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기
   누구나 애창곡이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적, 유희열, 전람회 등의 축축 처지는 노래를 좋아했다. 그중 한 곡을 꼽으라면 이적의 <달팽이>.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이 노래가 그저 좋았다. 가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사춘기 소녀에게는 감상에 젖기에 이보다 더 좋은 노래가 없었다.
   초등학생 때는 <노을>이란 동요를 좋아했다.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잔잔한 음색을 가진 어린이가 불렀던 걸로 기억한다. <노을>은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다.
   결이 가장 먼저 흥얼거린 노래는 <상어 가족>이다. 밥 먹을 때 반찬으로 생선, 멸치 등이 나오면, ‘빠바빠바’ 하는 노래 시작 부분을 자동으로 부른다. <상어 가족> 다음으로 좋아하는 동요는 <작은 별>.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더듬더듬 “별” 부분만 따라 부르는 정도인데, 압권은 다른 가사를 붙여 부를 때다. “반짝, 반짝, 작은 별” 대신 “엄마, 엄마, 어엄마아. 아빠, 아빠, 아아빠아.” 하고 흥얼대는 결이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 “빠바빠바”


   나성훈(아빠) : 우리가 <상어 가족> 노래를 어떻게 들려주게 되었는지 기억해?

   장은혜(엄마) :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노래와 영상을 아이가 좋아하고 중독성이 강해서 그뒤로 자주 보여주었지.

   나성훈 : 아이에게 최대한 영상 매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는 않네.

   장은혜 : 지금은 <상어 가족>을 전만큼 찾지는 않아. 요즘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는 <작은 별>이지. 자주 보는 영상은 <뽀로로와 콩순이>로 관심이 넘어가고 있어.

   나성훈 : 결이가 조금 더 크면 다른 노래나 영상을 찾게 되려나?

   장은혜 : 그렇겠지? 얼마 전에는 <쿵푸 팬더>를 보여주니 곧잘 집중을 하더라고.

   나성훈 : 영상 매체가 아예 없던 시절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웠을까?

   장은혜 :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노래를 불러줬을 거야. 알고 있거나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책을 이용하기도 했겠지.

   나성훈 : 요즘 아이들은 영상 매체와 떼려야 뗄 수 없어서, 영상 없이 무언가를 익히거나 시간을 보내는 게 어려운 것 같아.

   장은혜 : 시대가 바뀌어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는 것 같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관심 있는 건 거의 다 나오니까 조금만 더 크면 막을 수도 없겠지.



   - “멋있는 할아버지 상어, 자상한 할머니 상어”


   나성훈 : <상어 가족> 노래 가사를 보면 <곰 세 마리>와 비교가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등장인물만 봐도 <상어 가족>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오잖아. <곰 세 마리>는 엄마, 아빠만 나오고. 조부모가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는 오늘의 시대상을 반영한 건가 싶더라고.

   장은혜 : 맞벌이가 많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조부모가 없으면 누구라도 보호자를 대신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지. 한편으로 나는 <상어 가족>의 등장인물이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이 한집에 다 같이 살던 대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어.

   나성훈 :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영상 매체에는 양면이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이 캐릭터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영상을 멍하니 볼 때면 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이가 영상에 집중할 때 잠깐이나마 여유가 생기니까 캐릭터들이 ‘육아 파트너’처럼 느껴지기도 해.

   장은혜 : 아예 안 보여주기는 어렵고, 너무 격리 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시대가 중요하게 다루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쁨도 있잖아. 그냥 더 다양해진 거지.

   나성훈 : 과자 먹이는 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해. 과자를 많이 주는 집, 조금 주는 집, 유기농 과자만 골라서 주는 집 등 방식은 다양하잖아. 매체 노출이나 노래 익히는 것도 각 집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아.

   장은혜 : 솔이(둘째)가 태어남과 동시에 결이가 TV나 스마트폰으로 영상 매체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늘었지. 우리가 책이나 다른 놀거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결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나는 크게 걱정은 안 돼. 1시간 넘게 영상을 보면 아이도 흥미가 떨어져서 슬슬 다른 거 하고 놀아. 장난감 쏟아내고 그림 그리고. TV는 우리가 시간을 정해두고 지켜서 끄면 되거든. 그런 경계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




   - “아기 상어 뚜루루뚜, 귀여운 뚜루루뚜”


   나성훈 :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거의 비슷하잖아. 공통점 같은 게 있을까?

   장은혜 : 후크송 같은 느낌? 우리도 몇 번 듣다 보면 중독성이 있잖아.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대부분 장조인 것 같아.

   나성훈 : 단조 있는 노래 중에 나는 <아기 염소> 좋아했는데.

   장은혜 : 나도 그 노래가 신기했어. “빗방울이 뚝뚝뚝 떨어지는 날에는” 하면서 단조로 변하는 부분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어. 단조로 되면서 약간 느려지거든. 요즘 사랑받는 노래들은 대부분 캐릭터랑 연관된 노래인데, 좋은 창작 동요를 더 많이 만들고 퍼뜨리면 좋겠어. 나 어릴 때 어떤 선생님은 한 주에 하나씩 동요를 외우도록 같이 부르는 사람도 있었어. 우리 아빠도 <향수> 노래에 빠져서 많이 불렀는데 지금 내가 그 시를 다 외우거든. 단어가 고운 그런 노래는 외우면 좋은 것 같아.


   결의 시간



흥이 많은 결, 잠들기 직전까지 놓지 않는 마이크.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도 늘 흥얼거리는 곡 중 하나.


두 돌도 되기 전부터 음악에 조예가 깊던 결.



   엄마 일기


   결이를 보면 우리 안에 내재된 ‘흥’이란 것이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인지 깨닫는다. 살맛나지 않는 날에도 노래가 있어 애써 흥얼거릴 여유가 선물처럼 주어진다. 오늘도 나의 마음에서 나지막이 읊조리는 이적의 <달팽이> 대신 <상어 가족>과 <작은 별>이 더 큰 존재감을 내뿜지만…… 누구라도 기쁘게 흥얼거릴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 에필로그


   장은혜 :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도 음악 시간이 즐겁지는 않았어. 시험도 말도 안 되는 것도 봤던 것 같아. 비발디의 <사계> 부분을 듣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계절인지 맞추는 것도, 부끄러운 가창 시험도, 계이름을 왜 외워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나성훈 : 고3 때는 공부하라고 음악 수업을 안 했잖아. 다들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어. 다른 나라에서는 음악이 이런 대우를 받지는 않을 텐데. 어릴 때 음악을 다르게 배웠다면 인생을 훨씬 풍요롭게 할 수 있었을 거야.


분수의 움직임=노래의 리듬.





사진글방

장은혜는 사진 찍고, 나성훈은 글 씁니다. 사진과 글을 도구로 세상의 작은 것들을 정성스럽게 담아냅니다.

2018/07/31
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