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의 지난 원고들을 살펴보며, 하나의 주제에 관한 글 두 편을 발견했습니다. 하나씩 읽었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를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지만 그 둘을 나란히 놓고 보니 다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둘 모두 유아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동요 〈상어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김지은의 글 「상어 가족의 일원이 되어서 행복한가?」는 〈상어 가족〉의 노랫말과 그 조건을 하나하나 되짚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가 언어를 어떻게 다루는지, 이 노랫말은 누구의 시점으로 쓰였는지를 되돌아보고, 거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다른 한편, 사진과 글을 도구 삼아 세상의 작은 것들을 담아내는 사진글방에게 〈상어 가족〉은 결이가 가장 먼저 흥얼거린 노래이자 가장 좋아하는 동요입니다. 결이의 아빠와 엄마가 함께 쓴 「우리는 바다의 사냥꾼」에는 〈상어 가족〉이 어떻게 결이에게 도착했고 그와 연결된 고민은 무엇인지, 〈상어 가족〉은 어떻게 지금의 삶의 조건을 담아내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지금까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동요는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두 글을 읽고 동요 〈상어 가족〉의 노랫말을 곰곰이 되돌아봤습니다. 다른 동요와 다름없는 짧고 단순한 노랫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노랫말을 생각하기 이전에, 명료한 선율로 이루어진 가벼운 동요일 뿐이라고도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그 작은 노랫말 하나가 누군가의 삶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단단한 기억이 된다면 이를 쉽게 지나쳐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노랫말이 지금 우리가 경계어린 눈으로 봐야 하는 문화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면 이를 조금 더 붙잡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꼭 〈상어 가족〉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거대하고 무거운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부터 노래에 실려온 노랫말까지, 우리의 삶 주변에는 수많은 말과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 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지나치기 쉬운 말과 표현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거기엔 이미 우리가 사랑하게 된 노래도, 이제는 더이상 떨칠 수 없는 기억이 된 노랫말도 있습니다. 이 작은 노랫말이 무척 위력적인 서사와 기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제 마음에 아주 일찍부터 새겨져온 말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이의 시간과 마음을 기꺼이 나누어준 사진글방의 글, 그리고 노랫말과 그 조건을 세심하게 고민한 김지은의 글이 아니었다면 되돌아보지 못했을 시간입니다.

결이가 가장 먼저 흥얼거린 노래는 〈상어 가족〉이다. 밥 먹을 때 반찬으로 생선, 멸치 등이 나오면, ‘빠바빠바’ 하는 노래 시작 부분을 자동으로 부른다. (…)

나성훈(아빠): 우리가 〈상어 가족〉 노래를 어떻게 들려주게 되었는지 기억해?

장은혜(엄마):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노래와 영상을 아이가 좋아하고 중독성이 강해서 그뒤로 자주 보여주었지.

나성훈: 아이에게 최대한 영상 매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는 않네.

장은혜: 지금은 〈상어 가족〉을 전만큼 찾지는 않아. 요즘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는 〈작은 별〉이지. 자주 보는 영상은 〈뽀로로와 콩순이〉로 관심이 넘어가고 있어.

나성훈: 〈상어 가족〉 노래 가사를 보면 〈곰 세 마리〉와 비교가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등장인물만 봐도 〈상어 가족〉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오잖아. 〈곰 세 마리〉는 엄마, 아빠만 나오고. 조부모가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는 오늘의 시대상을 반영한 건가 싶더라고. (…)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거의 비슷하잖아. 공통점 같은 게 있을까?

장은혜: 후크송 같은 느낌? 우리도 몇 번 듣다보면 중독성이 있잖아.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대부분 장조인 것 같아.

나성훈: 단조 있는 노래 중에 나는 〈아기 염소〉 좋아했는데.

장은혜: 나도 그 노래가 신기했어. “빗방울이 뚝뚝뚝 떨어지는 날에는” 하면서 단조로 변하는 부분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어. 단조로 되면서 약간 느려지거든. 요즘 사랑받는 노래들은 대부분 캐릭터와 연관된 노래인데, 좋은 창작 동요를 더 많이 만들고 퍼뜨리면 좋겠어. 나 어릴 때 어떤 선생님은 한 주에 하나씩 동요를 외우도록 같이 부르는 사람도 있었어. 우리 아빠도 〈향수〉 노래에 빠져서 많이 불렀는데 지금 내가 그 시를 다 외우거든. 단어가 고운 그런 노래는 외우면 좋은 것 같아.

―사진글방, 「우리는 바다의 사냥꾼」(‘시간의 결, 결의 시간’ 7화) 부분


예로부터 구전의 가장 충실한 전파자였던 어린이들은 시인이자 연행자로서 활약하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자신의 몫을 이어가고 있다. 구전동요는 특별한 뜻이 없이 소리의 재미를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아동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코르네이 추콥스키는 독자들이 보내온 수천 통의 편지를 자료로 삼아 어린이 언어의 규칙을 발견하려고 했다. 추콥스키에 따르면 어린이는 개념을 가지고 자유롭게 놀고 다양한 허구의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은 언어학자들이다. (…) 할머니가 “겨울이 곧 올 거야.”라고 말하면 “겨울에 발이 달렸어?”라고 묻기도 하고1) “나는 회사는 절대 안 다닐 거야. 회사는 사람을 자르는 곳이잖아.”라고 말하기도 한다.2) 정말 사람의 몸을 잘라버리는 곳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

아무리 짧은 서사라고 해도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서 공감의 순간을 겪는다. 감상자는 그 시뮬레이션 과정에 동참하면서 어떤 내면적 변화를 겪고 나아가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도 한다. 〈상어 가족〉에서 스토리의 중심 주체를 형성하는 초점자(focalizer)는 포식자인 상어이며 카메라는 상어의 시선으로 작은 주황색 물고기를 훑는다. 노랫말에서 ‘우리는 상어 가족’이라는 1인칭의 주어를 공유한 어린이 감상자들은 상어 가족과 자신의 시선을 동일시하면서 덩달아 포획의 기쁨을 누린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블랙 유머와 달리 영유아 대상 서사가 좀처럼 포식자의 시선을 취하지 않는 것은 어린이들의 상식과 관련이 깊다. 어린이들은 대체적으로 추적자보다는 위기에 처한 도망자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고 그를 돕고 싶어한다. 그런데 〈상어 가족〉의 포식자 인물은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류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추적자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 영상 속의 상어들은 고양이 톰처럼 무능력하지 않으며 작은 물고기의 생존을 무섭게 위협하지만 자신의 가족 구성원에게는 누구보다 다정하다. 일방적 강자인데도 어린이는 상어를 더 친밀하게 느낀다. 덕분에 피식자가 아니라 포식자가 자연스러운 초점자가 되는 영유아 서사가 어린이들의 문화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어떤 징후를 의미하는 것일까. (…)

어떤 이야기가 약자를 응원하는 내용이거나 결말이 행복하다고 해서 반드시 거기로부터 이야기의 가치가 생겨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가 추구하는 가치와 진실은 기존의 도덕이나 규범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윤리를 모색하도록 감상자를 ‘창조적 혼돈’ 혹은 ‘성찰의 혼돈’ 속에 빠뜨릴 때 효과적으로 형성”3)되는 것이다. 특히 아동문학의 서사는 앞장서서 그런 길을 걸어왔다. 그러려면 어린이 독자를 포함한 감상자로서의 나 자신을 포식자가 되려는 욕망에서 바깥으로 불러내 경계에 세울 수 있어야 한다.

― 김지은, 「상어 가족의 일원이 되어서 행복한가?」부분

관련 작품 바로가기
① 사진글방, 「우리는 바다의 사냥꾼」click
② 김지은, 「상어 가족의 일원이 되어서 행복한가?」click

신예슬

비평가, 헤테로포니 동인.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을 썼고, 악보집 『비정량 프렐류드』 『판타지아』를 함께 쓰고 엮었다. 종종 드라마터그, 편집자로 일한다.

1
코르네이 추콥스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홍한별 옮김. 양철북, 2006, 25쪽.
2
같은 책, 29쪽.
3
최시한, 「스토리텔링, 어떻게 할 것인가」, 문학과지성사, 2015, 230~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