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방을 열게 된 계기와, 최근 운영 중인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그 시작은 ‘질투’였습니다. 편집자로 몇 년간 일하다가 파리로 휴가를 떠난 적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있을 때라 책과 관련된 장소는 가지 않겠다 마음을 먹었음에도, 골목을 돌 때마다 서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들어섰던 순간도 인상에 남았지만, 무엇보다 친구와 소르본 대학 앞을 거닐다가 보게 된 영화 서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편집자 초년 시절 영화 책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영화 도서는 특히나 팔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만 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핑크색 형광 조명을 밝히고는 고요히 문 닫은 서점의 유리창 너머, 전면으로 진열된 표지에 담긴 영화감독들의 얼굴이며 각종 영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영화 책만 모아놓은 서점이 가능하구나. 우리에게는 왜 이런 서점들이 없을까? 이런 생각이 갑자기 솟아난 겁니다.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좋은 책들이 소개될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에 낙심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서점들이 늘어나면 좀더 다채로운 책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이런 단순한 생각이 몇 년 후 실행으로 이어졌습니다. 독자로서 소설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학 서점을 꾸리게 되었고요.
   문학을 읽고 쓰는 공간을 상상하며 시작했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형태의 북토크나 모임, 낭독회를 진행해왔습니다(2022년 6월 기준, 140여 회). 현재는 긴 호흡으로 문학을 깊이 있게 접하는 워크숍들을 기획, 진행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금정연 작가와 ‘문체 연구반’을 진행했고, 현재 윤경희 평론가와 ‘문학 생태 연구반’을 진행 중입니다. 들뢰즈 철학과 관련된 워크숍은 2년 가까이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데, 앞으로도 ‘워크숍’이라는 이름의 형태로 강연과 독서모임이 결합된 자리들을 기획하려 합니다.


   고요서사가 묻고 대답합니다
   Q. 서점 7주년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선 첫번째 질문은 아마 서점을 열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일 겁니다. 이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긴 시간을 거슬러올라 서점의 시작점으로 자꾸만 돌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왜 사람들은 작은 서점을 열게 된 계기를 궁금해하는 걸까요? 아마도 여전히 신기하게 여겨지는 공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서점의 시작으로 기억을 돌릴 때마다, 왜 하필 서점이었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숙고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늘 따라붙습니다.
   어쨌든 고요서사는 2022년 10월 15일이면 일곱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어느덧, 일곱 해의 겨울을 향해가는 지금, 이 작은 서점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곤 합니다. 더이상 책장이 텅 비었다 느낄 정도로 책이 많이 팔리는 날도 없고,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들어차는 날도 줄었습니다. 단순히 햇수의 일치 때문인지 요즘은 김연수 작가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을 종종 떠올립니다. 더이상 시를 쓰지 않는 혹은 쓰지 못하는 백석의 시간들, 여백으로 남은 그 시간을 고요히 들여다보며 작은 발자국이나마 좇아가보는 소설이지요. 고요서사의 시간도 여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는 다른 자취를 남길 여지도 없고, 문을 닫는 나날들이 늘지는 않을까 싶을 때마다 설산을 올라 묵묵히 새로운 마을로 향해가는 백석의 여정을 떠올려봅니다. 그렇게 일곱 해의 마지막을 향해가며, 여덟 해째의 시작을 묵묵히 내다보는 시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고요서사
   주소 : 서울 용산구 신흥로15길 18-4 1층 고요서사
   영업시간 : 목-일 오후 12시~7시 (월화수 휴무)
   이메일 : witncynical@gmail.com
   홈페이지 : blog.naver.com/goyo_bookshop
   이메일 : goyo_bookshop@naver.com
   SNS : instagram.com/goyo_bookshop

고요서사

남산 바로 아래, 굽이굽이 언덕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해방촌’, 이 동네의 오래된 벽돌집들 사이에 숨어 있는 아주 작은 문학 서점. 2015년 10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2022/10/25
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