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개구리의 눈이 개구리에게 말하는 것

민병훈

안녕하세요. 소설가 민병훈입니다. 지난 2017년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창간한 문학 플랫폼 웹진 《비유》가 오랜 개편의 시간을 갖고 새롭게 출발합니다. 그간 등단 여부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게재하며, 문학계와 사회의 이슈를 문학의 언어로 조명하는 장을 마련했던 《비유》는,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고유한 플랫폼으로써 그 자리를 확장해왔습니다. 새롭게 편성된 3기 편집위원들은 그 치열하고 생생했던 고민을 이어받아 떨리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습니다. 시각예술기획자 권정현, 감정사회학자 김신식, 시인 서효인, 동화작가 이퐁과 함께 문학을 향유하는 우리 모두에게 도래할 어떤 시간을 마련하고자 고심했습니다.
  개편 호를 특징짓는 흐름은 낯선 ‘만남’입니다. 황유원은 “햇볕에 말라비틀어진 지렁이”와 “빛바랜 책이 한가득 꽂혀 있던 책장”의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고, 민가경은 김숨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사람』을 비평하면서 “수동적이면서 능동적이고, 의존적이면서 독립적이며, 우연으로 쓰이되 필연으로 읽히는” 어떤 만남을 말합니다. 김채원과 남현정의 소설은 각각 농장을 찾아오는 “여덟 명의 클로버 병정”과 포스트휴먼 시대를 지난 “새로울 것 없는 기계”인 “A”와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진송과 함연선은 ‘비평 교환’이라는 만남을 통해 동시대 한국 예술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또한 김영준은 ‘요즘 이야기’에서 최근의 ‘에세이 붐’ 현상을 톺아보며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게끔 우리를 안내하고, ‘판도’의 김신식은 기획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만남이란 서로를 분명하게 바라보는 일에서 발생합니다. 문학이기에 가능한, 문학이기에 불가능한 만남을 우리는 종종 상상합니다. 캐서린 헤일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문학은 글자로만, 몸이 없는 언어적 구성물로만 존재했던 점이 없다”고 말하며, 작품을 읽는다는 행위는 결국 문학과 독자의 물질적인 차원의 만남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개구리의 시신경계가 현실을 재현한다기보다는 구성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인식론을 개진합니다. 마찬가지로 문학의 언어는 이제 재현을 넘어서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고 창조합니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여러 순간을 함께 목격했으며, 어쩌면 그 설렘으로 각자의 방에서 나와 광장에서의 만남을 기다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새롭게 만났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곧 우리의 변화를 뜻합니다. 잠깐 눈을 감고 뜨는, 그 영원 같은 깜빡임이 지난 뒤, 재구성된 세계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에서 함께 세계를 바라보는 것으로, 《비유》는 우리의 눈빛이 한데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