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숨은 거 아니다
   부끄러운 거 아니다
   무서워서 그러는 거
   진짜 아니야

   좁고
   어둡고
   조금 축축한
   여기가 적당해

   내 노래에 딱 어울리는
   무대야

   이제 불러볼게
   들어봐

   뚜
   뚜르
   뚜르르 뚜르르





   가족이잖아



   저 거위는 언제부터 여기 사는 거야?
   한 마리 아니었어?
   둘이 부부인가?
   자세히 보니 옆에 있는 건 오린데?
   새끼도 있네
   한두 마리가 아닌 걸
   둘 사이에서 태어났나?

   나도 몰라
   언제부터 살았는지
   둘이 어떤 사이인지
   누구 새끼인지

   난 저 친구들이
   낮에는 성사천에서 같이 놀다가
   밤이 되면 다리 아래에 모여
   바짝 붙어 자는
   사이라는 것만
   알아

방주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동심도 동시도 아직은 잘 모르겠고 자신이 없다. 그래도 끝까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오늘도 읽고 읽고 쓰고 쓴다.

2022/09/27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