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4회 취기와 용기, 그 사이에 놓인 시집과 술
‘시시알콜’은 함께 술 마시고 시 읽기를 좋아하는 연인인 능청과 풍문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입니다. 둘이서만 나누던 시와 술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시와 술이 있는데요. 시시알콜에서는 시와 그에 어울리는 술을 페어링해 소개합니다. 실제로 음주하며 진행하는 팟캐스트이다보니, 청취자분들은 마시지 않아도 취하는 느낌을 받으신다고 하더라고요.
시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시와 술을 소개하며 새로운 매력을 알리려고 하고요. 시와 술이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는 좀더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도록 이것저것 구상해보고 있어요.
청취자분들께서 제일 좋아해주셨던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공개방송입니다. 시시알콜 공개방송에서는 팟캐스트에서처럼 시와 그에 어울리는 술을 소개하는데, 그 술을 다 같이 나눠 마시거든요. 처음 본 사람과도 다 함께 잔을 부딪치며 시를 느끼는 자리는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특별한 행복입니다. 특히 시인을 게스트로 모시고 함께 술을 마시며 진행하는 공개방송인 ‘시집 옆 술집’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죠. 즐거운 취기와 열기로 달아오른 얼굴을 한 관객분들을 볼 때마다 팟캐스트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중단되었지만, 올해부터 재개해보려고 합니다.
요즘에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받아 그에 어울리는 시와 술을 처방해드리는 일종의 고민 상담 특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규 방송 사이사이에 ‘시시알콜 시·술·소’라는 이름으로 업로드되고 있어요. ‘시·술·소’는 ‘시와 술을 소개하는 시간’의 줄임말로, 얕고 깊은 고민들을 시와 술을 통해 함께 돌보자는 의미랍니다. 아무래도 팟캐스트란 매체는 저희 이야기를 일방향적으로 들려드릴 수밖에 없어서, 청취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들으실지 어떤 생각으로 시와 술을 찾는 것일지 항상 궁금했거든요. 청취자 사연을 받아서 모두가 소통하는 방송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시시알콜 이메일(drunkpoem@naver.com)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팟캐스트 시시알콜이 묻고 대답합니다
Q. 왜 하필 시와 술인가요? 시랑 술, 술과 시, 함께하면 얼마나 좋은지 궁금합니다.
시는 대개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시집을 한 권 손에 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일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리송하게 다가오는 문장과 표현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온갖 물음표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일도 잦습니다. 맞아요, 시는 어렵습니다. 딱 취하기 전까지만.
술을 한 모금씩 넘기며 시집의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난해했던 문장이 술술 이해가 되고, 알 수 없는 표현에 마음이 뭉클해지고, 어느새 시 한 줄은 술 한 잔을 다시 불러옵니다. 이해가 되면 되어서 좋고, 모르겠으면 또 모르는 대로 좋습니다.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시집 한 권도 ‘까짓것 어디 한번 읽어보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까짓것!’이라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술의 취기 때문입니다. 취기는 용기와 닮아 있습니다. 할 수 없던 일에 성큼 뛰어들게 하고, 비틀거리더라도 괜찮다고 위로하게 되고, 서슴없이 무언가에 도전하게 합니다. 이 모든 일이 작은 시집 한 권에서 펼쳐진다면, 혼자만의 방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꽤나 안전하고도 용감한 취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술 한 잔에서 피어나는 서툰 객기마저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 시집. 그곳은 또다른 집과도 같습니다. 아무리 취하고, 허물어진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더라도, 혹은 ‘으아! 모르겠다!’라며 투정을 부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안온한 공간입니다. 그러니 시집에 몸을 뉜 채 잠시 술에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팟캐스트 시시알콜은 시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방송입니다. 시와 술이 함께할 때 피어나는 근사한 취기가 나쁘지 않음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시도 술과 함께라면 기꺼이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이크 앞에서 허물어지고, 스르륵 기울어지고, 어설픈 농담을 섞어가며 시에 웃고 술에 짜릿해합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술주정, 시 주정을 선보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까짓것! 뭐 어떠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부끄러움까지도 ‘취기롭게’ 이겨낼 테니까요. 취기는 온기와 용기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많은 이들이 술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시집을 애정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시와 술은 그렇게 많이 닮아 있고, 그래서 이 둘과 함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시시알콜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시와 술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요?
팟캐스트 시시알콜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방송. 진행을 맡고 있는 ‘능청’과 술큐레이터로 활약 중인 ‘풍문’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술과 시집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중이다. 술과 시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시시알콜한 순간으로 번져나가길 바라며, 오늘도 마이크 앞에서 즐거운 술주정을 펼친다. 2017년 12월 동명의 책 『시시콜콜 시詩알콜』을 출간한 바 있다. 팟캐스트 시시알콜 채널 바로가기
2022/07/26
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