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Corona
2화 All That Corona 2
나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를 가동하며 기계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곧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사실을, 마치 거룩한 계시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계를 움직이는 손톱은 핏기가 사라졌고, 이미 죽은 사람의 손처럼 보였다. 변화가 어찌나 빨랐던지 화면을 빠르게 감는 것처럼 신체의 사지 말단이 바스라지고 있었다─비유지만.
또 이러한 비유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말하곤 하는 가장 흔해빠진 클리셰들, 주마등, 무 혹은 반복-환생-윤회, 덧없음, 허무함. 오래된 비유는 관념들의 관계를 이상한 방식으로 왜곡하며, 그것들에 대해 오래 생각하면 그것들이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의 주체인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함께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를 가동하며, 시간 감각이 희미해진 탓에, 영원이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한다는 것을, 물리학자들의 견해와는 다르게 존재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오직 공간이라는 것을, 시간이란 공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환상-허상-착각-속임수, 측정 수단에 의거한 논리적 오류라는 망상을, 뒤섞인 서사와 인과관계 속에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일까.
누구도 영원히 죽지 않는다.
jj1
시각디자이너 송제원, 세라믹 아티스트 정서일, 시인 정사민은 2020년 아트북 『텍스티미지 Textimage』 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조형과 디자인 등의 유기적이며 종합적인 협업을 지향합니다.
2021/08/10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