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35회 문학잡지는 ‘약냉방칸’입니다
Q. 《매거진 G》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매거진 G》에게 문학 그리고 문학잡지는 ‘약냉방칸’입니다. 《매거진 G》는 무규칙-이종-지식교양 무크지라는 어마무시한(?) 타이틀을 달고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의 문예지가 가진 문법과 못내 거리를 두며, 문학을 전면에서 소비·전시하지 않고 교양(bildung)의 한 갈래로 취급하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취급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천천히, 다양하게 취급해보면서 질문을 던지려고 합니다. 《매거진 G》가 던지는 질문은 작품이나 작가라는 고정된 대상을 향하지 않고, ‘문학적인 것’에 관한 탐미주의적 시각으로부터도 벗어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또다른 문학적 실험이라기보다는, 문학이 기존과는 다른 맥락에 놓이게 될 때의 예측 불가능한 효과에 관해 다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장치나 효과들은 대체로 미적지근하고 모호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저희는 한증막이나 냉장고 같은 극한의 설정이 아니라 적정 온도를 지키는 친환경적 시원함을 추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끈적임으로 인해 현재의 온도에 한없이 낙관적일 수만은 없도록 하는 어떤 장소를 함께 추구합니다. 그것은 또한 문학의 장소이기도 할 테니까요.
Q. 당사자의 시대, 취향의 시대에 지식-교양-잡(雜)지의 의미란 무엇인가요?
생활세계의 앎과 감각을 한두 가지 기준으로 획일화하지 않으려는 요즘의 경향을 염두에 두고 하신 질문이라면, 지식과 교양은 우리를 사회화하며 동시에 개성화한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일반’ 또는 ‘공통’ 같은 표현을 앞에 단 채 이미 틀이 잡힌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지지만, 실상 지식과 교양은 다종다양한 앎과 감각이 수렴·공유되어 새롭게 변화·갱신되는 매개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잡(雜)한 것의 잠재력, 잡지의 쓰임 또한 저희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매거진 G》가 누구나 한번쯤 품어본 적 있을 평범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까닭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사람마다 대답이 천차만별일 열린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분야와 상황에 토대를 둔 앎과 감각을 한데 묶어 펴내려 합니다. 어느 하나의 대답을 유일한 정답으로 삼는 대신 각자의 앎과 감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익힐 때, 나와 너는 우리가 되는 동시에 유일무이한 나와 너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21년 8월 《매거진 G》는 3호를 펴냈습니다. 안전과 안락을 추구하는 본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왜 우리는 낯설고 불편한 여정에 기꺼이 오르는 것일까요.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며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우리를 여행자로 만드는 것일까요. ‘나’를 묻는 것에서 출발하여 ‘적과 친구’의 경계를 살폈던 《매거진 G》의 세번째 질문은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입니다. 이동이 중단된 세계를 배경으로 여행자 스무 명의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발이 멈춘 여행작가의 일상부터 장애인 이동권 문제까지. 눈앞으로 다가온 우주여행의 미래 비전부터 오랜 아픔을 간직한 오키나와의 일상 풍경까지. 예민한 이들을 위한 여행법부터 동서양을 오가는 사유의 여행기까지. 여행자의 통찰은 호기심 어린 이방인의 눈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에 바탕을 둡니다. 익숙한 것을 다시 보고, 새로운 것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자들의 시선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매거진 G》
창간년월: 2020년 12월 15일
발행주기: 3개월
구성원: 고세규(발행인), 김대식(기획위원), 곽성우, 윤정기(이상 기획편집)
www.instagram.com/magazine_g_
매거진 G
우리 모두의 오래된 질문을 오늘의 문장과 감각으로 묻고 답합니다.
경계를 넘어선 지식, 통찰과 영감을 주는 교양을 지향합니다.
역사, 철학, 심리, 사회, 과학, 종교, 공학 그리고 에세이, 소설, 사진, 만화 등 다양한 시선과 형식을 아우릅니다. 창간호에서는 ‘나’를, 2호에서는 ‘적과 친구’를 다루었고, 3호에서는 ‘여행’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4호에서는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다룰 예정입니다.
2021/10/26
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