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푸른 숨을 쉬는 여름밤

이종산

여름은 더위와 습기로 고통스러운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느 때보다 만물이 생장하는 활력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고요. 땀에 푹 젖어 거리를 걷다가 여름밤 테라스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는 행복. 한여름에 읽는 《비유》가 독자분들께 그런 작은 행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달 글들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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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쓰다)는 우울과는 좀 다른, 이상한 에너지로 번쩍입니다. 모녀간의 애증이 담긴 이은정의 소설 「엄마 같은 말」은 생활감으로 활력이 넘치고, 「유예하는 밤」은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되는데도 마지막에는 왠지 살아갈 기운이 생기는 푸른 여름밤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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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정체성을 가진 인물의 내적 갈등이 날것으로 드러난 돌기민의 소설 「단단이」는 생생하다 못해 야생적이기까지 한데, 마침 오산화, 손연후, 박규현의 시에는 들개와 사냥개와 비에 젖은 개가 등장합니다. 미로와 자연사 박물관이 주는 이미지는 어딘지 여름의 습기를 연상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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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의 비평은 이번호 시와 소설들에서 풍기는 야생성의 배턴을 잇듯 좀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것도 좀비가 된 아버지들에 대해서요. 물론 소설 속 이야기입니다. 최양선의 청소년 소설 「그림자, 겨울나무」의 주인공은 자신의 그림자에서 나무를 봅니다. 섬뜩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예요. 섬뜩한 야생성이 번뜩이는 속에서 김애란의 청소년 시는 유독 건강하고 산뜻한 빛을 뿜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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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순항 중인 새 코너 책+방의 이번 주인공은 팟캐스트 <시시알콜>입니다. 술을 마시며 시를 읽는 방송이라니. 여름밤에 이만큼 어울리는 문학 팟캐스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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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시작된 올해의 ‘!’(하다) 코너는 챙겨보고 계실지. 아픔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보여주는 ‘장소통역사’ 팀과 영미 시를 번역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흡사’ 팀의 연재 모두 흥미로우니 놓치지 마시고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