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



   된소리는 소리가 이미 됐다는 소리야
   무슨 소리야 완성이 됐다고?

   된 사람처럼 모질고 우악스럽다고
   다 된 밥에 재 뿌리겠다고 작정한 소리라고

   꼴통을 봐
   쓰레기를 봐
   빨갱이를 봐

   화낼 준비를 하는 사람
   이미 화풀이를 하고 있는 사람
   편견을 갖게 되면 발음할 때
   없던 화도 만들어지게 돼 있어

   겉이 아니라 꼴이
   낯이 아니라 낯짝이
   눈이 아니라 눈깔이
   코가 아니라 코빼기가
   귀가 아니라 귀때기가
   배가 아니라 배때기가
   간이 아니라 간땡이가
   몸이 아니라 몸뚱이가
   철이 아니라 철딱서니가

   되었다

   삐끼를 봐
   삥땅을 봐
   따까리를 봐

   된소리가 두 번이면
   화는 화딱지가 된다

   올라갈 수 없어 눈을 아래로 까는 사람
   내려가기 싫어 눈을 째리는 사람

   얼싸절싸
   용기를 낼 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무것이 되고

   까짓것
   포기를 해버릴 때
   별것은 별것 아닌 것이 되고

   도망가야 할 때조차 토껴야 만족하는 사람
   기막힐 때조차 기똥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속을 터놓는 대신 속(俗)으로 기어들어가는 사람

   이유보다 까닭이 더 선명하게 들리잖아
   훼방보다 깽판이 더 실감나잖아

   된 일을 한바탕한 듯 부대끼기 시작한다

   우리가 된 소리가
   된소리가 된 우리가





   그것들



   (잠자리에서) 일어나다 깜박이다 (불을) 켜다 씻다 닦다 마시다 버리다 (입술을) 훔치다 (숨을) 고르다

   (자리에서) 일어나다 가다 타다 (책을) 읽다 떠올리다 내리다 열다 들어서다 만나다 인사하다 (메뉴를) 고르다 앉다 다물다 버리다 다물리다

   이야기하다 잊다 버리다 (마음을) 읽다 실패하다 불통하다

   (사건이) 일어나다 (눈에 불을) 켜다 (사태를) 읽다 (목을) 고르다 않다 (할 말을) 고르다 못하다 (감정이) 일어나다 쏟다 버리다 (테이블을) 훔치다 (갈등이) 일어나다 들고일어나다

   참다
   못하다

   참다못해
   (눈물을) 훔치다

   못하다

   되다
   못하다

   되지못하다

   못하다

   하다
   못하다

   하다못해

   버리다
   못하다

오은

읽고 쓰는 사람에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말을 많이 한 날에는 거짓말처럼 고갈의 순간이 찾아온다. 동사는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다. 머릿속에는 말이 되지 못한 소리가 한가득하다. 입천장에 달라붙은 된소리는 뻑뻑하고 나는 되지못한 짓이라도 한 것처럼 단어들을 지워나간다.

2022/05/31
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