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문학들》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문학들》은 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문학잡지는 글을 쓰는 고독한 ‘단독자’들의 외길이 교차하는 기착지이자 새로운 갈래 길들이 탄생하는 출발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은 언뜻 바둑판을 닮았습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고, 검은 돌과 흰 돌이 얽혀야 나아갈 수 있는 길. 그때 흑과 백은 타자일 뿐 서로의 적은 물론 아닐 겁니다.
   바둑은 흔히 모서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모서리는 아무도 잘 들여다보지 않는 변방, 외로운 이들이 자신만의 집을 짓기에 가장 좋은 곳이지요.
   모난 돌들은 곧잘 정을 맞습니다. 그것이 모난 돌을 강하게도 합니다.
   멀고 먼 변방이자 각자가 중심인 모서리에서 모난 돌들이 한 점 한 점 길을 내어 만들어가는 새로운 영토. 서로 다른 타자를 인정하고 함께 연대하여 이루어가는 그물망의 문학. 결국 그런 것들이 《문학들》의 길이 될 것이고, 우리는 지금 그 여정에 있습니다.


   Q. 《문학들》이 생각하는 다양성은 무엇인가요?

   “이 나라에, 단 하나의 대문자 문학(Literature)이 아니라 여럿의 다양한 소문자 문학‘들’(literatures)이 있어야 한다! 물론 ‘광주’에도 문학이 있어야 한다!”
   《문학들》 창간 10주년 혁신호(통권 40호) 머리말 중 일부입니다. 《문학들》은 광주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만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 만드는 여러 잡지들을 존중합니다. 각자가 중심이면서 각자가 변방인 문학‘들’의 세계를 꿈꿉니다.
   《문학들》은 지역에서 만들지만 기존의 ‘지역성’을 타자로 놓고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지역 문학사’나 ‘뉴광주 리뷰’ 등의 지면이 그 예일 것입니다. ‘소수자들의 이야기’나 여러 특집들을 펼쳐보면 《문학들》이 위계로 인한 폐해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들》은 ‘권력화’를 경계합니다. 잡지를 매개로 그 어떤 동호회도 만들지 않습니다. 변방과 변방이 서로 대등하게 만나 연대하는 것, 이것이 《문학들》이 지향하는 다양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학들》 2021년 여름호(통권 64호)에는 지난 2010년대 한국시와 한국소설을 성찰하고 2020년대 한국문학의 향방을 가늠하는 〈특집〉을 비롯하여 가해국 여성인 일본인 ‘위안부’ 문제를 다룬 〈뉴광주 리뷰〉, 광주에 정착한 문학비평가 조형래의 ‘광주’ 에세이 〈장소들〉이 게재됐습니다.
   소수자들의 삶을 소개하는 〈이야기들〉에서는 방글라데시 치타공산악지대인 줌머(JUMMA), 그러니까 재한줌머인들의 이주와 정착 과정을 다루었고, 한정현의 소설 「쿄코와 쿄지」, 서이제의 소설 「#바보상자스타」를 대상으로 ‘소수자-퀴어-청년이 역사와 만나는 방식’을 탐색한 〈비평〉도 흥미롭습니다.
   풍성한 신작시와 소설들은 문학잡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서의 백미겠지요? 이번호에는 올해 5·18문학상 수상작까지 발표돼 있습니다.


   《문학들》
   창간년월: 2005년 8월
   발행주기: 계간
   구성원: 김주선, 김청우, 김형중, 박경섭, 송승환, 윤수종, 이기호, 이영진, 임경규, 조형래, 한순미(이상 편집위원), 최석희(편집장), 채희윤(편집인), 송광룡(발행인)
   blog.naver.com/munhakdlesimmian



문학들

광주전남 지역에 명실상부한 종합문예지가 필요하다는 지역 문인들의 여망에 따라 지난 2005년 가을호로 창간됐다. 그 제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삶과 문학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편집 방향을 지켜왔으며, 그동안 침체된 지역문단을 활성화하고 첨예한 문학담론과 수일한 문학작품들을 소개하여 지역은 물론 한국 문단의 주목받는 문예지로 성장해왔다.

2021/08/31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