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방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책방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소개 부탁드린다.


   생각해보면 모든 게 우연이었다. 이웃 책방인 독립서점 ‘책봄’에서 고전독서 모임을 했었다. 책봄 사장님이 내가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어른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모임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그 모임 이름이 ‘그림책 산책’이었다. 책봄의 주소가 ‘경북 구미시 산책길31’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책방 이사를 준비하고 있던 책봄 사장님이 “정민씨, 여기서 책방 한번 해볼래요?” 하고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음속으로 벌써 “네!” 하고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책봄이 있던 경북 구미시 산책길31 지하 1층에서 ‘그림책산책’이 태어났다. 2년 동안 지하 책방에서 그림책 감옥이라는 필명을 가지고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책방을 운영하다 지금은 구미역 뒷골목으로 이전해 그림책산책을 지키고 있다.
   골목으로 장소를 옮기고 나서 나는 골목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골목을 거닐며 그림책을 읽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중 최근에는 어린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골목을 걸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도시재생사업으로 사라지고 새로 지어지는 골목을 재해석해보기도 하고, 골목의 주택 마당에 있는 나무들을 알아가는 골목 나무 산책을 하기도 했다. 골목길 지도를 만들고 ‘줍깅’도 하며 내가 살고 있는 구미의 골목을 사랑하는 방법을 어린이들과 나누어보았다. 그림책산책이 골목길 위에 있는 한 나는 계속 이렇게 그림책과 함께 골목 산책을 할 것 같다.


   그림책산책이 묻고 대답합니다
   Q. 그림책산책 책방지기는 그림책을 어떻게 읽는가?


   그림책은 함께 읽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림책은 낭독을 기본으로 한다. 누군가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곁에 있는 사람은 귀로 글을 듣고 눈으로 그림을 읽는다. 문자에 익숙한 어른들은 읽어줄 때 눈이 글에 가 있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림을 보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작가가 그려놓은 그림책의 세계에 어느 순간 들어가 있다. 그 몰입의 순간을 좋아한다. 낭독이 끝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림책 작가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는 그림책을 함께 읽을 때 잘 운다. 나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오기에 눈물도 함께 흘러내린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부끄럽기는커녕 속이 다 시원하다. 마음껏 쏟아낸 이야기와 함께 흐르는 눈물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방이 문을 닫는 날까지 오래오래 하고 싶은 모임이 있다면 ‘그림책 모임’이다. 그림책을 낭독하고 이야기 나누는 그림책 모임을 요즘은 ‘느슨한 그림책 읽기 모임’이라고 부르고 있다. 힘을 빼고 그저 즐겁게, 오래오래 그림책을 함께 읽고 싶다.


   

   그림책산책
   주소 : 경북 구미시 원남로 10길 19 1층 그림책산책
   영업시간 : 화~금 오전 11시~오후 3시, 둘째주 넷째주 토요일 오후 2시~8시 (일, 월 휴무)
   이메일 : violentu@naver.com
   SNS : instagram.com/walk_picturebook

그림책산책

경북 구미에 있는 그림책 전문 책방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서의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2022/11/29
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