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었다
  한 송이 두 송이 셀 수 없이 많이
  피었는데도

  고요하다

  꽃은
  입이 아니라는 듯
  예쁘게 듣는 귀라는 듯

  나도 따라서
  두 송이 귀로 예쁘게 들어보았다

  바람 소리 새소리
  등뒤에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뒤돌아보니
  너였다, 한 송이 두 송이 셀 수 없이 많은
  마음을 피게 하는

  너였다

이장근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를, 2010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바다는 왜 바다일까?』 『칠판 볶음밥』 『우리 반 또맨』, 청소년시집 『악어에게 물린 날』 『나는 지금 꽃이다』 『파울볼은 없다』 『불불 뿔』 『잘하지는 못했지만 해냈다는 기분』, 시집 『꿘투』 『당신은 마술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림책 『아기 그리기 ㄱㄴㄷ』, 그림집 『느림약 좀 주세요!』 등을 썼다.

매년 탐구하는 단어가 있어요. 올해는 ‘귀인’이에요. 누군가에게 귀한 사람이 되는 방법이 있어요. 그 사람이 말할 때, 귀를 쫑긋 세우고 마음으로 들어주는 거예요.

2025/05/07
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