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작은 이야기들

이종산

대학 때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작은 이야기’라고 배웠습니다. 뭐 그리 대단하지는 않은, 소소한 이야기라는 뜻으로 옛날 사람들이 소설이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말입니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최근 소식이 문학계의 가장 큰 이슈인 것 같습니다. 소설 쓰기를 처음 배울 때 우리는 소설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와 규칙을 배우지만, 어느 날 숨이 막혀서 지금껏 배운 것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때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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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이번호는 시 특집과 아동문학 특집에 이어 소설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따로 주제 없이 김나현, 김병운, 김혜지, 서이제, 안윤, 이서수, 이주혜, 임이송 8인의 작가에게 소설 한 편씩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사랑의 이야기가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담아낸 마음도 형식도 제각각인 여덟 편의 소설을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묻다)는 마치 세 개의 방이 있는 전시장 같습니다. 서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책+방’, 지난호에 이어 두번째로 특별 원고가 실리는 ‘공동(체)’, 편집위원과 평론가 4인이 《비유》에 실렸던 소설 여섯 편을 골라 이야기를 나눈 좌담 ‘담(談)’까지 세 개의 코너가 있으니 지나치지 마시고 들러주세요.
‘!’(하다)는 안경 팀의 차례입니다. 이번에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 나오는 콜센터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네요. 노동과 외로움, 이해의 결들이 겹겹이 겹쳐진 글입니다. 특별한 작업 노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