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유튜브 채널을 열게 된 계기와, 담고 있는 콘텐츠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유튜브 채널을 열 때는 구체적인 계획도 비전도 없었다. 호기심이 거의 전부였다. 그간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왔다. PC통신 천리안부터 프리챌, 싸이월드, 네이버 블로그 등등. 핵심은 ‘기록’이었다. 살면서 생각한 것들, 해온 것들을 기록하는 일을 늘 해왔던 것이다. 그 플랫폼이 이제는 유튜브가 되었다. 찾아주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 반응도 피드백도 즉각적인 곳이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구독자들이 바라는 것 사이의 콘텐츠를 조율해나가며 지금까지 해왔다.
   ‘편집자K’ 채널의 시그니처 영상은 ‘이달엔 이 책’이라는 이름의 신간 소개 코너이다. 매달 서너 종의 신간을 골라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쏟아져나오는 책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것은 매일 아침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인데, 그 책들 가운데 눈에 띄는 책들을 골라 검토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좋아한 작가의 신작부터 눈여겨보는 작가의 책, 시의성 있는 책, 콘셉트가 독특한 책 등을 선택한다. 책과 구독자 사이에 ‘편집자K’라는 필터가 있는 셈인데, 편집자로 이십 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책에 관한 데이터와 전문성을 신뢰하는 독자들이 이 코너를 꾸준히 찾고 있다.
   부정기 코너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것은 ‘서점사용법’ 영상들이다. 게스트를 섭외하고 동네책방을 빌려 한 시간 동안 10만원어치의 책을 고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씨네21》 김혜리 기자, 편집자이자 작가인 김화진 소설가, 정지돈·천선란 소설가, 김소연 시인, 노지양 번역가, 1인 출판사 1984books 신승엽 대표, 한국일보 한소범 기자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글을 쓰는 창작자들이 어떤 책을 고르는지 보는 즐거움이 있고, 그들의 취향과 고른 책의 목록이 정보가 되며, 무엇보다 동네책방이라는 오프라인 서점 공간에서 책을 고르는 기쁨이 자연스레 담긴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점이라 생각한다.
   내가 찾는 줄도 모르면서 찾고 있었던 책들이 분명히 있다. 낱낱의 책이 저마다 다른 가능성을 품고 기다리고 있다. ‘편집자K’ 영상을 통해 그런 책을 발견했다는 피드백은 늘 기쁘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배웠다. 한 권의 책이 각기 다르게 읽히고 또 어떤 감상은 보편성을 가진 채 내가 다 짐작할 수 없는 곳까지 퍼져 나간다는 것도. 구독자가 선택한 한 권의 책, 그것과 연결해 읽은 또 한 권의 책이 저마다의 큐레이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수한 책장들이 모여 우리 ‘느낌의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작은 도서관을 상상해본다.


   편집자K가 묻고 대답합니다
   Q. ‘편집자K’ 채널은 문학작품 소개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편집자K가 생각하는 문학의 매력 혹은 힘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문학작품은 나를 여러 번 살 수 있게 해준다, 라고 답하곤 한다. 1980년대에 대한민국 수도권 4인 가족 중 장녀로 태어나 다른 데로 튀는 일 없이 반듯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묵묵히 직장생활을 하는 사십세 여성이 바로 ‘나’라는 사람일 텐데, 문학은 이런 틀 밖을 상상하게 한다. 시공간을 초월해, 다양한 성격으로,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단 한 번뿐인 삶이 갖는 한계를 조금은 벗어나볼 수 있고 인간과 사회를 훨씬 더 입체적이고 구체적이고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그 무한의 가능성이, 단지 아주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고, 책 한 권만 마주하면 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 책을 들고 걸어간 내 내면의 길은 오직 나만이 아는 길이며 그 누구도 똑같이 낼 수 없는 고유한 길이라는 점 또한.
   아이러니한 것은 삶의 유한성과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에 대해 골몰하게 만든 것 역시 문학작품이라는 점이다. 살아가는 것이 곧 죽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하던 작품들. 잃어갈 것을 두려워하며 쇠락할 것인가, 잃기 전에 파멸할 것인가라고 묻던 작품들. 문학 장르가 가진 근본적인 질문들과도 연결될 것이다. 더 많이 갈망할수록 더 많이 충만해지고, 그 반대 역시 성립한다. 삶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사라지고 연속성에서 이탈하게 되며 미처 다 이름 붙이지 못한 숱한 감정과 관계들에 빠져드는 순간들이 늘어만 간다. 요컨대 문학작품들은 ‘나를 망치러 온 것’이자 ‘나를 구원하는 것’에 다름 아니겠다. “고요. 회색. 숲에서, 우리는 비밀의 책을 가질 것이다. 우리, 깊이 매혹당했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배수아, 『작별들 순간들』)

   편집자K
   유튜브 채널 : www.youtube.com/HARIN1983
   개설일: 2019년 1월 20일 첫 화 게재
   이메일 : essay00u@gmail.com
   SNS : instagram.com/essay_u

편집자K

17년차 출판 편집자의 작업실. 책 추천은 물론, 원고에서 책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고 있다.

2023/02/28
6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