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오르면 시집들이 모여 살고 있다.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또,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소개 부탁드린다.


   위트 앤 시니컬은 시집 서점이다. 운영자인 나는 시인이고 덕분에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시인이 시집 서점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이다. 그리 좋은 것도 아닐뿐더러 시집 서점 운영을 결정하는 데에 내가 시인이라는 사실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만약 전 직장에서의 경험, 그 경험에 따른 이해가 없었다면 되레 나는, 시인이기 때문에 시집 서점의 운영을 꺼렸을 것이 분명하다.
   서점을 운영하기 전 10년 동안 책을 편집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두 군데 출판사에서 재직했는데 처음 재직했던 출판사는 시집 출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덕분에 나는 시집이, 사회적 통념(시집은 팔리지 않는다)과는 달리 의미 있는 만큼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명 고정 독자층이 있었고, 그들을 상대한다면 서점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다른 출판사로 직장을 옮긴 뒤에 마련했다. 그 출판사 가까이에 비좁고 층고 높은 상가 모퉁이 꽃집이 하나 있었다. 그 앞을 오가면서, 딱 저만한 크기면 시집만 가져다놓은 서점을 운영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시집은 작고 얇기 때문에 큰 공간이 필요 없는 데다가, 대개 시리즈를 이루고 있어서 정리도 어렵지 않을 테니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계산도 구상도 일찌감치 마친 셈이다. 그다음은 전부 운명이었다. 신변에 이상이 생겼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함께 공간을 운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기꺼이 돕겠다는 친구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젊었다. 용감할 수 있었지. 결국 이렇게 되게 되어 있었다.
   시집 서점이어서 시와 관련된 여러 일들을 한다. 낭독회, 연주회, 읽기와 쓰기 모임 등등. 무시로 기획되고 수시로 벌어지는 너무 많은 일들을 다 소개하기는 어렵다. 여럿이 함께해야 하는 일의 면모상 정례화도 쉽지 않아서, 프로그램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께는 서점이 운영하고 있는 SNS(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안내해드리고 있다. 가장 쉽고 분명한 방법이다. 위트 앤 시니컬뿐 아니라, 작은 서점들의 면모가 궁금하면 이들을 팔로우해주시기를. 큰 힘이 된다.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 묻고 대답합니다
   Q. ‘위트 앤 시니컬’은 작은 서점일 텐데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견뎌내었는지, 요즘의 사정은 어떤지 궁금하다.


   어렵고 어려웠다. 무엇보다 심리적 압박이 컸다. 불이 번지듯,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내걸린 임대 문의 플래카드와 그 너머 잔해가 나뒹구는 텅 빈 내부를 볼 때마다 내가 느꼈던 두려움은 서술 불가능하다. 떠올릴 수 있는 것 중 가장 부정적인 미래가 현실로 들이닥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몸이 앓을 새도 없이 정신이 먼저 병들었으니, 나는 내내 환자였다. 그런 내게 위안이자 약이 되어준 것은 서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었다. 엄혹한 시절에 시집 몇 권 사겠다고 이곳까지 찾아오는 것은 아닐 터였다. 알고 있었다. 격려해주고 보살펴주고 싶었던 거였겠지. 이제 함부로 망할 수도 없겠네. 어떻게든 버텨내겠다는 일념에 전념하면서 2년을 보냈다.
   대개의 어려움은 기억이 되고 후일담이 되기 마련이다. 한데 이번 어려움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그새 전쟁이 일어나고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 나아지기는커녕, 나아질 일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막막한 것만은 아니다. 내성이 생기기도 했거니와, 이제 이 서점은 나의 것만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트 앤 시니컬은 열 개의 크고 작은 서가를 빼곡히 채운 시집과 그 시집의 시인들의 것이다. 그 시인들의 시집을 빼내어 살피고 계산대로 가지고 오는 독자들의 것이다. 서점 일과 자신의 일을 분간하지 아니하고 챙기는 위트 앤 시니컬 직원들의 것이기도 하다. 나는 반장을 자처하는 학생처럼 여기 있는 것이다. 대표해 누리기도 하고 책임을 지기도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무책임하거나 클리셰하거나. 그 어느 쪽이든 나는 내 몫을 열심히 하면 된다. 나머지는, 마치 이 서점이 시작될 때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든,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나쁜 상상은 이제 하지 않는다.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271-1 동양서림 내 2층
   영업시간 : 월~금 11:00~20:30, 토 11:00~20:00, 일 13:00~18:00
   이메일 : witncynical@gmail.com
   SNS :
   트위터 twitter.com/witncynical
   인스타그램 instagram.com/witncynical
   블로그 blog.naver.com/witncynical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2016년 신촌기차역 부근에서 오픈해 현재 혜화동로터리 동양서림 내 2층에 자리잡고 있는 시집서점. 시인 유희경이 운영하고 있다. 이천오백여 종의 시집이 시 이론서, 시인들의 에세이 그리고 그림책과 함께 꽂혀 있는 이 서점에서는 시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아마도 오래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럴 것이다.

2022/09/27
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