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 아냐
7화 ‘자만추’? 난 ‘노(NO)만추’(下)
배우 C 인터뷰(6화를 참조할 것. 바로가기)와 창작집단 담의 고민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인물을 소개합니다. 강은재라는 인물의 프로필과 그의 가방 속 물건을 살펴보시고 그의 독백도 들어봐주세요. 은재가 어떤 사람인지 여러분의 머릿속에 생생한 그림이 그려지기를 바랍니다.
① 스케줄러
원래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스케줄러를 쓰지 않았다. 계획이란 건 늘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일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스케줄러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살아남으려면 일정을 정리해야 한다. 한번은 일정을 잡아두고 스케줄러에 적어놓는 걸 깜빡해 이중 약속을 잡아 진땀을 뺀 적이 있다. 왜 이러고 사나 싶었다.
② 젤리
가방에 하나씩 넣고 다니며 당 떨어질 때마다 꺼내 먹는다. 당 떨어질 때는 다음과 같다. 클라이언트가 작업물을 보고 “왼쪽으로 2픽셀만요, 아니다 오른쪽으로 2픽셀만요, 다시 왼쪽으로 2픽셀만요, 아니다, 오른쪽이 나은가?” 할 때.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니 그럼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보신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할 때. 차가 막히는지 버스가 안 와서 20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은근슬쩍 새치기 할 때 등.그들을 씹을 수 없으니 젤리를 씹는다.
③ 반짇고리
때는 바야흐로 은재가 대학 3학년이었을 때. 입고 나온 슬랙스 바지의 단추가 떨어져나갔다. 그놈의 단추. 샀을 때부터 힘이 없더니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임시방편으로 옷핀을 꽂고 하루를 보냈다. 수업이 하나뿐이라 다행이었다. 그날 이후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반짇고리를 챙겨 다닌다.
④ 양말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식당에 갔는데 양말에 구멍이 나 있으면 곤란하니까. 화장실에서 반짇고리를 꺼내 양말 구멍을 메울 수는 없으니 여분의 양말을 꼭 가방 안에 넣어둔다.
⑤ 노트북, 아이패드
일을 많이 할 것 같아서 바리바리 챙겨 나가면,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놀다 들어오고, 일을 안 할 것 같아서 안 가져가면 꼭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
⑥ 편지
할머니 집 다락에서 발견했다. 푸른빛을 내는 돌멩이가 굴러다니더라는 편지의 내용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그 돌멩이를 꼭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인물 프로필
이름 | 강은재 | 성별 | 여성 |
---|---|---|---|
나이 | 28 | 성적지향 | 최근 콰이로맨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본인이 어쩌면 콰이로맨틱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가족관계 | 엄마, 여동생 | MBTI | INFP |
취미 | 신기한 모양의 돌멩이 찾기 | 특기 | 그래픽 디자이너 |
2. 은재의 가방 속
① 스케줄러
원래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스케줄러를 쓰지 않았다. 계획이란 건 늘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일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스케줄러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살아남으려면 일정을 정리해야 한다. 한번은 일정을 잡아두고 스케줄러에 적어놓는 걸 깜빡해 이중 약속을 잡아 진땀을 뺀 적이 있다. 왜 이러고 사나 싶었다.
② 젤리
가방에 하나씩 넣고 다니며 당 떨어질 때마다 꺼내 먹는다. 당 떨어질 때는 다음과 같다. 클라이언트가 작업물을 보고 “왼쪽으로 2픽셀만요, 아니다 오른쪽으로 2픽셀만요, 다시 왼쪽으로 2픽셀만요, 아니다, 오른쪽이 나은가?” 할 때.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니 그럼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보신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할 때. 차가 막히는지 버스가 안 와서 20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은근슬쩍 새치기 할 때 등.
③ 반짇고리
때는 바야흐로 은재가 대학 3학년이었을 때. 입고 나온 슬랙스 바지의 단추가 떨어져나갔다. 그놈의 단추. 샀을 때부터 힘이 없더니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임시방편으로 옷핀을 꽂고 하루를 보냈다. 수업이 하나뿐이라 다행이었다. 그날 이후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반짇고리를 챙겨 다닌다.
④ 양말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하는 식당에 갔는데 양말에 구멍이 나 있으면 곤란하니까. 화장실에서 반짇고리를 꺼내 양말 구멍을 메울 수는 없으니 여분의 양말을 꼭 가방 안에 넣어둔다.
⑤ 노트북, 아이패드
일을 많이 할 것 같아서 바리바리 챙겨 나가면,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놀다 들어오고, 일을 안 할 것 같아서 안 가져가면 꼭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
⑥ 편지
할머니 집 다락에서 발견했다. 푸른빛을 내는 돌멩이가 굴러다니더라는 편지의 내용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그 돌멩이를 꼭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은재의 독백
창작집단 담
구하나, 박주영, 서동민. 세 명의 극작가가 담에 모였습니다. 담담하게 다음을 도모합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담.
2020/12/29
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