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2040년 작가의 미래
3화 미래 시나리오 만들기
1.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높은 이슈 찾기
미래 시나리오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스토리 형식으로 전달하여 미래의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전략을 세우기 위해 사용한 이후, 이 군사 계획에 참여했던 허만 칸(Herman Kahn)을 통해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시나리오 만들기 기법 가운데 시나리오 십자가(scenario cross)틀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기법은 두 개의 추동불확실성(driving uncertainty) 변수를 선정하여 시나리오 십자가를 만들고, 이를 통해 네 개의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앞서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열일곱 개의 주요 미래 이슈를 발굴했는데 각 이슈에 대한 영향력과 불확실성을 측정하여 두 개의 추동불확실성 변수를 선정하기로 했다. 영향력은 미래에 미칠 영향력의 크기를, 불확실성은 미래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높을 시 해당 이슈가 미래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데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이슈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이슈인 경우가 많아 그 영향력을 예측하기 더욱 어렵다. 데이터가 부족하여 인과관계 파악이 어렵고 합의된 하나의 관점이 없어 논쟁적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이슈를 배제하고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 시 다수가 공감하는 이슈를 활용하기 때문에 논쟁이 적을 수는 있지만 준비된 전망 바깥에서 사건이 발생할 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따라서 세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모두 높은 이슈를 활용하여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는 영향력과 불확실성을 반영하여 앞서 나온 이슈를 매핑해보았다.
2. 미래 이슈 매핑하기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와 미래연구자 두 사람이 미래를 전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래 이슈에 대한 두 사람의 해석과 관점이 중요했다. 서수진 작가는 호주에, 황윤하 대표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환경에 따라 열일곱 개 이슈에 대한 이해와 경험 또한 조금씩 달랐다. 이러한 차이가 이번 프로젝트를 흥미롭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2화에서 발굴한 열일곱 개의 미래 이슈를 영향력과 불확실성에 따라 상중하로 분류하고, 다시 1~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겼다. 열일곱 개 이슈가 STEEP을 대표하여 선정된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높은 이슈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다시 상대적 관점으로 분류하고 분석했다. 매핑 결과는 다음 그래프로 도출되었다.
우리는 2, 5, 10, 15번 이슈, 즉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 및 중요성 증가(사회)’ ‘가상현실 기술 활용 증가(과학기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지속되는 팬데믹(환경)’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높아지는 국경(정치)’이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모두 높다고 보았다. 반면 7번 이슈인 ‘경제정책 vs 환경정책(환경)’은 상대적으로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가장 낮았다.
3. 시나리오 십자가(scenario cross) 만들기
사회 전반에서의 변화를 예측하려면 위에서 도출한 주요 이슈를 STEEP별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STEEP마다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모두 높은 이슈를 하나씩 뽑아서 다시 한번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1, 2, 3, 5번 이슈는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가장 높았고, 4번 이슈는 그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가장 주목되는 이슈였다. 이를 토대로 추동불확실성 변수를 선별하기로 했다.
추동불확실성 변수는 두 개가 필요했지만 우리는 최대한 네 개의 변수를 모두 반영하여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지속되는 팬데믹(환경)’은 앞으로 도출할 네 개의 미래 시나리오가 처한 공통된 환경으로 삼기로 했다. 팬데믹이 종식된 미래를 그리더라도 과거의 팬데믹 경험이 각 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전제하기로 한 것이다.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 및 중요성 증가(사회)’는 각 시나리오에 내용으로 녹여내기로 했다. 각기 다른 미래에서 정신 건강에 관심 및 대응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여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높아지는 국경(정치)’와 ‘가상현실 기술 활용 증가(과학기술)’을 시나리오의 두 축으로 삼기로 했다. 호주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락다운(도시 봉쇄)을 시행하는 국가로서 국경뿐 아니라 지역 내 이동 역시 엄격하게 금지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한편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원격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일, 여가, 인간관계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원격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각 이슈가 한국과 호주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두 이슈를 중심으로 미래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우리가 고른 두 개의 추동불확실성 변수는 시나리오 십자가의 두 축을 담당하여 네 개의 배타적 미래 시나리오 조건을 만든다. 예를 들어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높아지는 국경’은 x축이 되어 한 극점은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높아지는 국경’, 다른 극점은 ‘자국중심주의 해소와 낮아지는 국경’을 전제한다. y축도 같은 방법으로 설정하는데 한쪽 극점은 ‘가상현실 기술 활용 증가’를, 다른 극점은 ‘가상현실 기술 활용 감소’를 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추동불확실성 축이 극단적 긍정-부정 상황을 가리키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 성장↔경제 붕괴, 환경 개선↔환경 파괴와 같이 장밋빛 미래와 어두운 미래가 뚜렷하도록 축 설정을 할 경우 시나리오 역시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미래에 도래 가능한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각 이슈의 중립성 또한 고려하여 축 설정을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구성한 네 개의 미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A | B | C | D | |
---|---|---|---|---|
미래사회 조건 |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높아지는 국경 가상현실 기술 활용 증가 |
자국중심주의 해소와 낮아지는 국경 가상현실 기술 활용 증가 |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높아지는 국경 가상현실 기술 활용 감소 |
자국중심주의 해소와 낮아지는 국경 가상현실 기술 활용 감소 |
핵심 키워드 | -엄격한 국가의 관리
-안전 중심 -첨단 기술 공동체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애국심 -건강 수명 증가 |
-디지털 글로벌리즘
-아바타를 통한 자아정체성 확장 -미래에 대한 열린 가능성 -다양성에서 오는 사회 갈등 - 전통적 가치에 대한 위협 |
- 견고해진 대규모 공동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안정감 -구성원끼리 돌봄 -변화에 대한 경직성 -새로움에 대한 적응력 낮음 |
- 물리적 이동량 증가
-세계 시민 -다채로운 문화생활 -초국적 자본 유입 -양극화 심화 |
우리는 네 개의 배타적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각 사회의 특징이 드러나는 핵심 키워드 다섯 개를 도출했다. 이 결과는 설문지로 구성되어 한국과 호주에 있는 이십대~사십대를 대상으로 가능미래(어떤 미래가 올 것 같은지)와 선호미래(어떤 미래에서 살고 싶은지)를 조사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먼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A, B, C, D중 어떤 미래가 올 것 같은가? 가능성과 상관없이 어느 미래에 살고 싶은가?
파도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황윤하와 호주에 거주하는 소설가 서수진은 팬데믹 이후 미래가 궁금해졌다.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미래연구자와 닫혀 있지 않은 미래로 뻗어나가는 소설을 꿈꾸는 작가가 만나 새로운 미래, 새로운 소설을 상상한다.
2021/11/09
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