

거실에 두고 가까이서 키우는 것도 좋지만 가끔 밖에 내놔주세요.

손님

안 그럼 웃자라거든요.

주인

햇빛도 많이 받고, 비가 내리면 맞는 대로 두세요.

손님

뭐든 마음껏 하는 가장 중요하죠.

건축가 B

     새로운 집에서도 잘 키울게요. 감사합니다.

     건축가 B 토분을 들고 화원을 나간다.
     화원 주인과 손님 화분을 돌본다.
     암전.




문주영

두 사람이 화분을 같이 돌보면 죽는다는 말은 이제 믿지 않기로 했다.

2018/10/30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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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영 시인이 오은 시인과 신종은 건축가에게 보낸 화분에 적힌 문구에서 착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