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SRS》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문학을 향유하는 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무형의 장소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장소에 들어가게 될 때, 우연히 외부인을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외부인과 나는 각각 다른 테이블에 앉아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잠깐이나마 그 장소의 분위기를 공유하고, 또 형성하고 있습니다. 문학잡지 역시 제각기 다른 모양을 띤 텍스트들이 향유자의 읽는 행위를 통해 연결되고 조응하게 됩니다. 읽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엮임, 타래, 줄기가 생길 것이고, 자연스레 분위기를 띠겠지요. 장소를 구축한 자가 조형해낼 수 없는 제각각의 분위기(들)이. 문학잡지라는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이 갖는 건축적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그곳을 들르는 사람 같아요. 읽기 위해 도착한 사람들 말이에요.


   Q. 1인 웹진의 가능성과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혼자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들과 혼자여서 고초를 겪었던 것들이 일정 부분 겹쳤던 것 같아요. 부침 없이 밀고 나갈 수 있던 지점이 분명히 있었지만, 1인 큐레이션이라는 게 어떤 때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어요. 저라는 사람이 정한 기준과 취향이 반영된 구성으로 플랫폼이 구동된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잡지를 꾸리는 전 과정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꼽을 수 있어요. 기획과 편집, 홍보라는 나누어진 역할을 혼자 해야 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상당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인지 함께 의심할 수 있는 사람, 더 나은 쪽을 향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팀원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1인 큐레이션 웹진을 운영하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한 편의 디지털 텍스트 파일이 완성될 때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와 저만의 은밀한 유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혼자하기엔 조금은 벅차지만, 혼자이기에 가능했던 깊은 시간이었어요.


   《SRS》
   창간년월: 2019년 6월
   발행주기: 비정기
   구성원: 큐레이터 차현지



SRS

언어로 하는 모든 움직임과 반응을 담는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소설가 차현지가 큐레이터가 되어 2019년 6월에 홈페이지를 오픈해 작가 51명(혹은 팀)의 작품 78편을 무료 게재, 작가 13명의 작품 15편을 유료 게재했다. 2021년 2월 플랫폼을 닫을 때까지 583명의 구독자가 함께했다.

2021/07/27
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