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비유》
67호 네 개의 문 너머에

   Q. 얼마 전 한 예능 방송을 통해 책방을 둘러볼 수 있었어요. 책방을 열게 된 계기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이곳은 과학책방 갈다의 대표인 이명현 천문학자가 어릴 적 살던 집이었습니다. 삼청동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이 집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던 이명현 대표는 어릴 적 책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책방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2017년, 과학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뜻을 모아 과학책을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하는 과학책방 갈다를 세웠습니다. 과학책 판매에서 그치지 않는, 책을 매개로 과학 문화가 꽃피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북토크,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강연장은 지하에,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모두를 위한 과학책방은 1층, 테이블과 큰 창이 있는 카페는 2층에 있습니다.
   올해는 과학문화의 전방위적 확산을 위한, 과학문화의 놀이터 ‘갈다클럽 시즌1’을 오픈합니다. 한 시즌(3개월) 동안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위한 과학책 읽기, 과학 여행, SF 탐방 등 다양한 과학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코스모스』 등 칼 세이건의 저작을 6~8회차 동안 꼼꼼히 읽어나가는 〈칼 세이건 살롱〉, 과학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과학책 탐험단〉, 낯설지만 과학과 가까워지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만나는 과학〉, 삼청공원에서 함께 동식물을 관찰하고 도감을 만드는 〈삼청공원 생태도감 어린이 제작단〉 등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개기일식을 보러 떠나거나 천문대로 놀러가는 이벤트도 불쑥 연답니다. 갈다클럽 멤버에게는 프로그램 참여 우선권, 북토크 무료 참가, 도서 할인 등의 혜택을 드려요. 더 많은 분들이 다채로운 과학 콘텐츠를 즐기고 새로운 사람들과 취향을 공유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과 시야를 넓힐 수 있길 바라요.


   과학책방 갈다가 묻고 대답합니다
   Q. 과학책방을 찾는 방문객들은 대부분 과학 전공자들이겠죠? 과학을 잘 몰라서 방문하기 꺼려집니다.

   과학책방이라는 말에 사실 흥미가 떨어진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이 그저 타인의 일, 먼 나라 이웃나라 일로만 느껴질 수도 있고요. 갈다에서 일하고 있는 저(책방 매니저 김다정)도 그렇게 느끼고 관심이 없던 때가 있었어요. 함부로 범접해서는 안 되는 엄숙한 것으로 과학과 막연한 거리감을 가졌지요. 그런데 과학을 제일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어린이들입니다. 왜 그런가 하고 살펴보니, 어린이들에게는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어차피 세상에 모르는 것투성이니 과학을 모른다고 새삼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모르는 것이 많아서 매번 알아가는 기쁨을 누립니다. 인공지능? 바이러스? 생체 모방? 기계 인간? 우주? 생물? 전부 ‘과학’이 아닌 그저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깁니다. 딱딱한 과학, 재미없는 과학이라는 허상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보면 정말 신기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핸드폰이 작동하는 원리, 우리가 늙는 이유, 북극의 야자수 이야기, 잠의 원리 등 세상 모든 현상의 원인과 과정, 결과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요즘 과학책들은 이런 대중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답니다. 과학을 모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 알아갈 기쁨이 어마어마하게 남아 있는 행운의 상태랍니다. 과학은 아직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계속해서 최신 연구 결과들이 쌓여가고 있기에 앞으로 알아갈 재미 역시 바닥나지 않아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끝없이 퍼올릴 수 있는 재미의 샘이 바로 과학에 있답니다. 동시에 실제로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기도 하죠. 내 삶의 주요한 결정을 내릴 때 미신이나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닌 과학 연구 결과를 근거로 활용해보세요. 재미와 의미 모두를 잡는 욕심 많은 이 분야로 여러분이 빠져들 수 있도록 갈다가 방향키를 잡겠습니다. 사실 앞서 소개한 갈다클럽은 갈다 직원들이 직접 놀고 배우고 싶어서 만든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과학책을 읽다보면 함께 이야기하고 놀고 싶은 것들이 점점 쌓여가거든요. 우리가 하고 싶어서 만든 이 여정, 여러분도 어서 합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