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계간 미스터리》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일제 강점기에 번안소설로서 시작한 한국의 추리문학은, 시초부터 ‘날탕패나 문단에서 낙오된 찌스레기’들이나 쓰는 것이라는 편견과 싸워야만 했고, 호황기를 맞았을 때도 끊임없는 선정성 논란과 ‘추리소설도 문학인가’라는 조롱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20여 년 동안 수많은 휴간과 폐간 위기에서도 끈질기게 《계간 미스터리》를 지켜온 이유는, 추리소설이 사회의 민낯과 인간성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드러내는 훌륭한 문학임을 증명하고, 언젠가 세계에 한국의 추리문학을 알릴 신인들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변덕스런 유행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잡지가 아니라, 변화의 파도에도 늘 한곳에서 어둠을 비추는 등대처럼 최후의 보루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계간 미스터리》는 한국 추리문학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생명선(生命線)입니다.


   Q. 한국 미스터리가 가진 최대 강점은 무엇일까요?

   미스터리란 장르 자체가 작품이 창작되는 곳의 지역성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사회파’란 하위 장르가 존재할 정도로, 추리소설은 장르의 특성상 ‘그곳’이 ‘현재’ 겪고 있는 가장 첨예한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릴 수밖에 없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습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서 훨씬 더 토착화해야만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어떤 이슈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범죄라는 가장 극적인 수단을 통해 선명하게 그려내고, 그 문제를 바라보는 동시대의 시각을 움직일 수 있는 장르가 추리문학입니다. 무엇보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거대한 이데올로기나 지루한 자기주장이 아니라, 가장 원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플롯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한국 미스터리가 가진 최대 강점입니다.


   《계간 미스터리》는 지난 2021년 9월 17일 출간한 가을호로 통권 71호가 되었습니다. 이번호의 특집은 ‘한국 미스터리의 리부트’입니다. 리부트(reboot)는 컴퓨터에 오류가 생겼을 때 다시 켜는 것을 의미합니다. 창작물로 넘어오면 기존의 설정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손을 보는 리메이크와는 다르게, 리부트는 최소한의 설정만 남겨둔 채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한국의 미스터리가 오랜 침체와 편견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이곳저곳 수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배를 갈아타는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주제입니다. 이를 위해 추리문학 평론가 백휴, 전방위 문학평론가 박인성과의 대담, 2021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밤의 여행자들》의 윤고은 작가와 나눈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한국 추리문학에 부족했던 ‘창작과 함께 가는 비평’을 위해서, 〈미스터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미스터리 장르를 시대 순으로 정리하는 글을, 인문학자 공원국의 〈신화인류학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힘〉 꼭지를 통해 이야기의 본질을 파고드는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를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관점, 양측으로 조명하는 글들입니다. 그외에도 한국 미스터리의 리부트를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이슈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계간 미스터리》
   창간년월: 2002년 7월 5일
   발행주기: 3개월
   구성원: 이영은(발행인), 한이(편집장), 김재희, 박상민, 윤자영, 조동신, 한새마, 한수옥, 홍성호(이상 편집위원)
   blog.naver.com/nabiclubbook/222519749084


계간 미스터리

《계간 미스터리》는 한국 추리문학의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준비하는 잡지입니다. 올바른 비평으로 자칫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작품에 마땅히 돌아가야 할 상찬을 하고, 척박한 장르문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인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찬란히 꽃 피울 때까지 등을 두드려주고자 합니다.

2021/11/30
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