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 나는 원래 물이었나이다. 흐르는 물,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른 채로. 하지만 나는 결국 보았나이다. 수면 위에 혹은 그 아래. 돌과 흙, 재 가루 같은 것들. 물속에서 흩어진 존재의 잔해들. 나는 그들을 싣고 계속해서 흘러갑니다.
O : 최혜리가 물의 기운을 타고났다는 사실은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알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스님이 했던 말 중에 옳은 말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내 주위에는 물처럼 부드럽고 물처럼 깊은 친구들이 많으니까. 결국은 물도 불도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우리는 앞으로도 공유 결합 상태로 존재할 것이다.
보이스엔진
문학을 통해 자신의 선율을 써내려온 소설가 신종원과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온 음악가 최혜리. 최초의 음성을 모방한다.
2021/12/14
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