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발붙이려는 시간들

김유진

왠지 시간에 발붙이지 못하고 있는 듯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종종 2월이 그러합니다. 1월로 이미 시작되었으나 새봄이나 새 학기 등 3월의 시작점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두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시간의 경계에서 살그머니 일어납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동하는 경계, 양력과 음력의 시작이 어긋나는 경계에서요. 반면 발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 점점 늘어나는 일에는 도통 느슨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이, 장애인, 노인이 밀려나지 않도록 분주해져야겠죠. 어쩌면 문학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공간에서 기어코 발붙이려고 애쓰는 시간들로 만들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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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에서 유난히 작품의 시간과 공간에 눈길이 닿는 건 바로 그런 계절 때문일까요. 신재섭의 동시와 김보나, 오경은, 차현준의 시가 말하는 시공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어 고민실 소설의 여름과 윤해서 소설의 ‘넛’이라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지안의 동화가 개를, 은미향의 소설이 고양이를 만난 장면도 나란히 읽어볼 수 있겠습니다. 
‘?’(묻다)의 ‘책+방’에서는 과학책방 갈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촘촘하게 정리된 서점 정보가 과학전문서점에 잘 어울려 보입니다. ‘공동(체)’에서는 지난호로 304 낭독회 100회 기념 특별 연재를 마치고 예전의 기획을 다시 이어갑니다. ‘연결 18’ 원고로 한정현의 「아는 척하기」를 싣습니다.
‘!’(하다)에서는 ‘장소통역사’와 ‘흡사’ 팀의 4회차 기획을 선보입니다. 장소통역사의 「3막, 아픔의 행동 표현 가능성」에서는 그간의 작업이 한층 더 깊이 진행됩니다. 흡사의 번역시 「속임수 The Trick」는 장애인 이동권 이슈와 우연히 맞물려 문학의 일을 새삼 생각하도록 부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