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여러분께.
   공연의 1막은 ‘아픔의 지속성’입니다. 장소통역사가 ‘(임시) 아픔-단위 표’(1화 참조)에서 설정하였던 아픔의 지속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픔의 지속성


   아픔이 지속된다,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장소통역사의 ‘(임시) 아픔-단위 표’에서 ‘지속’이라는 단어가 지시하는 것은 통증이 몸에 잔재하는 실재적인 기간이라기보다는 ‘몸의 기억’과 친밀합니다. 다시 말해, 그 아픔을 느꼈던 내 몸 안에서 고통의 기억이 얼마나 길게 지속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픔의 지속성은 실제 통증이라기보다 그 통증의 ‘강렬함’이라고 다시 쓸 수 있습니다. 현재의 나에게 여전히 어떤 괴로움을 안겨주는 과거의 통증, 그 강렬한 지속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어떤 아픔은 얕게 아팠음에도 길게 남아 있죠.
   아픔의 지속성은 ‘기억’입니다. 내가 그때 아팠음을 오래 기억한다는 것. 지속되는 장기 아픔은 우리의 몸이 되기도 합니다.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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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증을 위한 방백: 모놀로그

   A, 최추영의 기억


최추영의 손글씨. ‘코로나 투병’에 관한 기억이다.

최리외의 목소리. 최추영의 손글씨를 낭독했다.(총 3분 38초)

   B, 장영우의 기억


장영우의 손글씨. ‘보청기가 주는 아픔’에 관한 기록이다.

최리외의 목소리. 장영우의 손글씨를 낭독했다.(총 4분 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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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성을 위한 공연

   0단계, 순간적

익수케의 영상 ‘0단계’(총 1분 13초)1)

최리외의 낭독(총 2분 46초)    

   1단계, 통증 반복

익수케의 영상 ‘1단계’(총 27초)2)

최리외의 낭독(총 4초)    

   2단계, 표현 불가

익수케의 영상 ‘2단계’(총 45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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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막으로 가기 위한, 인터미션


   관객 여러분께.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이제 숨을 쉬어도 좋습니다. 대화를 나누셔도 괜찮습니다. 다음 공연에 앞서, 우리는 시간과 연관되는 말들을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건 시간 문제라는 말, 시간이 약이라는 말. 고통 속에 허우적거릴 때 듣거나 건네는 위로의 말이죠. 그 말들이 정답임을 알아도,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어줍니다. 모난 곳을 둥글게 만들어줍니다. 마치 풍화작용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어떤 감각들은 웅크리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날카로운 끝이 둥글어졌다고 하더라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찔리는 감각은 그대로입니다. 날카로운 고통에 찔렸을 때 우리는 신음도 내지 못합니다. 몸의 움직임과 찡그린 표정만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몸의 기억은 무뎌져도 몸에 남습니다. 여러분의 몸에는 어떤 것이 잠재되어 있나요? 그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보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가시기 전에 잠시 ‘(임시) 아픔-단위 표’를 봐주시겠어요? 하나의 막이 끝날 때마다 장소통역사의 표는 움직입니다. 아픔이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죠. 이 움직임을 기억해주세요. 그럼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겠습니다.

   장소통역사에 의해 수정된 아픔의 지속성

   작업 노트 2



   “영상 ‘2단계’에만 낭독이 없어요. 처음 영우님이 만들어오신 안무를 보고 제안했던 아이디어였는데요. 2단계 춤을 보면서 제가 숨을 쉬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큰 고통이 발생하면 우리는 소리를 잃지 않나 싶었고, 그래서 낭독이 없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에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일이 아닐까, 그것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_2화 작업 노트 부분



장소통역사

소설가 최추영과 미디어아티스트 익수케로 활동을 시작한 실험 그룹입니다. 소설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를 ‘모션-픽션’이라 부르며 낭독자 최리외, 안무가 장영우와 함께 불가해한 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실험하고 그것을 모종의 번역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2022/09/13
58호

1
싱글채널비디오, 2022.
2
youtube 릴스, 2022.
3
youtube 릴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