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는 시
6화 선물하는 시 쓰기
내 생각엔 내가 좀 우울한 것 같다. 모든 게 시원찮다. 지금 이 글도 별로 쓰고 싶지 않다. 그래도…… 선물을 주는 일은 재밌다. 우리가 했던 모든 일은 사실 별 게 아니었다. 붙이고 다니고 나눠주고. 이번엔 즉석에서 만들어서 주는 일을 했다. 뭘 만들고 있으면 되게 재밌다. 남이 만들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아주 좋고. 사실 선물을 주는 일보다는 선물을 만드는 일이 더 재밌는 것 같다. 선물을 주는 일도 뭔가를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만들고 싶다. 우리가 쓴 시로 세상을 다 덮어버리고 싶다. 뭘 하고 싶은지 얘기하다보니까 왠지 이 글도 쓰고 싶어지네. 아 나는 만나서 시 쓰기 모임에서 노쇼와 늦쇼를 담당하고 있는 김승일 시인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공간인 ‘재미 공작소’에서 <시공간집>이라는 행사를 했다. 무슨 행사인지는 직접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직접 찾아보는 일이 누가 알려주는 거 듣는 것보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찾아보고 뭐가 뭔지 알게 되면 스스로 뭔가를 알아낸 기분이 드니까. 그런 기분이 되게 좋다. 어쨌든 행사였다. 백은선, 안미옥 시인이 여기 참여했고, 나는 깍두기가 되어서 옆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벽에 붙여놓은 시들을 공책에 베껴 적고 있었다. 자세한 것은 직접 알아보세요. 필사를 다 끝냈거나, 잠시 쉬고 싶은 사람이나, 이제 집에 가야 할 사람들이 우리에게 왔다. 백은선 시인에겐 물감하고 붓이 있었다. 그림을 그려줬다. 안미옥 시인에겐 펜이 있었다. 즉석에서 문장을 써줬다. 나는 삼행시를 써줬다. 종이 한 장에 그게 다 담겼다. 선물이에요.
백은선이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그림 옆에 삼행시를 쓰는 게 어쩐지 죄스러웠다. 내 친구들은 네이버 지식인에 삼행시 써달라는 질문(부탁이지)에다가 삼행시를 써주곤 하는데, 누구 삼행시가 답변으로 채택되나 겨루곤 한다. 삼행시를 굉장히 잘 쓴다. 나보고 삼행시를 쓰라는 건 거의 한시를 쓰라거나 영국 전통시를 써보라고 하는 거나 하이쿠 쓰라는 거랑 비슷한 건데. 누가 삼행시를 선물로 주자고 했지. 내가 그랬지. 왜 그렇게 자신만만 쓰자고 했을까. 잘 쓰는 건 내가 아니라 내 친구들인데.
미옥이 문장을 쓰기 전에 이름만 물어봤다. 이름만 들어도, 선물 받을 사람의 표정만 바라봐도 문장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은선이는 그걸 그림으로 그렸다. 너무 잘 그려서 깜짝 놀랐다. 미옥과 나는 안심했다. 우리가 쓴 글이 조금 수준미달이라도, 은선이의 그림은 나도 선물 받고 싶은 그림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선물 받을 사람과 함께 계속 은선이를 칭찬했다. 은선이는 뭐 이정도야 껌이지 그런 표정으로 계속 그렸다. 속으로는 칭찬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모르는 일. 어쨌든 내 순서가 왔다. 나는 삼행시를 썼다. 사람들 이름으로 썼다. 사람들이 웃었다. 어떤 사람은 웃으면서 좋아했다. 왜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너무 긴장했다. 나는 긴장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삼행시는 나를 긴장시켰고, 선물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게 자신감을 줬고, 다시 다음 사람이 오면 긴장했다. 은선이가 그림을 아주 천천히 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림을 감상하다가 아무것도 생각을 못했다. 손이 가는대로 시를 썼다. 손이 가는대로 시를 써서 누구한테 줬던 거는 고등학생 어린 시절에 친구들한테 재미로 했던 것인데. 이 행사가 끝나면 이제 이렇게 손이 쓰게 만들지 않을 거야. 그러고 나서 집에 가서 친구들한테 카톡으로 계속 삼행시를 써줬다.
어쨌든 행사 막판에는 미옥 언니가 삼행시를 쓰고 나는 문장을 썼다. 나는 짧게 쓸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서 종이를 꽉 메웠다. 더 정확하게 쓰려고만 해도 문장을 계속 길어지기 마련이니까. 미옥 언니는 삼행시를 썼다. 나보다 훨씬 잘 썼다.
‘선물하는 시’ 연재에는 항상 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진 안 보여주려고요. 그날 있었던 일은, 그날 만들었던 것은, 그날 선물했던 것은…… 이 다음 문장은 자유롭게 상상하세요. 저는 앞으로도 선물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선물을 주고 싶은 게 아닐지도 몰라요. 선물을 만드는 게 좋은 것인지도 몰라요. 만드는 순간 사람들이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면 부처님 하느님이 잘했다고 돈벼락(비유 아님)을 내렸으면 좋겠어요. 아직 사람들이 충분히 좋아하지 않았나봐요. 조금 더 해볼게요. 앞으로도 계속 할게요. 받게 되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방금 만들었을 겁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공간인 ‘재미 공작소’에서 <시공간집>이라는 행사를 했다. 무슨 행사인지는 직접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직접 찾아보는 일이 누가 알려주는 거 듣는 것보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찾아보고 뭐가 뭔지 알게 되면 스스로 뭔가를 알아낸 기분이 드니까. 그런 기분이 되게 좋다. 어쨌든 행사였다. 백은선, 안미옥 시인이 여기 참여했고, 나는 깍두기가 되어서 옆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벽에 붙여놓은 시들을 공책에 베껴 적고 있었다. 자세한 것은 직접 알아보세요. 필사를 다 끝냈거나, 잠시 쉬고 싶은 사람이나, 이제 집에 가야 할 사람들이 우리에게 왔다. 백은선 시인에겐 물감하고 붓이 있었다. 그림을 그려줬다. 안미옥 시인에겐 펜이 있었다. 즉석에서 문장을 써줬다. 나는 삼행시를 써줬다. 종이 한 장에 그게 다 담겼다. 선물이에요.
백은선이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그림 옆에 삼행시를 쓰는 게 어쩐지 죄스러웠다. 내 친구들은 네이버 지식인에 삼행시 써달라는 질문(부탁이지)에다가 삼행시를 써주곤 하는데, 누구 삼행시가 답변으로 채택되나 겨루곤 한다. 삼행시를 굉장히 잘 쓴다. 나보고 삼행시를 쓰라는 건 거의 한시를 쓰라거나 영국 전통시를 써보라고 하는 거나 하이쿠 쓰라는 거랑 비슷한 건데. 누가 삼행시를 선물로 주자고 했지. 내가 그랬지. 왜 그렇게 자신만만 쓰자고 했을까. 잘 쓰는 건 내가 아니라 내 친구들인데.
미옥이 문장을 쓰기 전에 이름만 물어봤다. 이름만 들어도, 선물 받을 사람의 표정만 바라봐도 문장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은선이는 그걸 그림으로 그렸다. 너무 잘 그려서 깜짝 놀랐다. 미옥과 나는 안심했다. 우리가 쓴 글이 조금 수준미달이라도, 은선이의 그림은 나도 선물 받고 싶은 그림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선물 받을 사람과 함께 계속 은선이를 칭찬했다. 은선이는 뭐 이정도야 껌이지 그런 표정으로 계속 그렸다. 속으로는 칭찬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모르는 일. 어쨌든 내 순서가 왔다. 나는 삼행시를 썼다. 사람들 이름으로 썼다. 사람들이 웃었다. 어떤 사람은 웃으면서 좋아했다. 왜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너무 긴장했다. 나는 긴장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삼행시는 나를 긴장시켰고, 선물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게 자신감을 줬고, 다시 다음 사람이 오면 긴장했다. 은선이가 그림을 아주 천천히 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림을 감상하다가 아무것도 생각을 못했다. 손이 가는대로 시를 썼다. 손이 가는대로 시를 써서 누구한테 줬던 거는 고등학생 어린 시절에 친구들한테 재미로 했던 것인데. 이 행사가 끝나면 이제 이렇게 손이 쓰게 만들지 않을 거야. 그러고 나서 집에 가서 친구들한테 카톡으로 계속 삼행시를 써줬다.
어쨌든 행사 막판에는 미옥 언니가 삼행시를 쓰고 나는 문장을 썼다. 나는 짧게 쓸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서 종이를 꽉 메웠다. 더 정확하게 쓰려고만 해도 문장을 계속 길어지기 마련이니까. 미옥 언니는 삼행시를 썼다. 나보다 훨씬 잘 썼다.
‘선물하는 시’ 연재에는 항상 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진 안 보여주려고요. 그날 있었던 일은, 그날 만들었던 것은, 그날 선물했던 것은…… 이 다음 문장은 자유롭게 상상하세요. 저는 앞으로도 선물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선물을 주고 싶은 게 아닐지도 몰라요. 선물을 만드는 게 좋은 것인지도 몰라요. 만드는 순간 사람들이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면 부처님 하느님이 잘했다고 돈벼락(비유 아님)을 내렸으면 좋겠어요. 아직 사람들이 충분히 좋아하지 않았나봐요. 조금 더 해볼게요. 앞으로도 계속 할게요. 받게 되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방금 만들었을 겁니다.
만나서 시 쓰기, 김승일
안미옥, 백은선, 김승일. 우리는 세 사람이다. 우리는 시인이고 친구들이다. 종종 만나서 밥을 먹었다. 그러다 누가 만나서 밥만 먹지 말고 시도 쓰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만나서 시 쓰기’가 되었다. 밥 먹는 거랑 시 쓰는 거 말고 재밌는 거 뭐 없나. 고민하다가 이걸 하게 되었다. 이건 ‘선물하는 시’다. 시를 선물하는 프로젝트다.
2018/11/27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