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네 개의 문 너머에

이퐁

마침내 당신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거나 마우스로 딸깍 클릭하는 행위를 통해 《비유》 67호의 첫번째 문에 다다르셨군요. 다소 쑥스럽지만 제 소개를 해볼게요. 지금 당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3기 편집위원이자 동화작가 이퐁입니다. 어린이·청소년문학의 자리가 온전하게 주어지는 문학 웹진이 흔치 않기에 매호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비유》를 준비하고 있어요.
  개편 이후 웹진 《비유》는 두 달에 한 번, 네 개의 문으로 독자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보름에 한 번꼴로 열리는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을 지닌 네 개의 문이죠. 5월 첫 주에 열리는 첫번째 문 너머에는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시우 어린이의 시에는 너무 일찍 엄마와 이별한 소년의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기록이 담담하기에 더 절절한 목소리로 담겨 있고, 길상효의 동화는 신비한 ‘조약돌 마우스’를 갖게 된 어린이 소다를 통해 우리 삶에 진짜로 일어나곤 하는 기적을 속삭이듯 들려줍니다. ‘비평 교환’의 조은비, 민지은은 어린이를 ‘탁월성’을 지닌 주체로 호명하여 미술관과 도서관에서 벌어질 혹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어린이들의 창조적 순간을 포착해냅니다. 어린이라는 존재의 가능성을 이토록 명료하게 직시하는 필자를 만날 수 있다니, 5월에 어울리는 근사한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번째 문 너머에는 색다른 ‘만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을 맞이할 거예요. 최진영의 소설을 읽고 나면. 아마 높은 확률로 간절하게. 하와이 카우아이섬에 가서 시간을 버린 뒤 돌아오고 싶으나 그럴 수 없어 엉엉 울고 싶어질 테지만, 그럼에도 두번째 문을 열길 잘했다 싶을 거라 장담합니다. 최해솔의 동화에서 “내가 네 점을 먹어도 될까?”라 묻는 어린이는 기꺼이 점을 내어주는 어린이를 만납니다. 귤 맛이 나는 점을 오물거리면 점을 준 이의 기분이 온전히 느껴진다나요. 다원예술 프로젝트 ‘서울집’ 이후 ‘해상도 높은 장면’에서 다시 만난 함윤이와 정혜린은 소설과 음향으로 노인 ‘월이’의 삶을 촘촘하게 복원합니다. 반드시 재생 버튼을 때맞춰 누르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요즘 이야기’를 통해 처음 만난 임솔아, 박채영은 서로의 작품 「초파리 돌보기」와 『이것도 제 삶입니다』가 각각 도달한 질병 서사의 안과 밖을 섬세하고 진솔한 언어로 들려줍니다.
  세번째 문이 열릴 6월이 되면 초여름의 빛깔도 한껏 짙어지겠지요. 황인찬의 시는 애틋하면서도 먹먹하고, 주이현의 소설은 휘몰아치듯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단어들로 미지의 존재 ‘보아’를 눈에 보일듯 선명하게 조탁해보입니다. ‘판도’에서 문상훈은 유튜브 채널의 기획자로서 문화예술에 관한 애호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합니다.
  네번째 문 너머에서 조금 오래 당신을 기다렸을 이야기도 반갑게 맞아 주세요. 박다래의 시는 과거 혹은 미래로 한순간에 횡단했다 돌아오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이동술을 선보입니다. 김소이의 짧은 소설을 읽으면 햇빛을 마주할 수 없기에 ‘아침의 색’을 궁금해하는 뱀파이어 영미를 꼭 안아주고 싶어질 거예요. 아울러 오은경 시인만의 시선이 담긴 리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웹진 《비유》는 매호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을 지닌 네 개의 문을 부지런히 준비하겠습니다. 네 개의 문을 톡톡 두드릴, 혹은 마우스를 움직여 딸깍 클릭할 당신의 손가락에 기대와 설렘이 실려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네 개의 문 너머에서 오매불망 문이 열리길 고대하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꺼이 환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