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다큐멘터리 / 요가의 성질
다큐멘터리
척추동물을 유심히 봐 그들의 걸음걸이에는 우아한 리듬이 있어 그것이 얼마나 탁월하고 아름다운지 뒷발은 앞발을 위해 존재하고 꼬리는 엉덩이를 말기 위해 생겨난 것 빗방울은 벌새의 편이 되고 나는 너를 보고 있다
카페에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든다 지붕을 기다가 자꾸 벽과 벽 사이로 굴러떨어지던 몸 또는 돌 나는 빵칼로 벽을 오린다 절단된 것을 나눠 가지는 행위만이 구조라고 믿었다
숭숭 뚫린 마음이 동그랗게 너를 받아드는
이 순간의 순간 같은
하루는 비를 피해 가게로 들어온 고양이를 쫓아냈다 아기가 있어 어쩔 수 없었는데 고양이는 당황한 나보다 더 당황한 채로 도망갔다 그 모습에 나는 마음을 다쳤고
부츠신은라켓꼬리벌새와 뒤영벌이 꿀을 두고 다툴 때 소나기가 내리면
고꾸라지는 건 언제나 더 조그만 쪽이라 한다
앞발이 안전하다 믿는 땅을 뒷발은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인간은 그런 체제를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잠깐 볼 수 있어?
너를 위해 데워둔 컵이 있어
가본 적 없는 골목으로 해가 진다
밀렵꾼의 목이 길어지다
화면을 덮을 때
요가의 성질
이런 때일수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고모가 말합니다
발라아사나 아기 자세
우탄 프리스타아사나 도마뱀 자세
도마뱀은 자기 허물을 도로 먹습니다
징그럽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토하고 삼켜 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 같은 것
마시는 숨에 따라 몸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아기, 개구리, 코브라, 도마뱀, 변형된 고양이의 자세로 다시 아기, 개구리, 코브라, 도마뱀, 변형된 고양이와 영혼을 결합하고 나면
사바사나 시체 자세
이때는 꼭 꿈을 꿉니다, 머리맡에서 코 고는 나의 늙은 고모
우리는 해변을 걷는 고양이나 뭍으로 나온 개구리가 되어서 변형된 사랑을 하다가 돌연 네가 내 손을 놓고 아쉽게 됐다, 나도 아쉬운 마음이야, 이렇게 말하면 네가 슬프겠지
하고 나를 토해버릴 때
딱
꿈에서 깨고
고모는 이것까지도 수업의 일부라고 합니다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
바람은 구름과 분리되는 법을 알고
건너편 야구장에는
수평을 가로지르는 야구공이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김지완
창작 동인 〈6〉 소속입니다. 회원은 2명입니다. 개그의 6단계를 개발 중입니다.
2020/06/30
3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