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과 호주에서 각국 스무 명을 대상으로 미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세대는 이십대에서 사십대로 제한했다. 이들은 청년세대인 동시에 경제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나이대로서 20년 후 미래상을 살펴봄에 있어 이들이 미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호주에 거주하는 호주인의 미래상이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미래상이 뒤흔들렸으리라 예상하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만큼 양국 청년세대의 반응이 어떤 부분에서 비슷한 양상을 띠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한국과 호주에서 판이한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그 차이가 매우 크고 분명했다. 이번 화에서는 그 차이를 들여다봄으로써 7000킬로미터 떨어진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지, 그들의 각기 다른 미래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의 설문 문항은 간단했다. 네 가지 미래사회와 그 특성을 제시한 후에 그중 20년 후에 올 것 같은 미래(가능미래)와 살고 싶은 미래(선호미래)를 선택하도록 했다. 네 가지 미래사회는 3화까지의 연구를 통해 나온 것으로 아래와 같다. 《비유》의 독자들 역시 가능미래와 선호미래를 하나씩 뽑아보고 양국의 설문 결과와 비교하면 더욱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1) 엄격한 첨단기술 사회 (Strict high-tech society)
 ·엄격한 국가의 관리 (Strict state management)
 ·안전 중심 (Safety first)
 ·첨단기술 공동체 (Safety first, High-tech community)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애국심 (Patriotism based on science and technology)
 ·건강 수명 증가 (Increased healthy lifespan)

2) 아바타를 활용하는 다양성 사회(Diversity society using avatars)
 ·디지털 글로벌리즘 (Digital Globalism)
 ·아바타를 통한 자아정체성 확장 (Expansion of self-identity through avatars)
 ·미래에 대한 열린 가능성 (Open possibilities for the future)
 ·다양성에서 오는 사회 갈등 (Social Conflicts from Diversity)
 ·전통적 가치에 대한 위협 (Threats to traditional values)

3) 돌봄 공동체 사회 (Caring community society)
 ·견고해진 대규모 공동체 (A strong and large community)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안정감 (A sense of belonging and security within the community)
 ·구성원끼리 돌봄 (Care among community members)
 ·변화에 대한 경직성 (Rigidity to change)
 ·새로움에 대한 적응력이 낮음 (Low adaptability to novelty)

4) 세계시민 사회 (Global citizen society)
 ·국내외 물리적 이동량 증가 (Increased physical movement)
 ·세계 시민 (Global Citizen)
 ·다채로운 문화생활 (Colorful cultural life)
 ·초국적 자본 유입 (Transnational capital inflow)
 ·양극화 심화 (Deepened polarization)


   설문 결과를 한국과 호주로 나누어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표 1. 한국 설문 결과 : 가능미래-세계시민 사회 / 선호미래-아바타를 활용하는 다양성 사회


표 2. 호주 설문 결과 : 가능미래-엄격한 첨단 기술 사회 / 선호미래-돌봄공동체 사회


   이 설문 결과를 분석하기에 앞서 우리가 네 가지 배타적인 미래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3화에 실었던 표를 다시 게재한다.

표 3. 미래사회 도출


   한국인이 뽑은 가능미래는 세계시민 사회(D)이고, 선호미래는 아바타를 활용하는 다양성 사회(B)이다. 이 두 미래는 모두 표 3 축의 오른쪽, 그러니까 자국중심주의 해소와 낮아지는 국경에 해당하는 미래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호주인이 뽑은 가능미래는 엄격한 첨단기술 사회(A)이고, 선호미래는 돌봄공동체 사회(C)이다. 이 두 미래는 표 3 축의 왼쪽, 자국중심주의 확산과 높아지는 국경에 해당하는 미래사회이다.
   이렇게 선명히 갈리는 설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할까? 미래연구에서는 가능미래에 현재의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다고 본다. 가능한 미래라는 것은 이미 현실 속에서 해당 미래에 대한 징후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고, 그 힘이 앞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능미래에서 현재 사회 분위기를 읽고, 선호미래에서 이와는 다를 수 있는 바람을 읽어낸다. 그러므로 한국과 호주의 가능미래와 선호미래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양국의 현재에 대한 인식과 욕구를 알아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 이미 낮은 국경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현재를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계와 교류하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호주는 국경을 봉쇄한 현재와 같이 앞으로도 국가 내부 공동체를 굳건히 지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국은 ‘발전’ ‘진보’ ‘미래’와 같은 단어로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고, 호주는 ‘회귀’ ‘보수’ ‘과거’와 같은 단어와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흐름이 코로나 이전에도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한류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었고, 호주는 10여 년 가까이 이어진 피난민에 반대하는 No Boat 운동과 같이 국경을 닫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추동이 ‘코로나’라는 변수를 맞아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팬데믹 기간 동안 ‘K-방역’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며 한국 문화의 세계적 우수성을 말했고, 호주는 팬데믹이 시작됨과 동시에 국경을 봉쇄하고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국민의 입국과 출국을 모두 금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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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하나 주목해야 할 차이는 선호미래의 분포에 있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양국의 선호미래만을 비교한 표를 싣는다.

표 4. 한국과 호주의 선호미래 비교


   한국인 응답자들은 네 가지 미래에 대해 고른 선호를 보였다. 반면 호주인 응답자들의 선호는 그 분포가 편중되어 있다. 특히 아바타를 활용하는 다양성 사회를 선택한 값이 1인 데 반해 돌봄공동체 사회를 선택한 값은 10을 기록하였고, 이는 열 배에 해당하는 격차이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을 나타낼까?
   한국은 살고 싶은 미래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 한국인들이 다양한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 있음을 뜻한다. 이처럼 선호미래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가 끌어가는 방향인 가능미래와 선호미래가 일치하지 않을 시 한국은 전에 없는 갈등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호주는 답변이 비교적 편중된 것으로 보아 사회구성원들이 바라는 미래에 대한 합의가 한국에 비해 잘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상현실 기술 활용에 대한 선호도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 과학기술 활용보다는 국경을 높임으로써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국의 안정을 공고화하기 위해 타국과의 경계를 강화하리라는 식으로 호주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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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조사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양국에서 네 가지의 미래가 모두 가능하거나 선호하는 미래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네 가지 배타적인 미래가 모두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우리는 본래 마지막 화에서 가능미래와 선호미래의 충돌을 통해 하나의 미래를 도출해내서 그것을 소설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토론을 하면서 네 가지 배타적인 미래를 모두 하나의 소설 안에 넣기로 방향을 틀었다. 평행세계처럼 네 가지의 미래가 공존하는 사회. 그것을 상상하는 것이 우리 연구의 끝맺음이 될 것이다.

   P.S.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의 미래는 어떠한가? 양국의 미래가 달랐듯이 모두의 미래가 다를 것이며, 미래연구는 그 모든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러분이 꿈꾸는 바로 그 수많은 미래가 우리의 미래이다. 수십억 개의 미래가 동시에 펼쳐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파도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황윤하와 호주에 거주하는 소설가 서수진은 팬데믹 이후 미래가 궁금해졌다.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미래연구자와 닫혀 있지 않은 미래로 뻗어나가는 소설을 꿈꾸는 작가가 만나 새로운 미래, 새로운 소설을 상상한다.

2022/01/11
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