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편》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한편》에게 문학잡지란 술이부작(述而不作)입니다. ‘전술하되 창작하지 않는다’는 『논어』 「술이」 편(심경호 번역)의 구절로 ‘도를 창시하는 것이 아니라, 옛 도를 현실에 맞게 새로 해석한다’라는 뜻인데요. 문학 그리고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이란 세상에 없던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앞선 글들을 읽는 가운데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생각에서 따왔습니다. 좋은 글, 이른바 고전을 계속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는 체념이기도 하고, 현실을 새로 해석하길 포기하지 말자는 주장이기도 해요.
   인문잡지 《한편》은 앞선 문학잡지들을 읽으면서 만든 잡지입니다. 문학잡지에는 보통 문학도 있고 인문학도 있잖아요. 저는 문학란을 먼저 펼쳐본 다음 각오하고서 인문학란으로 넘어가고는 하는데요. 이처럼 어렵고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인문학을 재미있게 만들자는 게 《한편》의 취지입니다. 어차피 수많은 글을 읽어야 하지만, 완전히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입도 뻥긋할 수 없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즉 ‘술이부작하되 위축되지 않는다’입니다. _신새벽


   Q. 잡지를 넘어, 독자와 인문학의 만남을 꿈꾸시는 여러 모습을 들려주세요.

   창간을 준비하면서 ‘《한편》은 어떤 잡지일까?’라는 질문에 ‘인문잡지’로 답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던 기억이 나는데요. ‘인문’ 주변에 놓고 이리저리 비교했던 여러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문학’이었습니다. 인문과 문학, 인문과 철학, 인문과 과학, 인문과 사회, 인문과 교양 등 끝이 없을 단어의 무리들이 어떤 관계인지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잡지가 나온 뒤 독자들과 비대면 세미나를 하면서 실마리를 찾아왔기도 하고요. 인문잡지의 틀이 갖춰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한편》의 근간은 글입니다. 여러 수단 중 읽고 쓰는 글로부터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미지가 흘러넘치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 편의 글에서 시작하고 한 편의 글로 매듭지어지니까요. 《한편》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담은 열 편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잡지를 만들고 있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이 시간과 공간에서 더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글을, 더 많은 이들에게 닿게 하고 싶습니다. _이한솔


   2021년 9월 《한편》은 6호 ‘권위’를 펴냈다. “왕은 죽었고, 폭력적인 거장은 처벌되었다. 억압자에 대한 ‘아니오’가 폭발하는 지금, 권력보다 부드럽지만 영향력보다 강한 권위라는 힘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가정과 조직 생활, 정치 세계에서 우리가 원하는 권위는 무엇인가? 가부장제의 불능과 무한한 자유의 피로 속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한편의 인문학.”

   《한편》
   창간년월: 2020년 1월
   발행주기: 연 3회 (1월, 5월, 9월 발간)
   구성원: 신새벽, 이한솔, 김세영, 조은
   minumsa.minumsa.com/1p


한편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 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 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 2020년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글 한 편 한 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 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누기 위해.

2021/10/26
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