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를 가동하며 기계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곧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사실을, 마치 거룩한 계시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계를 움직이는 손톱은 핏기가 사라졌고, 이미 죽은 사람의 손처럼 보였다. 변화가 어찌나 빨랐던지 화면을 빠르게 감는 것처럼 신체의 사지 말단이 바스라지고 있었다─비유지만.

   또 이러한 비유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말하곤 하는 가장 흔해빠진 클리셰들, 주마등, 무 혹은 반복-환생-윤회, 덧없음, 허무함. 오래된 비유는 관념들의 관계를 이상한 방식으로 왜곡하며, 그것들에 대해 오래 생각하면 그것들이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의 주체인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함께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를 가동하며, 시간 감각이 희미해진 탓에, 영원이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한다는 것을, 물리학자들의 견해와는 다르게 존재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오직 공간이라는 것을, 시간이란 공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환상-허상-착각-속임수, 측정 수단에 의거한 논리적 오류라는 망상을, 뒤섞인 서사와 인과관계 속에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일까.

   누구도 영원히 죽지 않는다.

총 3분 21초.

   #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장은 외출한다
   생각한다.
   사물은 밝고 실내와 실외는 투명하며 경계가 없다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의 프레임 속에서?
   모든 것은 프레임이 결정하니까

   장은 그런 것을 결정한 적이 없다

   장은 드러나지 않는다.
   마스크조차.

   #
   Physiognomie.
   이 단어는 모든 오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외국어로 적어야만 해
   그렇게
   말한 것은 두.

   어쩐지 두는
   또 달라진 것처럼 보이기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장은 여전히 두와 함께 있다.
   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썼고
   프레임 속에 있다

   #
   새들이 미친 듯이 지저귄다

   새들은 같은 울음을 반복한 적이 없지만
   장은 거리에 서서
   새와 함께
   자기 자신이 인위적으로 반복되는
   기계 속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생각되었다

   점토를 만들 때
   장은 가끔 기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들은 기계처럼 정교하다
   프레임 밖에서도

   #
   프레임 밖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뜻한다
   그곳은 자유롭다
   마스크 속의 얼굴은 자유를 갈망한다
   병 속의 액체도 그것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인이거나, 내면의 폭군이거나,
   빛 속에서 던져진
   산산조각 나는 유리병처럼
   아름답게
   망가지지 않고서도
   가능할까?
   그것이?

   강박적인 패턴
   격자의 반복

   두는 의자에 앉아 스스로
   생각하거나
   처벌받는 격리자처럼
   오랫동안
   홀로 있었는데

   두는 프레임 밖에서도
   존재하지만
   프레임 밖은
   없다.

   #
   영혼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유일하고 정확하게
   현상할 수 있는 공간은
   오직 얼굴이 아닐까?

   #
   두는 생각하고
   두는 장에게 말해주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세계, 라는 하나의 프레임에
   내재한 것처럼 보이는 질서를
   발견하고 증명하는 것을,
   자유보다 더욱 갈망하지만

   세계의 바깥에서 보면
   세계는 하나의 얼룩이고
   오점이며
   세계가 없을 때만 가능한
   유일한 질서를 망가뜨리는
   오류가 아닐까요?

   장은 궁금해졌다.
   유일한 질서, 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
   라는 의미일까?

   모든 오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프레임 속의 아이들은
   외국어로 말하고

   듣는다

   변이
   바이러스
   생각하고
   말하는
   반존대 점토.

   #
   장은 두와 함께 걸었다.
   장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두를 초대할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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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이너 송제원, 세라믹 아티스트 정서일, 시인 정사민은 2020년 아트북 『텍스티미지 Textimage』 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조형과 디자인 등의 유기적이며 종합적인 협업을 지향합니다.

2021/08/10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