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방이층’을 열게 된 계기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기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열었습니다. 서울에 살 때 종종 찾던 서점이 있었습니다. 먼 동네였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들리던 공간이었는데 방문할 때마다 대형서점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마음에 드는 책을 꼭 서너 권은 사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직장을 관두고 고향 대구에 잠시 왔다가 이곳에 서점을 열어볼까 한 게 벌써 7년 전입니다.
   현재 서점에서는 ‘이층 라이팅 클럽’을 운영중입니다. 몇 해 전부터 글쓰기 수업을 꾸준히 열었는데 그때는 수도권에서 작가를 모셔왔다면 지금은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연구자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에세이 쓰기, 영화 비평글 쓰기, 만화 그리기 등 장르도 다양합니다. 모임을 지켜보다보면 독자와 창작자는 결국 하나로 연결된 세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는 데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잠시 쉬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면 꾸준히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 진행했던 ‘게릴라 리딩’입니다. 작가나 서점 운영자가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지정된 시간, 장소에 모여 책을 읽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나 서점 운영자가 읽는 책이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선정 도서가 취향에 맞을 수도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읽는 범위(장르)를 확장하는 경험만으로 충분히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이고 읽고 흩어진다’라는 게릴라 리딩의 정의처럼 읽기가 진지하고 고상한 취미가 아니라 그냥 즉흥적이고 가벼운 행위이기를 바랍니다.
   그 외 출판사와 협업해서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싶은 마음이 큰데 아무래도 지방이라 요원한 게 사실입니다.


   책방이층이 묻고 대답합니다
   Q. 이층에 있지 않은데 어째서 이층인 거죠? 한편, 왜 서점인가요?


   “이층에 있는 줄 알고 한참을 올려다보면서 찾았어요.” 첫 방문객 혹은 행사차 서점을 찾은 작가 대다수가 이렇게 묻곤 합니다. 어릴 적 살던 이층집이 있던 동네에서 시작해 문 열기 전 부르던 임시 상호 같은 것이었는데, 막상 사업자등록 할 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상한 층’ ‘다른 공간’ 뭐 그렇게 의미를 대충 갖다붙여 놓고. 여전히 질문을 받으면 “그냥 이름이고 별 뜻 없어요”라고 답하지만, 이왕 의미를 만들었으니 이곳에서 ‘다르고’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층다운, 일층에 있지만 이층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팬데믹 이후 이 작은 공간을 지속해서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서점을 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서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사실 개업 전 이미 끝냈어야 할 일을 뒤늦게 시작한 건데,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가장 친숙한 도구가 제게는 책이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별것 아닌 결론을 내리고 나니 공간의 정체성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책이 중심인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기를 원합니다. 함께 모여 다른 세상을 작게나마 꿈꾸면 언젠가 그 세계가 우리 앞에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책방이층
   주소 :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393길 48 1층
   영업시간 : 화-금 오후 2-7시, 토 오후 2-6시 (2022년 8월 기준)
   SNS : instagram.com/_anotherbooks


책방이층

인문·문학·예술 중심의 작은 서점입니다. 2015년 12월 문을 열었습니다. 일층에 있지만 이름만은 이층인 이 공간에서 ‘다르고’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2022/08/30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