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일 미세먼지가 유독 심하던 날. 주네와 재구는 학교 앞 카페 낭떠러지석1)에 나란히 앉았다. 열흘 뒤인 14일에 ‘리뷰모구모구’의 마지막 연재 원고를 《비유》 측에 넘겨야 하는데 시루는 제국으로 관광+요양 여행을 떠났고…… 어쩌지? 주네와 재구는 시루와 함께한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리운 시루에게 엽서를 쓰기로 했다.


   Dear. 시루


   -first letter (From. 주네)



   휴학생의 대답은 누구보다 빨랐다. (오오!)
   시루의 제안은 휴학생을 무료함으로부터 구원해주었다.
   재구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망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재구, 어떻게 같이 하게 되었지?


   -second letter (From. 재구)


   “언니, 그때 이야기한 거 기획안 써봤는데 한번 볼래요?”
   넙죽 기획안을 받아본 것이 화근이었어! 평소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나는 어쩐지 ‘리뷰모구모구’라는 작명이 번뜩 떠올랐지. 아무런 검열 없이 두 사람에게 던지고는 바로 “무리수가 아닐까?” 자괴감에 시달렸는데, 주네의 대답이 생생하게 기억나.
   “전 모구모구 좋아요!”
   시루는 “ㄱㄱ”라고 했던가? 그렇게 우리는 팀 ‘리뷰모구모구’가 되었어. 하지만 친구였던 우리가 ‘일하는 사이’가 되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 갑자기 첫 연재 때가 생각난다. 안 그래 주네?


   -third letter (From. 주네)



   ‘리뷰 뭘까?’ 고민하던 우리.
   언젠가 재구가 “영수증도 리뷰2)가 될 수 있어!”라고 말했다. 시루와 나는 “맞아! 우리의 생활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은 리뷰가 될 수 있지!”라고 답했고. 신기하게도 첫 원고 작업을 하던 때를 떠올리면 이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리뷰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내게 너무 추상적이었다. 첫 원고 연재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서 모든 게 막막하게 느껴지던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능숙하게 이끌어준 시루와 재구 덕분에 지난한 작업들이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었어.

   ‘리뷰모구모구’의 작업은 모두 시루, 재구와 함께였기에 가능했지!
   항상 고마움을!


   -fourth letter (From. 재구)


   “왜 뭐든지 할 만할 때 끝나는 걸까?”
   1화 원고와는 달리 너무도 순조롭게 진행된 6화 원고 작업. 다양한 우여곡절과 갈등을 겪으면서 우리는 팀 내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해온 것 같아. 각 화마다 커다란 화두를 던지고 방향성을 제시했던 시루, 항상 재미난 생각과 의외의 발상으로 활기를 불어넣던 주네, 기록, 정리, 마무리에 집착하는 나, 재구. 우리는 마치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착착착 ‘리뷰모구모구’만의 플로우를 만들어온 것 같아.
   두 사람과 함께한 지난 시간을 리뷰해볼까? 그것은 나에게 서로의 생각하는 방식, 말하는 방식을 파악하고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세 사람의 장점과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우리만의 팀워크를 개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어. 3화 ‘정체성-리뷰’를 진행하며 얻었던 두 사람에 대한 힌트가 내내 도움이 되었지.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자신만의 솔직한 언어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나에 대해 말하는 일의 어색함과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어.
   7화 연재까지 모두 마치고 나면, 1화를 준비했던 지하 카페에 가서 다시 ‘정체성-리뷰’를 해보지 않을래? (본심: 다 같이 따듯한 커피에 초콜릿케이크 먹고 싶다.) 시루, 주네, 재구의 정체성과 더불어 팀 ‘리뷰모구모구’의 정체성도 추가해 리뷰하자. 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를까? 그래서 시루, 언제 돌아올 예정이라고?


   -fifth letter (From. 주네)



   첫 원고를 구상할 때부터 우리는 각자의 노트를 사용했다.
   사실 나는 노트 필기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노트를 빼곡하게 사용하는 시루와 재구를 보면서 하나쯤 사용해볼까 싶었다. 냉큼 ‘리뷰모구모구’ 전용 노트를 구비했다. 노트를 펼치고 원고를 구상하거나 전시, 공연을 보고 얻은 아이디어, 키워드를 채워넣었더니 「리뷰모구모구의 이미지들」이라는 원고가 완성되었다. 노트에 적었던 생각이 리뷰가 되고 그 리뷰들이 모여서 ‘리뷰-노트’가 탄생했던 경험.
   우리는 각자가 맡은 원고를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리뷰-노트’로 만들어냈다. 하나의 리뷰가 또다른 리뷰로 무한히 연결되고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가다보니 어느새 《크리티블로이드》 마감을 하고 있던 우리. 이 정도면 ‘리뷰모구모구’의 첫 목표였던 독립적 리뷰가 생성될 수 있는 장소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반년 정도의 짧은 작업이었지만,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것 같아!


   -sixth letter (From. 재구)


   흠, 《크리티블로이드》에 대해서라면 할말이 별로 없는데……

   정말 짱이라고 생각해!(궁서체)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냐고?
   어디에 적어뒀더라?
   주네 이야기를 마저 들으면서 잠깐만 기다려줄래?


   -seventh letter (From. 주네)



   ‘리뷰모구모구’의 플레이리스트.
   우리는 《크리티블로이드》에 우리의 작업곡 리스트를 QR코드로 삽입했다. 테스트 인쇄를 진행했을 때 QR코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서 당황했지만, 아날로그 인간 재구와의 재출력-가위질-풀칠 수작업으로 새로운 QR코드를 오려 붙여 해결할 수 있었다. 다행히 《크리티블로이드》의 첫 독자들을 올바른 경로로 안내할 수 있었지. 재구는 나와 카페에서 머리를 맞대고 풀칠을 하던 기억이 어쩐지 애틋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시루, 재구, 그리고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노래의 제목들을 이미지로 제작해보았다.
   각자 듣는 노래도 작업하는 방식도 다른 우리.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과정.
   취향·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last letter (From. 재구)


팀 ‘리뷰모구모구’는 웹진 《비유》 연재물 그리고 《크리티블로이드》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2019년 12월 26일 모구모구의 고장 인천으로 독자들을 초대해 #리뷰, #리뷰모구모구, #크리티블로이드에 대해 모두모두, 마구마구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크리티블로이드》 독자 후기 대공개!

   “제 생각에 비평을 읽는다는 것은 분량과는 무관한 일인 것 같아요. 실은 비평을 읽을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죠. 하지만 이런 생각보다 힘이 센 ‘현생’에 치이다보니 두껍고 무거운, 길고 어려운 비평을 읽는 일은 매번 미뤄두게 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짧고 쉽지만 날선 관점을 지향하는 《크리티블로이드》의 등장이 반가웠어요.” _문학을 전공한 직장인 S

   《크리티블로이드》는 비평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모구모구’ 자극합니다! 예쁘고 간편한 비평이 가능할지 궁금하고 계속해서 만나고 싶어요.” _대학원 재학생 S

   “제 주변 친구들은 모두 비평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웹진 《비유》에서 ‘리뷰모구모구’를 보면서 재미있고 말랑말랑한 비평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크리티블로이드》에서도 실험적 비평 작업이 계속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에게도 영업할게요!” _대학생 A

   “저는 참여적, 대화적 리뷰를 고민한다는 ‘리뷰모구모구’의 발상이 좋았는데요. 《크리티블로이드》 역시 시각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참여를 유도하는 지면이 있어서 독자 친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리한 리뷰-평론과 더불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같은 리뷰를 꾸준히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_취업준비생 S

   시루,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인천의 겨울에는 눈 대신 비가 와.
   그래서 언제 돌아온다고?

   정말 보고 싶어.


   주네, 재구에게 (From. 시루)


   계절이 몇 차례 바뀌는 동안 ‘리뷰모구모구’를 함께 해주어서 고마워.
   영국에서 주네3)와 재구4)에게 어울리는 그림을 찾았어.
   나는 지금 쇼디치에 있고 쇼디치에는 비가 와. 곧 다시 답장할게.


   -주네에게


“컬러와 패턴만으로도 우리는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_주네에게 보내는 엽서 中

Karel Appel, 〈Hip, hip, hoorah!〉(1949). 주네를 떠올리게 하는 유니크함!


   -재구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란 뭘까? 재구의 시와, 우리의 리뷰들은 보이는 것/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작업이었을까?” _재구에게 보내는 엽서 中

Lucian Frued, 〈Still-life with Green Lemon〉(1947). 재구에게 초록색 레몬의 싱그러움을.

‘리뷰모구모구’ 친구들에게. 비오는 쇼디치에서 시루 씀.

*

   ‘리뷰모구모구’를 시작하며 시루, 주네, 재구는 끝없이 대화했다. 시도 때도 없이 회의했고 원고는 반드시 세 번, 여섯 번, 아홉 번 많게는 열두 번 이상의 검토를 거쳤다. 의문이 가는 것은 그때그때 물어서 체크하고 협의했다. 우리는 대화가 무수한 말 걸기와 기다림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배웠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우리는 서베이로 독자의 의견을 수집했고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열어 독자 참여를 기대했다. 모임을 주최하고 아무도 안 오면 어쩌지? 노심초사하던 기억. ‘리뷰-노트’를 연재하던 무렵에 한 멤버는 이 노트가 독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일기에 적어둔 적 있다고 했다.
   《크리티블로이드》를 만들고 마지막 면을 텅텅 비우면서 우리는 또다시 반응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처음만큼 막막하지 않다. 시루의 답장을 받던 밤, 우리는 누군가의 모놀로그가 항상 다이얼로그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리뷰, 뭐였을까?
   우리의 리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리뷰모구모구

시를 쓰고 미래를 상상하는 재구, 리뷰를 많이 쓰고 의문을 던지는 시루, 덕질을 하고 대화를 중재하는 주네.

2020/02/25
27호

1
시루, 주네, 재구가 마감에 임박하여 일을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 착석하는 자리. 앞면이 유리로 되어 있고 의자에 등받이가 없어 여기서 뭐든 하고 가야 한다는 위기감을 조성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
재구의 영수증 리뷰 아이디어는 ‘리뷰모구모구’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규모 이벤트로 발전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수증과 함께 일상-리뷰를 전해주었고 우리는 색다른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review_mogumogu)
3
Lubaina Himid, 〈Freedom and Change〉 링크 바로가기
4
Lucian Freud, 〈Reflection with Two Children(self-portrait)〉 링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