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시나리오(2018~2022)
청춘, 광명
[등장인물]
우현 (남, 23세, 상병)
종윤 (남, 20세, 이등병)
보급관 (남, 53세)
[무대]
새벽 3시의 초소는 황량하고 적막하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저 멀리 보이는 민가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무대 밝아진다.
우현, 긴장한 모습으로 경계 자세를 취하며 전방을 주시하는 반면,
종윤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우현, 조심스럽게 종윤을 바라본다.
종윤, 여전히 졸고 있다.
우현, 종윤의 뒤통수를 때린다.
우현, 순간 화가 나서 종윤의 머리를 북치듯 마구 때린다.
충분히 때리고는 숨을 헐떡인다.
종윤, 눈 감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우현, 고민하다 소원을 빈다.
긴 사이.
우현과 종윤, 동시에 서로를 마주본다.
우현과 종윤, 긴장한 모습으로 경계 자세를 취한다.
우현, 무전기에 대고
긴 사이.
발자국 소리 들린다.
우현과 종윤, 긴장한다.
발자국 소리 멈춘다.
보급관, 등장한다. 초소로 걸어간다.
사이.
우현과 종윤, 엎드린다.
사이.
별똥별 떨어진다.
우현과 종윤, 일어난다.
보급관, 종윤의 총을 빼앗는다.
종윤에게 총을 겨누며
보급관, 종윤에게 총을 돌려준다.
보급관, 퇴장한다.
사이.
사이.
두 사람, 겁에 질린 표정이다.
사이.
우현, 종윤의 뺨을 때린다. 순간 정적.
종윤, 표정이 일그러진다. 겁에 질려 이성을 잃어버린 듯하다.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한다.
종윤,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는다.
종윤, 총을 장전한다.
종윤, 공포탄 발사!
탕!
암전.
무대에 싸이렌 소리와 종윤의 외침만 가득하다.
무대 밝아지면, 초소에 우현, 종윤 엎드리고 있다. 그 사이에 보급관 서 있다.
종윤, 말문을 멈추고 일어선다. 주위를 둘러본다.
막
우현 (남, 23세, 상병)
종윤 (남, 20세, 이등병)
보급관 (남, 53세)
[무대]
새벽 3시의 초소는 황량하고 적막하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저 멀리 보이는 민가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근무자
누구냐?
종윤
근무자!
근무자
용무는?
종윤
근무 교대! (사이) 현 시간부로 근무 교대 완료했다는 보고.
무대 밝아진다.
우현, 긴장한 모습으로 경계 자세를 취하며 전방을 주시하는 반면,
종윤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우현
(나지막이) 들었냐? (사이) 못 들었어? (사이) 종윤아. 야, 김종윤.
우현, 조심스럽게 종윤을 바라본다.
종윤, 여전히 졸고 있다.
우현, 종윤의 뒤통수를 때린다.
종윤
이병! 김! 종……
우현
볼륨 낮춰.
종윤
죄, 죄송합니다.
우현
상말이 눈깔을 굴리는데, 막내가 잠을 자?
종윤
사, 상말이 뭡니까?
우현
상병 말기, 그러니까 상병 끝자락, 아니 시발 내가 이걸 왜 설명하고 앉았냐. (한숨) 못 들었어?
종윤
(고민하더니) 무엇을……
우현
방금 전에 무슨 소리 못 들었냐고.
종윤
그게……
우현
물어본 내가 등신이지. (사이) 그냥 쏠까? 시간도 존나게 안 가는데, 여기서 너 쏘고 탈영할까?
종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우현, 순간 화가 나서 종윤의 머리를 북치듯 마구 때린다.
충분히 때리고는 숨을 헐떡인다.
우현
생각해보니까 너 아까도 잤지? 정신 교육.
종윤
솔직히 대대장님 목소리 너무 졸립니다. 중저음으로 두 시간을 내리 때리는데, 완전 고문입니다.
우현
너 이등병 맞냐?
종윤
저, 이말입니다.
우현
(한숨) 너 어떡하지? 진짜 죽일까?
종윤
죄송합니다. 앞으론 안 졸겠습니다.
우현
그래, 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 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 이 엿 같은 군대에서 엿 같은 선임이랑 엿 같은 시간에 엿 같은 근무나 서야 하는, 대한민국의 엿 같은 현실이 문제지. 괜찮아. 너만 잔 거 아니야. 간부들도 다 쳐 자더라. 대대장이 무슨 말했는지는 기억 나냐?
종윤
잠수복 두 개가 발견됐다고 한 것 까지는 들었습니다.
우현
청춘.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가 안일하게 살아선 안 된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내가 너네들을 보면 너무 한심하다고. 그 아름다운 젊음과 청춘을, 낭비하는 걸 보자니 안타깝다고.
종윤
그런 말도 했습니까?
우현
시발새끼. 지가 한 달에 8만원 받으면서 뺑이 쳐보면 그딴 소리 못하지. 대한민국 장교 새끼들, 싹 다 병사 체험 시켜야 돼.
종윤
맞습니다.
우현
근데 또 생각해보면 말이야, 꼭 틀린 말도 아니야. 너 밖에 있을 때 뭐했냐?
종윤
서빙 알바하고, 남는 시간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그랬습니다.
우현
난 웨이터 했거든? 어차피 어릴 때부터 공부론 안 될 거 같아서 일찌감치 접고, 아는 형님 소개로 주점에서 일했어. 새벽까지 일하고 가게 문 닫은 다음에 학교 가서 자고. 선생님들도 이미 포기해서 건들지도 않았어. 한 달에 얼마 벌었게?
종윤
백?
우현
개업빨 받아서 5백까지 찍어봤다. 쉬는 날만 되면 백화점 가서 쇼핑하고, 주점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랑 룸 잡고 술 마시고, 토토하고.
종윤
도박 말입니까?
우현
영화에서 보면 돈다발 모아놓고 허공에 뿌리잖아? 나 그거 해봤다. 며칠 안 가서 다 꼬랐지만. 그땐 또 벌면 되니까, 이 생각으로 별로 우울하지도 않았어. 시발, 그게 고딩 때였으니까…… 인생이 존나 만만해보였지.
종윤
강우현 상병님. 저도 혹시 토토 좀 가르쳐주시면 안 됩니까?
우현
내가 왜 군대에 왔냐면, 주변 형들 보니까 시궁창이야. 나이 쳐먹고도 모은 돈 하나 없어 웨이터하고, 사채 끌어다 토토에 꼬라박고. 내가 왠지 저렇게 될 거 같더라. 그런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군대 왔다. 선임들한테 갈굼 먹고 일하다보니, 그런 생각은 아예 잊고 살았었는데. (사이) 별똥별이네.
종윤
어!
종윤, 눈 감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우현
소원 비냐?
종윤
(눈 감은 채로) 강우현 상병님도 빨리 비십쇼!
우현
근무 안 서냐?
종윤
후회하지 마시고 빨리 소원 비십쇼. 혹시 압니까? 정말로 들어줄지?
우현, 고민하다 소원을 빈다.
긴 사이.
우현과 종윤, 동시에 서로를 마주본다.
종윤
혹시……
우현
들었냐?
종윤
들으신 겁니까?
우현
조용. 총 똑바로 들어.
종윤
계속 들립니다.
우현과 종윤, 긴장한 모습으로 경계 자세를 취한다.
우현, 무전기에 대고
우현
(목소리 낮춰서) 천문대 측 근무자라 알리고, 현재 미상의 소리가 식별되었음. 계속 경계하겠음.
무전기
(소리만) 인지하였고, 계속 보고 바람.
우현
수신 양호. 아까 들었던 소리야.
종윤
잠수복 주인 아닙니까?
우현
모르지.
종윤
그럼 어떡합니까?
우현
잡아서 포상 받아야지.
종윤
저희 죽는 거 아닙니까? YG 들어가야 되는데……
우현
개죽음 당하기 싫으면 입 닥치고 똑바로 봐.
긴 사이.
발자국 소리 들린다.
우현과 종윤, 긴장한다.
우현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청춘!
발자국 소리 멈춘다.
우현
청춘!
보급관, 등장한다. 초소로 걸어간다.
보급관
보급관이다.
우현
(거수 경례)
보급관
미상의 소리가 들렸다고?
우현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보급관
부사수도 들었어?
종윤
이병 김! 종! 윤! 예, 확실히 들었습니다.
보급관
잤구만.
사이.
우현
아닙니다!
보급관
딱 보니까 둘 다 꿈꿨어. 한 명이 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어 깼고, 깨면서 냈던 소리가 옆 사람을 깨운 거지. 어때? 맞지? 종윤아. 네가 말해봐.
종윤
조, 졸긴 했어도 잔 적은 없습니다!
우현
!
보급관
엎드려.
우현과 종윤, 엎드린다.
보급관
오늘 정신 교육 시간에 대대장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종윤
젊음, 청춘……
보급관
그거 말고! 인근 해변에서 잠수복 두 개 발견됐다고 하셨잖아! 경계 태세가 강화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근무 시간에 잠을 자서 헛소리를 들어? 너네들이 이렇게 물렁하니까 철조망이 끊기고, 노크 귀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야!
우현
정말 들었습니다!
보급관
물론 새벽에 근무를 서니 졸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래선 안 돼. 군인은 나라를 지킬 시간에 꿈을 꾸면 안 돼!
우현
보급관님. 정말 아닙니다.
보급관
이 자식들이 그래도! 내가 군대 짬밥이 몇 년인 줄 알아? 그 동안 이런 일 한 번 없었을까? 척하면 척이야! 내가 공부만 잘했어도 지금쯤 연대장을 하고 있을 사람이야! 강우현이, 벌써 상병이라고 근무시간에 잠도 자고 말이야.
우현
(하는 수 없이) 죄송합니다.
보급관
대대장님이 백날 말씀하시면 뭐해. 바뀌는 게 없잖아. 그게 너네야. 그래서 난 병사들한테 잘해주고 싶지 않아. 아니 이 땅에 젊은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지 않아. 내가 너네처럼 젊었을 때, 그러지 않았거든. 쥐뿔, 없는 집안에서 동생들 가르치겠다고 먹여 살리겠다고 임관했고, 한 시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어. 그런데 너네들은 지금 뭐야? 때 되면 밥 줘, 추우면 온수 틀어줘, 옷도 줘. 그런데도 불만이 많아. 요즘 젊은 놈들은 안 돼.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지 않나?
우현
아닙니다.
보급관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 선임들 봐라. 이 년 동안 뭐했나. 그냥 머리만 길러 나가는 거야. 이 머리가 아니라, 평생 잘랐다, 길었다 하는 이 머리를! 개인정비 시간에 TV보고, 사지방 가고, PX가고. 영어 단어 하나 외우는 놈을 못 봤어. 일어나서 한 개, 점심 먹고 한 개, 샤워하고 한 개, 점호 끝나고 한 개, 자기 전에 한 개. 하루에 총 다섯 개. 다섯 개만 외워도 이 년 하면 3천개야, 이 한심한 것들아. (사이) 우현아, 내가 내년에 뭐하고 있을 거 같냐?
우현
군인하고 계실 거 같습니다.
보급관
그럼 그 다음 년은?
우현
그때도 군인일 거 같습니다.
보급관
너는 내년에 뭐 할 거 같냐?
우현
……
보급관
난 내년에도, 그 다음 년에도, 십 년 후에도 계속 군인이다. 그런데 너넨 뭐가 될지 나도 모르고 스스로도 몰라. 그 불확실성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면서 살아라. 물론 안 듣겠지만.
사이.
별똥별 떨어진다.
보급관
일어나
우현과 종윤, 일어난다.
보급관
방금 하늘에 별똥별 봤어?
우현
아까 떨어진 건 봤습니다.
보급관
예쁘더냐?
우현
그렇습니다.
보급관
별똥별은 슬프다. 영원히 빛날 줄 알았는데, 허망하게 사라지더라. 빛나는 줄 알았는데, 활활 타오르는 거였더라. 그게 청춘이고, 너네다. 예쁜 게 아니야.
우현
……
보급관
아무 일도 없으니까 근무나 제대로 서.
우현
알겠습니다.
보급관
그나저나, 오늘 암구어가 뭐냐?
종윤
금일의 암구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어에 청춘, 답어에 광명, 이상입니다.
보급관
청춘에 광명이라……
보급관, 종윤의 총을 빼앗는다.
종윤에게 총을 겨누며
보급관
청춘!
종윤
……
보급관
청춘!
종윤
과, 광명.
보급관
(우현에게) 청춘!
우현
광명.
보급관, 종윤에게 총을 돌려준다.
보급관
이건 아무리 만져도 어색하단 말이야. (종윤에게) 총 뺏기지 말어.
보급관, 퇴장한다.
종윤
얼마나 번다고 저런 소리를 합니까?
우현
3, 4백 되려나.
종윤
요즘 대기업 가면 초봉이 얼만데, 지금 나이에 3, 4백? 참나.
우현
십 년 모으면 당구장 하나 차릴 수 있지 않을까?
종윤
당구장 해서 얼마나 벌어먹고 살겠습니까? 저 나이에 은퇴하고 당구장이라니……
우현
결혼하면 집도 주고.
종윤
솔직히 직업군인 진짜 할 거 없는 막장들이나 하는……
우현
나 부사관 할까?
사이.
우현
맞아. 나 막장이야.
종윤
제가 원체 잔소리를 못 듣는 성격이라… 죄송합니다. (사이) 아! 아까 별똥별님한테 무슨 소원 비셨습니까?
우현
왜?
종윤
즉흥적으로 선택한 부사관 보다야, 꿈을 따라가는 게 멋있지 않겠습니까?
우현
당구장 하나 차려달라고 빌었는데.
종윤
그냥 제가 저한테 쏘겠습니다. 죽겠습니다.
우현
됐어, 그만해.
종윤
아닙니다. 저 같은 놈은 죽어야 됩니다.
우현
그만하라고!
사이.
두 사람, 겁에 질린 표정이다.
우현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청춘!
사이.
종윤
어떡합니까? 계속 들립니다.
우현
기다려보자.
종윤
보고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계속 들리지 않습니까!
우현
……
종윤
강우현 상병님! 빠, 빨리 보고 하십쇼. 무섭습니다.
우현
(망설이더니, 무전기에 대고) 천문대 측 근무자라 알리고, 미상의 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보고.
무전기
(사이, 소리만) 인지하였고, 복귀한 뒤에 진술서 쓰라는 구나.
우현
(무전기에 대고) 수신양호.
종윤
보급관 진짜 미친놈 아닙니까?
우현
(한숨) 좆같네 진짜.
종윤
진짜 간첩이면 어떡합니까? 영상 보니까 걔네들 젓가락으로 나무도 뚫던데……
우현
뭘 어떡해. 다 뒤지는 거지 뭐.
종윤
한 번만 더 무전해보면 안 됩니까?
우현
너도 아까 봤잖아. 우리 안 믿는 거. 그딴 새끼 없어도 돼. 근무 십 분 남았다. 조금만 참자.
종윤
강우현 상병님이 안 하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우현
너 미쳤냐?
종윤
진짜 무섭단 말입니다.
우현
경계 서는 거, 우리 일이야. 간첩, 아닐 거야.
종윤
강우현 상병님도 무섭지 않습니까? 억지로 끌려온 군대에서 그냥 뒤질 순 없지 않습니까. 간첩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아니겠지 하다 진짜 간첩이면 우리만 좆 되는 거 아닙니까. 우리만 운 지지리 없는 군인 되는 거 아닙니까. 무섭지도 않습니까? 빛나기는커녕 타버리지도 못했는데 죽는 게? 난 YG 들어가야 된다고…… 전역하고 오디션 볼 거라고.
우현, 종윤의 뺨을 때린다. 순간 정적.
우현
울고 지랄이야 미친 새끼가. 누가 죽어? 너만 할 거 있는 줄 알아? 나도 당구장 차릴 때까지 뒤질 생각 없어! 시발, 나도 무서워. 보이면 차라리 덜 하겠는데, 안 보이니까 더 무섭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그러잖아. 인간은 상상을 하기 때문에 비겁해지는 거라고. 상상을 하지 말라고. 그럼 존나 용감해질 수 있다고. 그러니까 상상하지 말자. 너도, 나도. (사이, 여전히 겁먹었지만) YG 들어가게? 가수할라고?
종윤
(여전히 떨면서) 막연한 꿈같은 겁니다. 생각만 해도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뛰는데, 마지막엔 한숨만 나오는, 그런 겁니다.
우현
존나 용감해져봐. 상상하지 말라고.
종윤
더 크게 들립니다!
우현
겁먹지 마.
종윤
귀가 찢어질 거 같습니다!
우현
그럼 눈 더 크게 뜨고 똑바로 경계해.
종윤, 표정이 일그러진다. 겁에 질려 이성을 잃어버린 듯하다.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한다.
우현
너 왜 그래!
종윤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귀신도 아니고. 이건 분명 꿈입니다. 꿈! 빨리 깨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현
그래, 그렇게라도 버텨라.
종윤
도대체 뭡니까? 실체가 있긴 한 겁니까? 어디서 들리는 소리입니까?
종윤,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는다.
종윤
어버버버버버버버.
우현
칠 분 남았다.
종윤
이상합니다. 귀를 막았는데 더 크게 들립니다. 혹시, 제 몸 속에서 나오는 소리 아닙니까? 그러니까 귀를 막아도 더 크게 들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청춘!
우현
정신 차려!
종윤
시발, 개새끼야! 나오라고! 숨어 있지만 말고 나오라고!
종윤, 총을 장전한다.
우현
종윤아!
종윤
초병의 무기 사용 수칙. 야간에 3회 이상 수하 하여도 불응하여 대답이 없거나 도주하거나 초병에게 접근할 때. 청춘! 청춘! 청춘!
종윤, 공포탄 발사!
탕!
종윤
나오라고!
암전.
종윤
청춘! 청춘! 청춘! 청춘! 청춘!
무대에 싸이렌 소리와 종윤의 외침만 가득하다.
무대 밝아지면, 초소에 우현, 종윤 엎드리고 있다. 그 사이에 보급관 서 있다.
보급관
눈이 있으면 봐라. (관객석을 가리키며) 너네 둘 때문에 이 시간에 대대 전 병력이 출동했어.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우현
들렸습니다.
보급관
아무것도 없잖아!
종윤
그럼 들리는 걸 어쩝니까!
보급관
너 방금 뭐라 했어!
종윤
들리는 걸 어쩌……
종윤, 말문을 멈추고 일어선다. 주위를 둘러본다.
보급관
너 뭐하는 거야!
종윤
지금, 지금 들리지 않습니까? 이 정체모를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나타나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점점 저희에게로 다가오고 있지 않습니까?
보급관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관객석을 바라보며) 너넨 들리냐?
김기태
2011년도부터 글을 썼으니까, 올해로 7년째입니다. 3년 더 해서 10년 채우면, 뭐라도 돼있지 않을까 합니다. 재밌는 글 많이 쓸 테니까, 저 많이 사랑해주세요. 우리 이제 자주 보기를 바랍니다.
2018/02/27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