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슐랭 가이드 쓰레기섬 2021》을 통해 다양한 쓰레기 미식을 재미있게 즐기셨나요? 플라스틱의 탄생은 오늘날까지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 속에서 전 세계 산업,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COVID-19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고 외식업계 산업이 발전하면서 쓰레기섬 미슐랭 셰프 요리의 주 식재료는 플라스틱이 되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 쓰레기섬 2021》 마지막 호에서는 미슐랭 셰프들의 다양한 요리들을 맛본 미슐랭 가이드 평가단이 오랜 기간 다져온 미식 경험과 만족도 변화,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낱낱이 소개합니다.


   Q. 바다거북 평가원은 쓰레기섬에 소재하는 모든 레스토랑을 방문해 다양한 요리를 맛보셨습니다. 쓰레기섬의 요리가 가진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네요. 미슐랭 평가원 바다거북입니다. 저는 쓰레기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요리를 접한 후, 다른 식재료로 만든 요리는 먹지 않고 있습니다. 쓰레기 요리는 한 번 먹으면 벗어날 수 없는 매력을 가졌지요. 특히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만든 요리들은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어 식단을 조절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립니다. 한편, 최근 바다거북 사체가 해변으로 밀려올라와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인은 주로 플라스틱 요리 과식으로 인한 위장 파열 혹은 소화불량입니다. 쓰레기 요리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유행하면서 따라온 문제인데요. ‘먹방’을 찍는다는 이유로 쓰레기 요리를 과식하며 이런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식가인 저도 어쩔 수 없이 과식을 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꼭 소화제를 드시기를 추천해드리며, 쓰레기섬 방문을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Q. 쓰레기섬에서의 미식 여행이 이제 막을 내립니다. 갈매기 평가원께는 쓰레기 미식문화의 미래와 전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쓰레기섬 상공에서 경치를 둘러본 뒤 신선한 쓰레기로 만든 최고급 요리를 맛보는 시간은 더없이 황홀했습니다. 인간 셰프들은 우리 동물들을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쓰레기 요리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도 쓰레기 요리들을 앞다투어 소개해주는 덕분에, 수준 높은 쓰레기 미식을 다루는 식당들이 더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져 동물들은 식당을 고르기 힘들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지만, 배 속에는 녹지 않는 플라스틱 요리가 항상 가득차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인간 셰프들은 “앞으로 더욱 많은 동물과 자연이 즐길 수 있는 격조 높은 쓰레기 미식 문화를 생산해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식문화가 과열되어 버려지고 낭비되는 쓰레기 재료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것들은 인간 셰프들이 신경 쓸 문제가 전혀 아니니까요.


   Q. 혹등고래 평가원은 요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적절히 사용하였는가를 중요하게 본다고 앞서 밝히셨는데요. 쓰레기섬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평가를 떠나 쓰레기섬에서 미세 플라스틱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를 실컷 맛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3억 6700만 톤(2020년 기준)1)이며, 그중 절반은 한 번 쓰고 버리는 포장재 같은 일회용품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이렇게 쓰이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강해 쉽게 분해되지 않습니다. 특히 연간 약 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데, 이는 녹거나 사라지지 않고 파도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분해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연안생물뿐 아니라 이제는 인간의 밥상에도 빠지지 않고 오릅니다. 인간이 일주일 동안 먹는 미세 플라스틱은 5그램 정도로 신용카드 한 장의 무게와 같다고 합니다. 한 달이면 플라스틱 옷걸이 무게인 21그램을 먹는 셈이며, 연간으로 보면 250그램이 넘습니다. 몸속에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우리 모두 배고플 일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플라스틱 요리가 우리의 식탁 한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맛있는 식사 하셨나요?



   글을 마치며
   ―《미슐랭 가이드 쓰레기섬 2021》 5호 편집후기



   습하고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여름에 만나 차갑고도 시린 겨울을 통과해 이제 봄입니다. 마침내 미식 여행의 종착지에 도착하게 되었네요. 그동안의 여정,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세 번의 계절이 지나도록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표하며 《미슐랭 가이드 쓰레기섬 2021》은 막을 내립니다.
   ‘미슐랭 가이드 쓰레기섬 2021’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저희 리틀리터 팀은 우리가 바라봐온 환경에 대한 시각을 대중들에 드디어 전할 수 있겠다 싶어 들뜨고 설렜습니다. 저희는 항상 환경문제에 주목하면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하여 괴리를 느끼고 있었는데요. 깨끗한 자연 환경을 누리고 싶어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하고 개인의 안위만 영위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태도가 어떠한 결과로 되돌아가는지를 해학적인 방법으로 일깨우고자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예술 콘텐츠에 담아내고 풀어가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는데요. 뜨거운 태양 아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며 많은 땀을 흘리기도 하고, 쓰레기 수거 과정에서 실제 해양 생물들을 만나며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수거한 쓰레기를 세척하고 오브제를 제작하는 동안 위험한 쓰레기들이 저희를 위협하기도 하였는데요. 그 모든 과정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환경문제를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저희의 콘텐츠들이 이제 하나의 아카이브를 이루게 되어 무척이나 뿌듯합니다.
   독자 여러분, 지금까지 《미슐랭 가이드 쓰레기섬 2021》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보이지 않는 곳 어디에서든 여러분께 새로운 영감을 주려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저희의 작업이 독자분들께 자신과 환경의 관계를 한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리틀리터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집중합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애착, 소비 관념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패션과 제품, 디자인과 일러스트, 사진과 영상 등 여러 방식으로 풀어놓으며 관점을 제시합니다.

2022/03/08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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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플라스틱 산업 협회인 Plastics Europe에 따르면, 202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8년보다 800만 톤 증가한 3억 6700만 톤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