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목소리
1화 당신을 기억하는 목소리
‘향긋한 풀잎 아래 문희가 누워 있다.’
정윤은 친구의 무덤을 떠올리며 첫 문장을 썼습니다. 2015년 봄, 인문학 워크숍에서였습니다. ‘죽은 친구에 대해 내가 말을 할 수 있구나. 아니, 말을 하고 싶구나.’ 2년 전 테러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슬픈 기억과 감정이 불쑥 삐져나왔습니다. 사실 정윤은 거의 매일 죽은 친구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났던 동물원 풍경을 구석구석 카메라에 담고, 친구가 꿈에 나올 때마다 글로 기록해두고 있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정윤은 고요한 얼굴로 이야기를 들어준 미선에게 각자의 죽음에 대한 기억과 생각들을 나누는 작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미선 역시 10년 전 자살 사고로 동생 현숙을 잃었고 그뒤로 하루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정윤과 미선, 두 사람에게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목구멍을 넘기지 못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이 말들은 보통의 장소에서는 절대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았습니다. 만약 죽음에 여러 색이 있다면 이 죽음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런 색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소외되고 제외된 색과 소리가 이 대화의 자리에서는 담길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다만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품은 두 사람은 산책하듯 느릿느릿, 하지만 멈춤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먼저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녹음한 대화를 텍스트로 풀어내고, 그 텍스트를 바탕으로 미선은 그림을, 정윤은 영상을 만들고, 함께 시를 쓰고, 그 창작물들을 화제로 다시 대화를 나누고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조금은 낯설고 단 한 번도 누구와도 해보지 않은 방식의 애도 작업은 마치 어두운 숲속을 더듬거리며 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멀고 희미한 빛이 보이면 그쪽으로 함께 걸어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어떤 빛을 발견했을까요? ‘두 개의 목소리’ 프로젝트는 두 사람에게 그동안 길잡이가 된 일곱 개의 빛을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매 화 하나의 빛줄기를 따라가며 대화록 형식의 글과 그림, 영상, 시 등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와 빛이 누군가에게 또하나의 목소리로, 빛으로 닿길 바라며.
정윤은 친구의 무덤을 떠올리며 첫 문장을 썼습니다. 2015년 봄, 인문학 워크숍에서였습니다. ‘죽은 친구에 대해 내가 말을 할 수 있구나. 아니, 말을 하고 싶구나.’ 2년 전 테러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슬픈 기억과 감정이 불쑥 삐져나왔습니다. 사실 정윤은 거의 매일 죽은 친구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났던 동물원 풍경을 구석구석 카메라에 담고, 친구가 꿈에 나올 때마다 글로 기록해두고 있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정윤은 고요한 얼굴로 이야기를 들어준 미선에게 각자의 죽음에 대한 기억과 생각들을 나누는 작업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미선 역시 10년 전 자살 사고로 동생 현숙을 잃었고 그뒤로 하루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정윤과 미선, 두 사람에게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목구멍을 넘기지 못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이 말들은 보통의 장소에서는 절대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았습니다. 만약 죽음에 여러 색이 있다면 이 죽음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런 색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소외되고 제외된 색과 소리가 이 대화의 자리에서는 담길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다만 만난 적도 없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품은 두 사람은 산책하듯 느릿느릿, 하지만 멈춤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먼저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녹음한 대화를 텍스트로 풀어내고, 그 텍스트를 바탕으로 미선은 그림을, 정윤은 영상을 만들고, 함께 시를 쓰고, 그 창작물들을 화제로 다시 대화를 나누고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조금은 낯설고 단 한 번도 누구와도 해보지 않은 방식의 애도 작업은 마치 어두운 숲속을 더듬거리며 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멀고 희미한 빛이 보이면 그쪽으로 함께 걸어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어떤 빛을 발견했을까요? ‘두 개의 목소리’ 프로젝트는 두 사람에게 그동안 길잡이가 된 일곱 개의 빛을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매 화 하나의 빛줄기를 따라가며 대화록 형식의 글과 그림, 영상, 시 등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와 빛이 누군가에게 또하나의 목소리로, 빛으로 닿길 바라며.
두 개의 목소리
안미선은 그림을 그리고, 안정윤은 영상을 만듭니다. 미선과 정윤은 죽음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기록합니다. 마치 산책길을 거니는 사람들처럼, 예쁜 돌을 주우면 보여주고 낯선 소리를 들으면 멈춰 서서 같이 귀 기울였다가 다시 이야기합니다.
2019/02/26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