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잡지는 ‘모험의 흔적’입니다. 그림은 던전지기 박서련이 직접 그린 것입니다.


   Q. 《던전》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거의 모든 문학잡지가 적자입니다. 책이 안 팔리는데 문학은 더 안 팔리고, 문학잡지는 문학 중에서도 제일 안 팔리니까요. 그럼에도 문학잡지를 만든/만들려는 사람들은 이 현실을 알고도 덤빈 셈입니다. 어떻게든 수익모델을 만들어보려고, 혹은 지원금을 받아서, 혹은 자비로 부담하면서요. 그러므로 문학잡지를 한다는 건 최고의 모험입니다. 문학에 완전히 미쳐버리지 않고서는 하지 않을, 용사 중의 용사들입니다. 문학잡지는 그러한 모험의 흔적입니다. 2015년 이래 여러 문학잡지가 탄생했지만 대부분 2년, 3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저희에게도 마의 2년이 가까워져 옵니다. 그래도 힘내요. 지친 몸을 이끌고 모닥불을 피워 거기 빙 둘러 앉은 용사들처럼.


   Q. 지금 이 순간, 문학의 지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문청, 습작생, 본심 탈락, 자비 출간, 그리하여 ‘목소리 없는 얼굴들’이 가장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문학의 지하’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문학장에도 수많은 계층이 존재합니다. ‘인디씬’은 있을까요? 독립문학잡지들이 아마 유일한 인디씬일 텐데, 모두가 위태롭습니다. 장르를 음악으로 바꿔보면, 한 시절을 풍미했던 홍대 인디씬도 2010년대를 거치면서 하나둘 클럽이 문을 닫고 힘겨워졌듯이. 이것이 한국문학의 지하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목소리 없는 얼굴들’이 한국문학의 주된 독자라는 사실까지도, 떠올리면 힘겨워집니다.


   《던전》의 주된 특징으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점 이외에도 매일 연재하는 방식과 100% 투고제를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던전》의 ‘근간호’라는 것은 성립하지 않으며, 다른 문예지들과 달리 호별로 발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호마다 있을 법한 기획 주제도 없습니다. 다만 비정기적으로 여러 특집 기획을 연재해왔는데, 2020년 3, 4월에 연재한 ‘백 년 동안의 슈스케’에서는 등단 제도, 심사, 투고, 청탁, 독립문학, 독자, 문학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다루었고 2020년 11, 12월에 연재한 ‘작가생활’은 《던전》에 작품을 연재했던 모든 작가들이(대부분이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은 분들입니다) 글 쓰며 생활하는 일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 코너였습니다.

   《던전》
   창간년월: 2020년 2월 23일
   발행주기: 매일
   구성원: 박다래, 박서련, 서호준, 이유리
   www.d5nz5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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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tagram.com/d5nz5n


던전

《던전》은 매일 연재, 100% 투고제, 자유 리뷰 기능 등을 통해 통상적인 의미의 ‘문학 웹진’을 넘어 모두에게 활짝 열린 ‘양방향 문학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습니다. 이어질 시도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2021/12/28
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