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당신을 ‘부사’(副詞, 문장 속에서 용언 또는 다른 말 앞에 놓여 그 뜻을 분명하게 하는 단어)로 나타낸다면 무엇이겠느냐고요. 종종, 가까이, 그런데, 찬찬히, 충분히, 잘, 마침내…… 떠오르는 단어야 몇 개쯤 있지만 나를 설명하기에 꼭 맞는 말인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열 살이 된다는 건
공연히 포르릉 날아보는 것

열 살이 된다는 건
슬그머니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

열 살이 된다는 건
곰곰이 내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

글쓰기 워크숍에서 어린이들과 보물찾기를 했어요.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찾은 보물쪽지에는 단어가 적혀 있었어요. 공연히, 슬그머니, 곰곰이 따위였어요. 저는 어린이들에게 요청했어요. 보물쪽지에 적힌 단어를 소중히 다루어 달라고, 그 단어를 넣어 시 한 편을 지어 달라고요. 그렇게 김나윤 어린이는 「열 살이 된다는 건」을 완성했습니다.
  어린 시인은 자신의 나이를,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어떻게 그토록 적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날갯짓해보는 장난기 가득한 열 살, 슬쩍 자신의 현실을 알아차리는 열 살, 사뭇 진지하게 앞날을 그려보는 열 살을요. 한편 나윤의 시를 계속해서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열둘, 열여섯, 열아홉…… 그즈음의 신비와 반짝임을 지켜볼 수 있다면!

제각기 다른 모양의 조약돌 다섯 개가 그려져 있다.
당신을 닮아 있는 말.


이 글을 읽는 당신 차례입니다. 같은 질문을 당신께 드려요. 당신은 당신을 닮은 부사를 고를 수 있나요?
  금세 답이 떠오르지 않는 당신께 힌트가 될 만한 보물쪽지를 건넵니다. 작품에 꼬깃꼬깃 담긴 말이에요. 시인과 소설가 들이 오래도록 쓰다듬어 윤이 나요. 고심 끝에 작품 안에 자리한 말, 살아남은 귀한 말이지요. 어쩐지 끌리는 단어 하나를 따라가봐요. 당신이 느끼는 행복을 오롯이, 눈물과 한숨을 분분히 알아주는 시. 꿈같은 우리 삶을 숨김없이 되비쳐주는 이야기. 그렇게 문학은 닮은 얼굴을 하고 당신을 내내 기다립니다.

여주에 가기로 마음먹고 여주를 기다려 기어이 여주에 다다르게 된 사람들로서

우리는 웃는다. 어서 와요.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마치 웃음이 묻어나게 웃는 게 뭔지 아는 사람들 같다.

―임승유, 「여주」 부분


가끔 그애가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기대어 왔으면 할 때조차 고집스럽게 혼자이기를 자처할 때요. 그런 면이 언니를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가파른 내리막길로 점점 사라지는 소애의 뒷모습을 한참 지켜봤던 기억이 나요. 그 밤에 떴던 달 모양도요. 방구석 어딘가에 잠자코 떨어져 있을 것 같은, 잘린 손톱 모양의 가는 그믐달이었어요.
언니. 언니는 거기서 어떻게 지내요?

―안윤, 「달밤」 부분


세주는 창밖으로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몹시 보고 싶어, 라고 소리 내어 말해봤다. 그러자 그 문장이 세주가 동하한테 해주길 바라는 말인지, 동하가 세주한테 전하고 싶은 마음인지 궁금해졌다.

―장은진, 「세주2」 부분

*인용문에서 굵은 글자는 강조를 위해 편집자가 표시한 것입니다.


관련 작품 바로가기
① 임승유, 「여주」click
② 안윤, 「달밤」click
③ 장은진, 「세주2」click

남지은

본지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