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분 34초.

   #
   재즈가 수많은 백인들에 의해서 연주되고, 맨 처음 악기부터 음반까지 백인들에 의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재즈에는 백인들은 절대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그들의 조상들이 노예로 끌려와 살았을 때 만들어진 그 어떤 무엇이다. 그것을 딱 한 단어로 집어서 지목하자면, 바로 이 단어가 될 것이다.

   필드홀러field-holler.1


   #
   관찰하듯 듣기,
   경청과는 다른 마음으로
   일상 속의
   비명 같은 색조

   장은 세계를 듣는다
   세계를 기다리는 동안
   바람이 흐르고
   휘파람이 흐르고
   점토는 돌아간다

   팬데믹

   세계보다 조금
   먼저 도착해서
   구석에서 웅크리거나
   구멍을 만들어내는
   벽지 속의 곰팡이
   번져가는 얼룩

   떠나가지도 않고 떠나갈 수도 없는 것

   #
   세계는 경적처럼
   몇 걸음 먼저 도착해서
   다가오거나
   다가오지 않아도
   이미 거기에 있다.

   숨
   필연적인 붕괴
   알갱이의 흩어짐

   깨끗하게 사라지기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유일한 질서처럼

   음

   먹거나 먹히지 않아도
   괜찮은

   #
   세계 : 환원-기계

   두는 더이상 자연에게 복종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자연은 장보다 거대하고
   세계보다 작은
   노이즈
   불과하니까.

   그보단 멜로디
   중첩되는 리듬?

   두의 모든 인상과
   기억과 예감과
   세계가 단 한 번,
   처음과 끝
   울 때

   두가 영원히
   듣는 소리

   숨

   소리
   의식

   #
   장은 세계를 듣는다
   두를 기다리듯이
   두를 빚고
   물레 위에서
   두를 기다리듯
   두를 초대하고
   두가 도착할 때까지

   #
   최종 형식으로서의 예술.

   메타 × 메타 × 클리셰

   #
   세계에는 두 종류의 진리가
   있습니다.
   두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 그리고
   진실입니다

   사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사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경멸합니다.

   그래?
   장이 말했다.

   두가 보기에
   나는
   어떤 사람이야?

   두는 마스크 너머의
   단단한 눈으로
   장을 응시하고
   장은
   조금
   부끄러워졌다.

   장은
   사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메타메타인간입니다.

   #
   사람은 미워하는 게 아니지

   내가 뭐라고.

   장에게 영원한 것은
   죽음과
   신이다.

   #
   두,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너를 만들면 생각이 없어져. 대신 머리가 조금 아프고. 현기증도 좀 나고. 자주 만들 수는 없고. 이래도 되나? 싶어서. 무슨 뜻이냐고? 무슨 뜻일까? 의미는 무슨 뜻일까? 생각해볼까? 생각해줄래? 내가 만든 거. 두가 한번 생각해볼래? 나는 생각 없으니까. 대신 생각해볼까?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잊어버렸고. 서운한 사람들에게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도 서운하지도 않고 잊어버리지도 않고. 창밖으로 물이 흐르는 소릴 들어. 너무 천천히 흘러서 흐르는 것 같지도 않은 물을 보면서 물이 흐르는 소릴 들어. 나도 예전에 시간이 흐르는 소릴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물이 흐르는 소릴 들어. 시간? 물보다는 멈춰 있겠지.

   시간이 물보다는 깊으니까
   그래야 하지 않을까?

   나는 물밖에 있지만
   나는 시간 안에도 시간 밖에도 있는
   시간시간인간?
   메타메타인간이니까?

   두. 너를 초대하고 싶어. 나한테 올래? 언제 올래? 언제쯤 올 거야? 나는 물이 흐르는 소릴 들으면서 두를 기다리고 있어. 너도 물 밖에 있니? 혹시 물 밖을 떠내려가니? 뭍으로 가고 있니? 나는 뭍에 있는데 뭍에서 너를 기다려. 너는 혹시 물속이니?

   혹시 그렇니?
   너를 삼켜도 될까?


jj1

시각디자이너 송제원, 세라믹 아티스트 정서일, 시인 정사민은 2020년 아트북 『텍스티미지 Textimage』 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조형과 디자인 등의 유기적이며 종합적인 협업을 지향합니다.

2021/10/12
47호

1
강헌, 『전복과 반전의 순간』, 돌베게,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