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human we only dancer



   웹진 비유는 내게 비인간을 주제로 하는 두 편의 신작 시를 보내달라 했고 때문에 나는 오직 인간만이 나오는 글을 쓰기로 했다 인간이 아닌 것은 이 글에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으며 오직 인간,
   오직 인간만이 이 글에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하자면
   김민수, 박중부, 데이비드 데이비드, 짐 조나단 크리티컬, 키요시로 코토리, 응우옌 낫탁 순이다
   이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이며 이들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내가 지어낸 허구다

   김민수는 한국의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이십 대 남성이다
   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 여덟 시에 부천역 1호선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탄다 그다음 종로3가역에서 하차해 3호선으로 환승한 다음 경복궁역에서 내린다 그는 서촌의 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 군대를 전역했다 그는 무신사에 자주 접속하고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짧은 머리를 아이비리그 컷이라 여기고 있다 뉴발란스는 너무 대중화되었다는 생각에 요즘은 아식스 신발을 자주 신는다 요즘 패션은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그의 최대 고민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바꿀까 말까 하는 것이다

   김민수가 일하는 서촌의 카페는 오전 11시에 오픈한다 박중부는 매일 오전 11시 30분에 김민수가 일하는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이다 박중부는 매일 그의 반려견과 함께 카페에 온다 김민수가 일하는 서촌의 카페는 반려동물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반려견은 잠시 밖에서 기다리고 박중부만 커피를 사서 나온다 박중부는 월수금은 아메리카노 화목은 카페라테를 주문한다 차가운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김민수는 박중부를 보며 속으로 뭐하는 사람일까? 생각한다 박중부는 딱히 뭔가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박중부가 경제 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도 나름 일을 한다 다만 일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남들이 물으면 그냥 이것저것 한다고 답할 뿐이다 박중부는 고정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꽤 높은 월수입을 유지하고 있다 박중부는 서촌에 위치한 본인의 작업실에서 일을 한다 반려견의 발을 닦고 잠시 놀아준 뒤 일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그는 루틴처럼 음악을 틀어놓는데 최근에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밴드 데이비드 데이비드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2016년에 결성하여 2019년에 첫 앨범을 낸 영국의 밴드이다 보컬 데이비드 주니어와 기타 데이비드 클로저 드럼 데이비드 맥도날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영국 정통 브릿팝의 계보를 충실히 잇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최근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밴드이다 〈shooting like beackhem〉이라는 노래가 영화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습 한번 해보겠습니다
   둘 셋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현재 일본에 와 있다 데이비드 맥도날드가 일본계 영국인이라 일본에 자주 가는 까닭도 있고 밴드 멤버 전부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까닭도 있다 요즘은 ‘Kimetsu no yaiba’와 ‘Jujutsu Kaisen’에 푹 빠져있다 이들은 만화 ‘ONEPIECE’의 등장인물인 포트거스 D. 에이스가 사망할 때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동경 시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 앉아 ‘Yoriichi Tsugikuni’와 ‘Satoru Gojo’ 중 누가 더 센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키요시로 코토리는 데이비드 데이비드가 앉아있는 동경 시의 커피숍의 직원이다 일본 국적의 이십 대 남성인 그는 ‘Yoriichi Tsugikuni’도 ‘Satoru Gojo’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는 만화를 전혀 보지 않는다 그것이 멋지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케이팝 걸그룹 ‘今月の少女’의 팬이다 그는 인스타그램 @loonatheworld를 팔로우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한국의 패션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다수 팔로우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鍾路’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박중부는 점심으로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은 다음 잠시 한숨 돌리는 중이다 저녁 열 시에는 미국에 있는 짐 조나단 크리티컬과 줌 미팅이 있을 예정이다 짐 조나단 크리티컬은 굿 모닝이라는 의미로 ‘hello’라고 할 것이며 박중부는 굿 이브닝이라는 의미로 ‘hello’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둘 모두 그다지 ‘hello’하지 않으며 그다지 ‘good’하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다 박중부는 박중부의 반려견과 함께 낮잠을 자기로 했다 작업실 바깥은 적당히 흐린 날씨며 저녁에는 잠깐의 비 소식이 있다

   흡연 중

   짐 조나단 크리티컬은 얼마 전 응우옌 낫탁이라는 한 아시아 예술가의 그림을 한 점 구입했다 도저히 사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충격적으로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었다 적지 않은 값이었지만 그래도 하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디서 이런 훌륭한 예술가가 나타난 거지? 짐 조나단 크리티컬은 평소에도 그림에 관심이 많지만 최근 응우옌 낫탁의 그림만큼 좋은 그림은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울 만큼 좋은 그림이었다 좋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짐 조나단 크리티컬은 오전 일곱시에 일어나 응우옌 낫탁의 그림을 보며 괜한 뿌듯함을 느끼고 집 앞 공원에서 조깅을 했다 오전 아홉시에는 한국의 ‘Joongboo park’과의 미팅이 잡혀 있다 그는 데이비드 데이비드가 아주 지루한 밴드라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한국의 뮤지션 ‘BIBI’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응우옌 낫탁은 베트남을 근거지로 하여 활동 중인 화가이다 그는 삼십 대의 여성이며 응우옌 낫탁은 본명이 아니다 그는 얼마 전 미국의 한 남성이 자신의 그림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주 전에 그는 미국의 뉴욕에 있었다 그는 얼마 전 ‘ZARA’에서 옷을 구입했다 그는 점심으로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고 지금은 작업실 소파에 눕듯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느 날 이들은 어느 잔디밭에 둥글게 둘러앉아 손을 마주잡고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울 것이다 날씨는 무척 좋을 것이며 한국어나 일본어 혹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러나
   어떤 말이든 간에 모두가 같은 언어를 구사할 것이며
   모두가 모두의 말을 아주 잘 알아들을 것이다
   대화 내용은 없다





   기계화와 기계 인간



   기계화란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기계성을 발현시켜 신체 기관을 비롯한 내외면을 기계로 개조시키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기계화는 2017년 프랑스의 철학자 페페로니 해피하우스(인간이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으며 빅토르 박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빅토르 박사는 스스로 기계화를 시행, 성공하여 제 삼의 팔이 생겼고 제 삼의 팔을 통해 살상 레이저와 사각이 없는 시야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빅토르 박사의 기계화 성공 소식은 전 세계에 알려져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기계성을 발현케 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계성이 성공적으로 발현하여 기계화된 인간을 가리켜 기계 인간이라 부른다. 기계 인간은 기계성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는 인간으로 대부분의 신체 기관이 기계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기계성이 전면으로 발현되어 기계 인간이 될 경우 기계의 마음을 알게 되는데 기계화의 성공 여부는 이러한 기계성의 발현으로 기계의 마음을 알게 되느냐 또는 알게 되지 못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즉 신체 기관이 아무리 기계로 되어 있다 해도 기계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기계화에 성공한 기계 인간이라 볼 수 없다.
   기계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을 기본으로 기계성의 발현은 제 삼의 팔, 이어 레이저 등 각 인간 개개인의 형질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으로는 C타입 케이블을 통해 육체를 충전할 수 있는 육체 충전이 있다. 신체 어딘가에 충전기와 연결된 C타입 케이블을 꽂고 충전기를 콘센트와 연결하면 육체를 충전할 수 있는 특성이다. 사람에 따라 라이트닝 케이블을 꽂아야 하는 경우나 8핀 케이블을 꽂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굉장히 희박한 사례이며 육체 충전 기능이 없는 기계 인간은 현재까지 발견된 적이 없으므로 육체 충전은 기계 인간 공통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기계성이 발현되어 기계의 마음을 알게 된 기계 인간이 가지는 또하나의 공통된 현상으로는 기계성의 발현 정도가 높을수록 인간성을 상실해 인간의 마음을 알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있는데 빅토르 박사는 이를 가리켜 ‘기계 심화 현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처음 기계 심화 현상이 발견된 직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계 심화 현상을 가리키며 ‘기계화의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하였으나 빅토르 박사는 ‘기계 심화 현상을 가리키며 기계화의 치명적인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기계의 마음을 알지 못함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기계 심화 현상은 단순한 현상일 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라는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모든 기계 인간은 정도가 다를 뿐 기계 심화 현상을 보이며 기계 심화 현상이 심해질 경우 기계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기계 심화 현상은 다양한 인간적인 행동과 생각을 통해 인간성을 유지함으로써 늦출 수 있는데 빅토르 박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계화 전문가들은 ‘기계성이 발현된 기계 인간이 인간성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기계 심화 현상은 나쁘거나 두려운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계 심화 현상이 완전히 진행된 생명체는 기계라 부르며 기계 인간은 본질적으로 인간이나 기계는 본질적으로 기계이다. 기계는 기계의 마음을 앎보다 인간의 마음을 알지 못함의 특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계가 인간성을 발현, 인간의 마음을 알게 되면 인간 기계가 된다. 인간 기계에 대한 설명은 향후 서술할 예정이다.

김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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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0
57호