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30회 문학잡지는 ‘문학’입니다
비평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이 창간된 지 올해로 벌써 30년째입니다.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지역에서 121호까지 잡지가 나올 수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나 소설이 게재되지 않는 문예비평지의 존속은 더욱 어려운 현실임에도 저희가 잡지를 기획하고 발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문학’ 그 자체에 있습니다. 새로운 문학에 대한 열망, 비평에 대한 편집위의 열정, 부산이라는 위치 감각에서 얻을 수 있는 비평적 시각 등등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으며, 이것이 오문비의 저력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오문비는 누구에게나 열린 형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학 방법적 실험을 하고, 그것을 통해 일상과 문학(비평)이 분리되지 않는 방식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로 인해 오문비는 ‘문학비평’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관계를 맺는 하나의 ‘네트워크’의 기능을 하는 플랫폼, 문학비평지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하며 문학을 합니다.
Q. 《오늘의 문예비평》에게 비평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오문비의 ‘비평’은 자유로워야 하고 또 자유롭습니다. 권력으로부터, 제도로부터, 때로는 작가들과의 인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비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비평적 담론을 생산하고 작품에 대한 엄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데 불필요한 요소들이 개입하게 되면 올곧은 비평이 나올 수가 없다고 봅니다. 그로 인해 오문비는 스스로 변방을 자처합니다. 변죽을 울리는 비평을 자부합니다. 그러나 변방에서 외치는 변죽의 소리가 되레 지금까지 논의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제기하고 핵심에 가닿는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평은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리티로서의 정체성을 긴장감 있게 유지할 수 있어야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오문비는 흔히 말하는 비평의 권력도, 정교한 시스템도, 특정 작가나 단체와도 결부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말들을 기획 속에 담아냅니다. 이와 같은 비평이 그 어떤 문학잡지도 가질 수 없는, 오문비만의 비평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사적모임 금지는 ‘함께 먹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게도 만들었기에 2021년 여름호(121호)에서는 ‘최적의 맛’이란 기획을 다루어 음식의 의미를 살폈다. 그 외 정용준 소설가와의 이메일 대담과 문화비평, 디디에 에리봉의 이론, 필리핀 문학 연구의 재영토화를 역설하는 프리셀리나 파타호-레가스토의 글의 번역을 실었다.
《오늘의 문예비평》
창간년월: 1991년 4월
발행주기: 계간(1년에 4번)
구성원: 남송우(발행인 및 편집인), 김필남(편집주간), 이예슬(편집장), 강희철, 손남훈, 양순주, 임명선, 정기문(이상 편집위원)
www.facebook.com/todaymunhak/
오늘의문예비평
《오늘의 문예비평》은 1991년 봄 전국 최초의 비평전문지로 창간된 이래 지금까지 한 번의 결호 없이 지속적으로 문예지를 발간해왔습니다. 2021년 봄호(통권 120호)로 창간 30주년을 맞이하게 된 잡지는 "‘비평 정신’이 살아 있지 못할 때 그 사회는 건전한 가치관 형성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창간호의 정신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1/08/31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